도서 소개
이사동은 대전시 동구에 있는 마을이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천여 기의 은진송씨 묘역이 오백 년 세월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독특한 곳이다. 알고 보면 콘텐츠의 보고인 그곳을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다녀왔다. 전작 『이사동 24인의 이야기』에 이은 이 책이 이사동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더 나아가 축제나 예술 활동, 영상과 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해본다.동 트기 전 이른 새벽 산지기 김씨금동고개로 나무하러 가고음지뜸 새댁은 푸성귀 내다 팔러자느리고개 눈물로 넘었다지요.하사 어귀 점방집 아들대별리 지나 십리 길 학교 다녀오면학고개 헐떡이며 올라온 정씨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있었다네요.문창동 장에 나무해다 팔고보리 너댓 박 사온 김씨는달 돋고 나서야 집으로 왔대요.그렇게 다들 서럽고도 아름다운 길걸어걸어 지금까지 왔던 거예요.한소민, '이사동 추억의 길들'
이름이야 어찌 불리든 뭐가 중요하랴. 돌이 많아 돌고개고, 이사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니 윗사라니길이고, 두 가문의 혼인이 이루어지던 통로라 믿으면 원앙고개라 부르면 되는 것을. 이사동을 다른 마을과 이어주고, 이사동에서 꽃 핀 절의 정신을 대를 이어 전해주었고, 가문과 가문의 교류를 해주었던 고개임에는 틀림없으니까 말이다.돌고개 정상에는 서낭당이 있던 흔적이 남아있다. 무수동 마을과 이사동 마을의 길목이기에 각 마을사람들이 돌들을 쌓아 올리면서 오가는 길의 평안을 기원했고 그 경계에서 각자 반대쪽 마을에다 대고 나쁜 기운을 털며 내려갔다고 한다.그 상황을 상상하며 잠시 발길을 쉬어본다.
바닥에 펼쳐지는 작품 속에는 손톱처럼 작은 것부터 아이 키만큼 큰 것까지 각양각색의 천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작은 조각 천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작품에 눈이 간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 선대와 후손, 묘역과 묘역 그런 것들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각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은 부모와 자식, 조상과 후손으로 연결되어 꼭꼭 누빈 바늘 땀같은 인연으로 엮어진 것이 문중 묘역 아니던가. 누구 하나 관계를 떠나 존재하는 이가 없을텐데 그 맺어지고 이어짐이 서로 통하는 것 같았다.바늘 한 번 들어 왔다 나가는 사이 생겨나는 눈곱만한 흔적들. 그 촘촘한 실의 발자국들을 살피며 눈길 따라가다 보니 무수히 오갔을 손놀림과 그 끝에 실렸을 지극한 정성이 전해온다. 바늘 쥔 손을 몇 번이나 움직여야 바라던 작품을 얻게 될까? 마지막 바늘땀의 실매듭을 짓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을까?
작가 소개
지은이 : 한소민
충남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박사수료.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 컬쳐&스토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사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과 저술작업을 한 바 있다.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등에서 스토리텔링과 글쓰기를, 한밭문화마당에서는 대전을 알리는 활동으로 지역문화 활용과 콘텐츠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이사동 24인의 이야기』(누마루)와 『시를 위한 풍경』(심지)을 출간한 바 있다.
목차
작가의 말 3
길, 둘레산 걷기 7
묘역, 조각보처럼 이어진 인연 33
문인석, 이사동 굿즈를 꿈꾸다 53
묘비, 남기고픈 한 마디 69
재실, 술 익는 사랑방 89
제문, 책으로 전하는 위로 109
소나무, 삶을 지키는 푸르름 139
마을유적, 주민해설사 155
무형유산, 마을축제로 181
주민 구술, 마을아카이빙 201
마을 풍경, 작품이 되다 221
마을 길목, 즐거움이 시작되는 대별동 239
에필로그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