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진 아프지 않았지 슬프지도 않았네[이파리처럼 하루하루 끝도 없이]는 서광일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으로, 「엎치락뒤치락」, 「그림자를 짓이겨 무릎에 발라 주었다」, 「비들이치는창가에팝송대백과」 등 5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서광일 시인은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1994년 [전북일보], 2000년 [중앙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뭔가 해명해야 할 것 같은 4번 출구] [이파리처럼 하루하루 끝도 없이]를 썼다.
“개인은 단지 하나일 뿐이지만 공동체는 여럿이다. 혼자서는 그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지만 여럿이 되면, 여럿이 힘을 모으면,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을 해낼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구성한 것이 아닌가. 그것이 역사의 진행 과정이었고, 나아짐이라면 나아짐이었다. 역사에 단순한 진보란 없지만, 지금까지 이루어 낸 것을 되돌려서는 안 된다. 역사는 나아져야 하고, 동시에 젊어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 아니 역사를 그렇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혼자라는 울컥거림”(「엎치락뒤치락」)을 벗어나, 혼자라는 단독자의 세계, 홀로 존재하는 유아론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를 다시 되돌이켜야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고, 또 서광일이 시로써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우리 삶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것, 그리하여 홀로의 삶에 빠져 부분과 파편으로만 사는 우리의 삶을 문제 삼는 것, 이를 통해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의 기반을 문제 삼고 그 바탕을 새로이 만드는 것,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과거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현재를 문제적 상황으로 파악하는 이가 갈 수 있는 방향이란 바로 여기이다.
서광일의 시는 나날의 노동에서 오는 곤고와 벗어날 수 없는 일상적인 가난과 누구든 죽음의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이 사회의 광포한 무도함을 자주 고발한다. 그러나 그러한 고발은 절망과 무력감을 토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을 문제 삼는 것은 과거를 추억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 이 시대의 무도함과 사회의 광포함이 있다. 무도함과 광포함을 지나기 위해 우리에게 시라는 다리와 매개가 필요하다.” (이상 전병준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엎치락뒤치락혼자라는 생각 닳지 않았다
바람과 파도는 닿지 않았다
어땠을까 겨울에 너는 구석구석 희뿌연 먼지
휴지에 물을 묻혀 막막한 안쪽부터 닦아 낼까
뱉다 만 한숨 추스르다 고개를 뒤로 젖힐까
그때부터 모로 튼 슬픔마저 삼켰는지
보일 듯 말 듯 수평선 혼자라는 윤곽
광어회에 초장을 듬뿍 찍어 상추와 깻잎을 겹쳐
어떤 희망 같은 걸 얹고 소주잔을 부딪치다 보면
조금씩 나아가는 느낌으로 달아오르는 것 같았는데
바다에 그리고 겨울에 왔지만
버티는 일이야말로 울음이나 눈물보다 멀미가 심해
지독한 바람 때문일 거라고 파도 때문일 거라고
방파제 끝까지 달렸지 가슴이 터져라 달렸지
잠시 숨을 멈출까 생을 저밀까
농담처럼 고여 묘지가 된 자리
홀로
지난 계절에는 지하철에서…… 화력발전소에서…… 방 안에서……
고시원에서…… 노동자가, 작가가, 배우가, 세 모녀가,
선량하기만 했던 누군가와 누군가가 튕겨 나가
아무 데나 깨져 박힌 돌멩이 파편처럼 떠났지만
세상은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문득문득 혼선되며 연락이 닿는 듯했으나
어설프게 은폐된 문장들만 맴돌아
사람들은 어느새 퇴화를 선택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으려고
혼자…… 낯선 골목에 접어들면
늘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처럼
돌아서지도 못한 채 경직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같지만 그게
사랑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내가 나를 죽이는 것 같지만 그게
누군가를 죽이지 못해 대신 죽이는 것이라면
주체할 수 없는, 숨겨지지 않는
그게 감정인지 상태인지 욕망인지
불분명한 울렁거림
혼자라는 울컥거림
그림자를 짓이겨 무릎에 발라 주었다온종일 쉬지 않고 은행잎이 내렸다
도로에 터져 죽은 새처럼 바스러질 것 같아
택배 상자에 적힌 이름과 주소 위에다
검정 유성 매직펜을 덧칠하는 중이지만
그림자가 흘러내리도록 울 수 있다면
마음에 심장처럼 판막이 있다고 오해했다
한참 말문이 트이던 때 같았는데
엄마는 아궁이에서 연탄을 꺼내며 울었다
방이 한 칸, 부엌도 하나, 눈물은 두 개
연탄구멍은 너무나 많아
두꺼운 솜이불 아래 입김만 내민 채
엄마 눈에 달린 여러 개의 그림자를 세다가
잠이 들었고 겨울이 다 가 버렸다
투두둑 떨어져 내리는 고드름
언젠가 저토록 허망한 소리를 내며 떠날 텐데
쌀이 떨어지면 덩달아 연탄도 떨어져
어떻게 울음에서 소리만 걸러 내고 엄마는
삼십 촉 전등알처럼 깜박거렸을까
올이 풀려 버린 잠의 뜨개들
부르트도록 하얗게 일어난 거스러미들
그림자마저 무너뜨리고 파헤쳐서 도굴하는 굴착기
철로 위에서, 소스 배합기에서, 철제 코일 아래서
좁은 골목에서 믿을 수 없는 심폐소생술이 시도됐지만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마음이 생각을 들어 올리는 지렛대라고 믿었던 것 같다
기억상실증이 오면 내가 누구인지 뭘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숨은 잃어버리지 않을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학교와 병원까지 폭격했고
핵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계획을 당차게 발표했다
신은 질문의 방향일 뿐
대답을 구하는 건 너의 그림자거나 나의 그림자
그림자 저편에 뭘 박아 대는지 관자놀이가 온종일 아팠다
심하게 넘어지며 바닥에 끌리고 쓸려서
마음이 잘 일어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