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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 바위
단강 | 부모님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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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원재길은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이다. 각 분야에서 절정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어 호평을 받는 종합 문학예술 작가이다. 지금껏 소설 15권, 시집 2권을 냈고, 그림 개인전을 여섯 번 열었다. 그가 이번에는 시집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원고지 120매에 이르는 시집 해설(정과리)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듯이, 『들소 바위』는 개성과 창의력이 넘치는 표현으로 ‘인문주의’와 ‘자연주의’를 융합한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이는 자연을 객체이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서양의 오랜 이분법적 자연관(自然觀)뿐 아니라, 자연에 몸을 맡겨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동양의 안빈낙도 자연관마저 뛰어넘은 세계이다. 이곳에서는 자연이 인간처럼 사유하고, 인간이 자연처럼 사유한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자유롭게 삼투하는 이 세계의 패스워드는 ‘생명’이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끝없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길은 무엇일까.”

  출판사 리뷰

원재길은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이다. 각 분야에서 절정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어 호평을 받는 종합 문학예술 작가이다. 지금껏 소설 15권, 시집 2권을 냈고, 그림 개인전을 여섯 번 열었다.
그가 이번에는 시집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원고지 120매에 이르는 시집 해설(정과리)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듯이, 『들소 바위』는 개성과 창의력이 넘치는 표현으로 ‘인문주의’와 ‘자연주의’를 융합한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이는 자연을 객체이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서양의 오랜 이분법적 자연관(自然觀)뿐 아니라, 자연에 몸을 맡겨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동양의 안빈낙도 자연관마저 뛰어넘은 세계이다. 이곳에서는 자연이 인간처럼 사유하고, 인간이 자연처럼 사유한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자유롭게 삼투하는 이 세계의 패스워드는 ‘생명’이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끝없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길은 무엇일까.”

인간만 살고 자연은 죽거나, 자연만 살고 인간은 죽는 길은 없다. 둘은 서로 연결된 유기체이며,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도 죽는다.
시인이 60편의 시 속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며 쓰는 표현 방식 또한 매우 독특하다. 시를 그저 무겁고 까다로운 문장의 집합으로 여기는 독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만하다. 그런 문장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다음 시는 시인이 자연에서 얻은 지혜를 시 쓰기에 활용하고 있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동시에 이 시집을 읽는 일은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어떤 이는 쉬운 이치를
끙끙대며 풀고
어떤 이는 어려운 이치를
술술 푼다.

구름은 쉽게 쉽게
하늘을 건너가고
강물은 슬렁슬렁
바다로 흘러간다.
― 「슬렁슬렁」 부분

자연과 인간이 부딪쳤을 때 불꽃처럼 빛나는 풍경
솔숲과 바다를 지나온 바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
어떤 고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생명력 예찬!


원재길 시인은 전원과 도시에서 생애의 절반씩을 살았다. 서울 변두리 논밭 사이에서 태어나 자랐고, 그곳이 도시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온몸으로 겪었다. 줄곧 같은 곳에서 살다가 지금부터 스무 해 전에 강원도 산마을로 들어갔다.
『들소 바위』는 시인의 문명 체험과 자연 체험이 서로 어우러져 빚어낸 언어들로 이루어졌다. 이 언어는 때로 어린아이들의 노래처럼 맑고 경쾌하고,

구름 모자는 날 만난 듯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산꼭대기는 말을 안 끊으려고
꾹꾹 참다 쿡쿡 웃어요.
덩달아 웃던 돌멩이들
저 아래 용머리 해안 쪽 비탈로
똑똑 또르르르 굴러요.
― 「구름 모자」 부분

노자와 장자의 세계처럼 느긋하며 그윽하며,

귀여운 살덩이
포동한 아기 궁둥이
내 머리에 한번 대 보고는
아무쪼록 탈 없이
잘 돌아가거라.
― 「귀여운 것들」 부분

종합예술 퍼포먼스처럼 경이롭고 눈부시다.

