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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로맨스 빠빠를 못 봤다
걷는사람 | 부모님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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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걷는사람 소설 9권. 안종수 작가는 2004년 계간 《작가들》 겨울호에 단편 「해무」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안종수의 소설은 기억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는 과거를 복원시켜 지금의 ‘나’의 기원을 재구하는 일이자 존재를 위무하는 한편, 시대가 강제한 폭력적 상황을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1960년대 충청도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통을 그린 「로맨스 빠빠」와 「별」은 아름다운 기억의 이면에 존재하는 폭력적 시대의 흔적을 톺아보게 한다. 이어 등장하는 「소들은 어디로」와 「밥」은 각각 광우병 사태와 궁핍한 시절의 삶이 몸에 밴 노모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적 가치에 의해 재단된 인간다운 삶, 그리고 지속 가능한 ‘생존’의 의미를 묻는다.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소설 9
안종수 『결국 로맨스 빠빠를 못 봤다』 출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여정―
한 시대를 봄날의 눈석임물처럼
녹여 흐르게 하는 서사의 힘
“정신 차려 이눔아. 괜히 흐찔하게 헬레거리지 말구.”

걷는사람 소설 아홉 번째 작품으로 안종수 작가의 『결국 로맨스 빠빠를 못 봤다』가 출간되었다. 안종수 작가는 2004년 계간 《작가들》 겨울호에 단편 「해무」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안종수의 소설은 기억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는 과거를 복원시켜 지금의 ‘나’의 기원을 재구(再構)하는 일이자 존재를 위무하는 한편, 시대가 강제한 폭력적 상황을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1960년대 충청도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통을 그린 「로맨스 빠빠」와 「별」은 아름다운 기억의 이면에 존재하는 폭력적 시대의 흔적을 톺아보게 한다. 이어 등장하는 「소들은 어디로」와 「밥」은 각각 광우병 사태와 궁핍한 시절의 삶이 몸에 밴 노모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적 가치에 의해 재단된 인간다운 삶, 그리고 지속 가능한 ‘생존’의 의미를 묻는다. 한편 국가 폭력이 난무했던 “가혹한 시절”의 비극을 다룬 단편 「안개 속으로」는 오랫동안 억압의 기제로 작동했던 섬의 ‘안개’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상실하지 않는 세계로의 탈주, 다른 삶의 가능성과 희망을 전한다.
한편, 요양병원에 입원한 장모의 이야기를 담은 「이별의 뒤안길」은 팬데믹 시대 인간의 좌절과 고민을 리얼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자신이 죽을 곳을 마음대로 선택할 여지가 없”는 한 노인의 삶은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며, 존중받지 못하는 삶과 죽음이야말로 얼마나 끔찍한 재앙인지 반추하게 한다. 죽음의 과정을 통해 삶의 가치를 되묻는 또 한 편의 작품 「어허 딸랑」은 평생을 요령잡이로 살아온 영만 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인도해 주며 일생을 살아온 영만 씨의 충만감과 자부심을 풍성하게 기록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웅의 미학을 사유하게 한다.

“개나 소나 요령 잡으면 되는 줄 아는감. 다 가락이 있고, 신명이 있고, 숨길이 맞어야 되는 겨. 되는대로 씨월거린다고 되는 줄 아남. 생각혀 봐. 죽은 육신의 혼을 불러 이승 사람들헌티 마지막으로 하직하는 소리가 요령잽이 소리여. 아무나, 아무러키나 하는 게 아녀. 그라구 지 애비 에미 장례에 그게 뭔 짓여. 개돼지 잡아 메고 가드끼 갖다 치우는 불상놈들!”
-「어허 딸랑」 중에서

문학평론가 이병국이 전언하는 것처럼, 안종수의 소설이 조감하는 시대의 풍경은 불가피하게 변화하는 크로노스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궁핍과 상실, 단절과 갈등을 감내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정념에 닿아 있다. 역사적 변천이 개별적 삶의 구체성으로 밀려드는 사건을 포착하는 감수성이야말로 안종수의 소설이 지닌 이야기의 힘인 셈이다. 고통스러웠지만 아름다웠던 한때, 그리고 그로부터 도달한 현재가 비록 아쉽고 불안한 상태일지라도 그것을 비판할 수는 있을지언정 부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안종수의 소설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결을 촘촘하게 교직함으로써 독자에게 지금은 경험할 수 없는 시절의 경이를 성찰케 하며 그로부터 오늘의 자신을 돌보게 이끈다. ‘나’라는 존재의 기원을 기억하고 과거로부터 연유한 삶의 심원한 표정과 마주함으로써 자신을 다독이는 일, 안종수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실상이라고 말한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잠시 멈추었던 확성기에서는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아하하아 잘 있거라아 부싼 하항구야. 미스 김도 잘 이써어요 미스 리이도 아안녕히’라는 간드러진 노래와 ‘기임 선생 이이 선생 친구 간에 웬말이요’라는 노래가 교대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 외다시피 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으로 시작하여 ‘로맨스으 빠아빠’를 반복하며 끝나는 선전이 줄기차게 되풀이되고 있었다. 마무리로 강하게 꺾여 끝맺는 ‘빠아빠’는 나를 부르는 마법의 나팔처럼 강력하게 메아리쳐 왔다.
-「로맨스 빠빠」 부분

한숨을 돌리느라 마지막으로 술잔이 돌았다. 그리고 이내 하관이 시작되었다. 관을 수평과 좌우를 맞춰 반듯하게 내려놓았다. 그 위에 명정을 덮었다. 횡대를 가로 걸친 뒤 영만 씨의 지시에 따라 상주와 지인들이 흙을 관 위에 뿌렸다. 상주들의 곡성이 터졌다. 이제 영영 그 흔적조차 볼 수 없다는 막막함 때문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사정없이 삽질과 가래질이 이어졌다. 관 위로 묵직하게 떨어지는 흙덩이로 관이 보이지 않게 되자 생과 사의 갈림길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평지가 되고 곧 달구질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허 딸랑」 부분

여자는 거의 언제나 틈새로 비껴드는 햇살처럼 어둠침침한 가게 마루에 앉아 있었다. 남자는 가끔신작로 아래 연못에서 낚시하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나는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슬쩍슬쩍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알록달록한 사탕 항아리와 여자만이 장식품처럼 눈에 띄었다.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여자는 그림처럼 고요했다. 아무리 보아도 자라 피를 마시거나 뱀탕을 먹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외려 그런 걸 보면 기절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가게를 벗어나 죽은 아기를 대충 매장해 뒀다는 골탕을 혼자 지날 때면 여우로 둔갑한 여자의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별」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안종수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2004년 계간 《작가들》 겨울호에 단편 「해무」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로맨스 빠빠
어허 딸랑

소들은 어디로

안개 속으로
이별의 뒤안길
삼각관계

해설 : 시절로부터 기원한 삶의 표정 _ 이병국(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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