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프랑스 국립대학 한국학 창설자이자 문학비평가, 한국문학 공동번역가로 활동하는 장클로드 드크레센조의 흑백 사진첩에 피어나는 인간에 대한 미학적 단상. 한국 사진작가 김기찬, 조세희, 마동욱 작품 세계에서 만난 흑백의 삶. 사라져버린 것들의 흔적을 찾으면 찾을수록 커져만 가는 그리움 속에서 머묾과 떠남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출판사 리뷰
한국문학 연구가 드크레센조의 ‘사진을 읽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헌사
“공기의 입김을 받아 쓴 이 책은 빛을 향한 여행이다.
움직이지 않아도 사진 속 인물들은 삶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표현한다.
나는 사진이 지닌 이 같은 상승의 위력에서 모든 존재에게 필요한 빛을 찾으려 했다.”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2023 한국문학번역상’ 대상(프랑스어) 수상자!
프랑스 국립대학 한국학 창설자이자 문학비평가,
한국문학 공동번역가로 활동하는 장클로드 드크레센조의
흑백 사진첩에 피어나는 인간에 대한 미학적 단상
한국 사진작가 김기찬, 조세희, 마동욱 작품 세계에서 만난 흑백의 삶!
사라져버린 것들의 흔적을 찾으면 찾을수록 커져만 가는 그리움 속에서
머묾과 떠남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발터 벤야민은 카메라에 찍히는 것은 “인간이 의식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무의식의 공간이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승우는 추천의 글에서, 그가 거리 풍경을 담은 사진들에서 “그 시대의 기운을 읽고,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마침내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인간’을 획득해낸다”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한국 정치,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 온 저자는 특히 한국 사진작가 김기찬, 조세희, 마동욱의 작품 세계에서 70~80년대의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고 읽으며,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긴 그 시절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의 오랜 한국 사랑이 이제는 사라지고 모든 것이 바뀐 세계를 재구성하며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고 근원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마르세유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어느새 마르세유 골목과 서울 골목 풍경을 오가며 정다운 이웃들의 일상을 훔치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가교 역할을 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70~80년대의 흑백 사진 속 서울 골목 풍경, 좁은 비탈길, 어느 한적한 마을 풍경들은 우리네 정겨운 삶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본질에 대한 추억으로 이끈다. 그가 관찰한 거리는 아이들 세상이며 길은 사적 공간의 연속이고 집 문턱의 연장이다. 그가 만난 흑백 사진 속 아이들의 웃음은 고단한 삶에 한 줄기 햇살처럼 반짝이고 있다.
프랑스 국립대학 한국학 창설자이자 문학비평가, 한국문학 공동번역가로 활동하는 그는 최근 이승우 장편소설 『캉탕』을 프랑스어로 공동번역하여 ‘2023 한국문학번역상’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진만이 사라진 현실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우리를 이미지 앞에서,
그 명백한 진실 앞에서 더욱더 홀로이게 한다.
우리가 그 시간의 일부였기에.”
그가 관찰한 김기찬의 사진은 사라짐을 연출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존재를 되비추고 상황의 이전과 이후를 포작하며 시선에 순간의 감미로운 격정을 선사한다고 말한다. 조세희의 사진 작업에는 80년대의 삭막한 풍경, 고된 노동이 담긴 “오직 생생한 현실의 포착만 존재할 뿐”이다. 이미지에 잠식된 시대에 마동욱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여행으로의 초대이고 시선은 드넓은 풍경에서 낱낱의 그리움으로 길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가 포착한 세계에서 그의 언어는 눈부시도록 명징하다. 문학비평가이자 오랜 한국문학 연구가 장클로드 드크레센조는 최근 <2023 세계한국어한마당> 국제학술대회 개회식에서 ‘언어의 가장 빛나는 종착지, 문학’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 책은 평범한 거리, 일상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에서 그가 찾아낸 평범하지 않은 의미들의 기록이다. 말하자면 “시각이 미처 인지하기 전에 명치에 가하는 한 방의 타격”(김기찬의 사진에 대한 표현) 같은 것이다. 그에게는 한국의 거리와 사람들이 찍힌 이 사진들이, 한국 작가들이 쓴 소설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텍스트였던 것이다. 그의 사랑은 오래전부터, 그 기원과 연유를 헤아리기 어렵지만 한국에 붙들려 있다. -이승우(소설가)
“흔적과 추억은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아쉬워하기보다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상실을 메우고 추억의 빈틈을 채우고자 회귀할 때는 존재하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 한데 돌아간 곳은 꿈꾸던 그곳이 아니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무엇도 알아볼 수가 없다. 사진만이 사라진 현실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우리를 이미지 앞에서, 그 명백한 진실 앞에서 더욱더 홀로이게 한다. 우리가 그 시간의 일부였기에. 살아본 적 없는 나라와 시대에 대해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을까? 붙잡아둘 기억조차 없는데도 그리움이 솟아나는 원천은 무엇일까? 정치, 사회 문제에 늘 관심이 많았던 나는 먼발치에서 한국의 어려운 시절을 지켜보았다.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이 사진들을 만났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었고, 그 속에서 영혼들이 떠돌고 있었다. 사진 속 인물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들 중 몇몇은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잊힌 사람들, 인연의 기나긴 끈으로 끝없이 이어져 사진 속 인물로 표상된 바로 그들이다.