오솔길에 잘못 내린 구름은
돌돌 구른다.
아이 굴렁쇠가 뒤따르고
겨우내 늘어졌던 나무들
흙물 쭉쭉 빨아올리며
허리 곧게 편다.
― 「봄날의 환(幻)」 부분

시인이 바라보는 자연 만물과 인간들은 겉모습이 다를 뿐, 서로 바탕이나 본질이 다르지 않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땅은 곧 우리의 어머니다.

땅은 우리 모두를
먹여 살려요.
어머니와 같지요.
어머니 얼굴에
침 뱉지 말아야겠어요
― 「침」 부분

어떤 때 자연은 느닷없는 폭우와 가뭄, 돌풍으로 인간들을 위협한다(「홍수와 가뭄에 관한 메모」 , 「그 바람」 ). 그러나 이런 위협은 인간 세상에서 더없이 중요한 덕목인 겸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비유로 기능한다.

사람이 사람 볼 때도
한껏 자세 낮추면 올려본각
덩달아 마음 낮추게 되겠지.
그만 일어나 나무를 껴안는데
기특한 녀석, 하고
잔가지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 「참나무」 부분

『들소 바위』에서 자연은 인간 세상의 희로애락을 빗대어 드러내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느닷없는 재난이 빚어낸 당혹감(「흑판」),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수국」, 「그늘」), 사랑과 무관심의 충돌(「우화 2」), 희망 없는 삶의 무기력함(뒷걸음치다」), 지나친 호기심의 위험성(「구멍), 그리고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이런 시들이 그러하다.

차 한 대 쌩 지나가고
어미 개는 흠칫 놀라
멍하니 쳐다보고
잠깐 무슨 생각을 하다가
다시 핥는다.
사랑을 덜 받고 떠난
어떤 생을
― 「어떤 생」 부분

원재길은 몸소 오랜 날 너른 논밭을 일구며 농사를 지어온 사람이다. 이 점이 그의 시를 단순한 자연 관찰기를 넘어, 자연 철학에 이르게 한다. 그에게 녹색은 시각이 아니라 온몸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색이며(배부른 색), 밥 한 그릇을 먹는 일은 숭고한 의식으로 바뀌고(「국밥」), 고라니와 멧돼지와 벌레들은 인간에 버금가거나 더 나은 존재가 된다.

고마웠어요, 내년 봄에 다시 만나요. 개미와 돈벌레,
지네, 방아깨비, 메뚜기, 도마뱀, 거미, 지렁이, 굼벵이,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온갖 벌레들.     땅을 지키고
사람을 살리는, 자연의 주인이자 생명의 은인들.
― 「벌레들」 부분

이 시집의 큰 주제는 자연이 우리에게 끝없이 보여주는 ‘불멸의 생명력’이다. 천년만년 묵묵히 한곳을 지키며 풍파를 이겨내는 나무와 바위는 이런 생명력이 절정에 이른 모습이다.

건들바람이 길게 불며 어깨 치고 겨드랑이 간질일 때는,
큼큼 콧소리 내거나 빙그레 웃을 법도 하지만,
그 나무 꼼짝 않고 서 있을 뿐 아무런 말이 없다오.
― <말이 없다> 부분

어떤 짐승보다 커 보이고
한때는 몇 곱절로
다부지고 우람하여
세상 두려울 게 없었을 바위
깎이고 또 깎이며
묵묵히 세파를 견딘다는 말이 무언지
어떤 때 쓰면 딱 좋은지
온몸으로 보여준다.
― 「들소 바위」 부분

따라서 이 시집을 읽는 일은 우리가 세상살이에 지쳤을 때, 빠르게 삶의 생기와 활력을 되찾는 길이 된다.




하나는 북한 땅 금강면 옥발봉
또 하나는 태백시 금대봉에서
먼 길 쉬지 않고 달려와
왠지 낯선 물빛
색다른 냄새에 멈칫
곧 서로 몸 섞는 곳.
처음 짝 만난 기쁨에
곱절 넘게 물 불어나는 곳.

그 물 보러 오는 이들이
잠깐도 끊이지 않아
만나고 또 만나고
헤어지고 또 헤어짐이 예삿일임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
가끔 바람 쐬러 들르면 좋고
오래 안 들르면 허전한 곳.

길고 둥근 모래섬 끝
열댓 길 느티나무 아래
숨 돌리며 귀 씻는 곳.
혼자 오는 이들도 많아
벤치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무언가 뒤적이거나
어색한 낯으로 서성대는 곳.

어지러운 마음을 물에 적셔
정성껏 감다 고개 들면
물 흐름이 보이는 곳.
내 마음의 흐름을
그때그때 달리 비추어
물살이 성마른 자리도 있고
무척 느긋한 자리도 있어
일렁이고 출렁거리고
넘실대고 내달리는
모든 수력의 집합

하늘과 물이 스치고
부딪히고
되튀며 빚는
개울과 시내
여울과 강에 관한 시편들이
물수제비뜨고 퍼덕퍼덕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곳.
새들이 시를 부리로 물어
나무 둥지로 나르는 곳.

혹시라도 아는 이를 만날까
설레는 곳.
누구하고도 말 못 나누고
그늘에 내려놓았던 생각들
실바람에 실어 보내고
슬렁슬렁 돌아
휘적휘적 떠나는 곳.

― 「두물머리」

참되어 참나무
진짜 나무 참나무
저마다 이름 뜻 남달라
졸참, 상수리는 야무져라
갈참, 굴참은 싱그럽고
신갈, 떡갈은 넉넉하여라.

돌만큼 줄기 단단해
가뭄에도 잎 풋풋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다는
참나무 언덕에 올라앉아
한껏 고개 젖히다가
벌렁 눕는다.

꺽다리들, 모두 어찌나 큰지
우듬지는 어림도 없고
어깨까지도 눈에 안 잡혀
이렇게 보는 각도는
예각이나 둔각이 아니라
올려본각 구십 도.

나무를 우러러보는 사이
새록새록 생각이
맑고 깊어지며
이른 봄날 아침
아직 코와 귀 시린데
나뭇잎 너머 구름 빛
눈부시기도 해라.

사람이 사람 볼 때도
한껏 자세 낮추면 올려본각
덩달아 마음 낮추게 되겠지.
그만 일어나 나무를 껴안는데
기특한 녀석, 하고
잔가지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 「참나무」

  작가 소개

지은이 : 원재길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학과를 나왔고, 같은 대학원 국문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6년 시동인지 「세상읽기」, 문예지 「한국문학」 「문예중앙」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지금 눈물을 묻고 있는 자들』(문학과비평, 1988), 『나는 걷는다 물먹은 대지 위를』(민음사, 2004)을 냈다. 『들소 바위』는 열아홉 해 만에 내는 세 번째 시집이다. 장편소설 『겉옷과 속옷』(문이당, 1993)을 발표하며 소설가로도 활동하여 『장 선생, 1983년 9월 원주역』(단강, 2020)에 이르기까지 열다섯 권의 소설을 냈다. 2023년 8월 현재 개인전을 다섯 차례 연 화가이기도 하다. 2001년 고향 서울을 떠나 강원도 원주 산마을로 이주하여,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목차

1부 여행
그늘/붕새/물고기 귀/구름 모자/다락방/흑판/무쇠 턱/그 바람/말이 없다/사인암에서/겨울 산행/길을 잃다/두물머리/들소 바위/귀여운 것들/흥원창

2부 일상
봄비/초대장/어떤 생/아침 식탁/어느 날 저녁에/돌멩이/참나무/수국/벤치/벌레들/벽화/철들어 가다/홍수와 가뭄에 관한 메모/배부른 색/미용사들/터지다/꽃, 나무들 1/꽃, 나무들 2

3부 환상
집 짓기/봄날의 환(幻)/삼월의 소리/하늘을 나는 물고기들/구멍/하얀 말/태양풍/구름 공장/우화 1 • 작은 꽃/우화 2 • 새장/하얀 사람/뒷걸음치다/보랏빛 나팔

4부 사람들
슬렁슬렁/국밥/빵과 석유/빛과 그림자/외출/고루 아름답다/생선 조리기/글밭/너, 그리고 나/침/싱겁게 주고받다/저 강물처럼/릴레이

해설 • 정과리(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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