좁은 비탈길, 폭이 넓은 넥타이를 맨 남자, 하품하는 할머니, 장난꾸러기들, 나팔바지 입은 아가씨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는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 마을로 발걸음을 돌리면 이 장면들은 늘 살아 있고, 우리의 기억도 되살아난다. 멀리서 말 없는 가교를 꿈꾸었을 때 나는 그들을 만났고, 그들의 존재를 알아보았다. 이제는 이 사진들을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존재할 수도 있었던 것’을 그리고자 한다.
-서문, <흑백의 삶> 중에서
어느 비탈진 골목길에 빼앗긴 마음은 이제 그 사진들 없이 한 나라의 크고 작은 사건을 떠올리지 못한다. 흔적은 남아 있어도 더 이상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 어떤 시절과 장소, 인물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이 같은 역설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라져버린 것들의 흔적을 찾으면 찾을수록 커져만 가는 그리움 속에서 머묾과 떠남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고, 어떻게 풀이할 것인가? 김기찬의 사진은 사라짐을 연출한다. 존재를 되비추고 상황의 ‘이전’과 ‘이후’를 포착한다. 그의 사진은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법이 없고, 시선에 순간의 감미로운 격정을 선사한다.
- <골목 풍경을 사랑한 김기찬을 기리며>
도시는 언어와 더불어 태어난다. 성스러운 말이든 세속의 말이든 언어가 이 한정된 공간을 채운다. 이탈리아 남부 도시는 골목으로 넘쳐난다. 골목을 거닐고 골목에서 만나고 골목에서 서로 부르고 담소를 나눈다. 대개 원형인 작은 광장에서 단어들이 어우러져 돌고 또 돌아간다. 길은 외로운 이를 맞이하고, 그를 다른 고독에 이어준다. 낱말들이 허공으로 날아간들 어떠하랴. 파도가 되밀려오듯 다음날이면 돌아와 새 힘을 얻을 텐데.
- <우리가 잃어버린 것 2>
나는 옛집이 새 건물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모습이 좋았다. 이 꼭대기 층 베란다에서 보이는 판잣집과 개야말로 승리를 목전에 둔 적진의 포위 속에서 최후의 저항을 벌이는 고립지대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제 두 발로 서서 살아갈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저 꿋꿋한 인물들을 지켜보았다.
- <의정부의 오막살이>
작가 소개
지은이 :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엑스마르세유대학교(Aix-Marseille Universite) 한국학 창설자. 문학평론가, 번역가. 1952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출생, 릴 제3대학교 대학원 박사. 엑스마르세유대학교 아시아학연구소(IRASIA) 객원연구원. 2002년 엑스마르세유대학교 한국학과를 창설하고 2018년까지 주임교수로 재직했다. 2017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 2009년 부인 김혜경 교수(엑스마르세유대학교 한국어과 교수, 한국어 보급의 산증인이다)와 함께 프랑스어판 한국문학 문예지 ‘글마당’(www.keulmadang.com)을 창간하고 프랑스 출간 한국 문학작품을 정기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2011년에는 한국문학 출판사 ‘드크레센조’(Decrescenzo Editeurs)를 설립하고 한국 소설가 이승우, 한강, 은희경, 김애란, 정유정 등과 고전문학가 박지원, 이태준, 그리고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작품을 출간하였다. 한국문학 공동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문학평론가, 번역가, 출판인으로 20여 년간 프랑스에 한국문학을 알리는 데 기여해 왔다. 그의 다수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었으며, 이승우 작품의 상징과 주제를 해석한 『다나이데스의 물통』(문학과지성사, 2020)과 『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문학과지성사, 2023)이 출간되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프랑스 내 ‘한국의 해’ 감사패, 2016년 한국문학번역원 공로상 수상. 2023년 김달진문학관이 주관하는 제14회 창원KC국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국립국어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는 <2023 세계한국어한마당> 국제학술대회 개회식에서 ‘언어의 가장 빛나는 종착지, 문학’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최근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김혜경, 두 번역가는 이승우의 장편소설 『캉탕』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2023 한국문학번역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목차
추천의 글: 이승우
서문: 흑백의 삶
골목 풍경을 사랑한
김기찬을 기리며
- 우리가 잃어버린 것 1
- 우리가 잃어버린 것 2
- 돌계단의 미소
- 의정부의 오막살이
- 죽음의 도시
- 거리는 우리들 세상
- 길모퉁이 복덕방
- 개만 안 웃는다
- 우산을 짚고 있는 소녀
- 그 시절 그 몸짓
- 하품하는 할머니
- 통증을 없애드립니다
생생한 현실의 포착,
조세희를 기리며
- 열린 문, 닫힌 문
- 아이의 존엄성
- 널뛰기
- 창문에 대한 사회학적 단상
- 한 푼은 한 푼일 뿐
- 공기와 꿈
겹눈의 사진작가
마동욱을 기리며
- 어느 한적한 마을
- 사라진 유년 시절에 바치는 글
- 일을 마치고
- 망중한(忙中閑)
- 소달구지
이름 모를 이들과
또 다른 이들을 기리며
- 골목에 바치는 시
- 시장에서
- 할머니, 나의 할머니
- 노래하고 춤추는 두 아이
- 두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
- 움직이지 않는 장면
끝맺으며
감사의 말
사진작가 연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