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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책
검은숲 | 부모님 |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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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기이한 환상과 망상을 그려내는 작가 오다 마사쿠니의 소설집 《화禍》가 검은숲에서 출간되었다. 오다 마사쿠니는 국내에도 소개된 전작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2012)에서 ‘책에도 암수가 있어서 함부로 붙여놓으면 뜻밖의 책이 잉태되고 만다’라는 독특한 설정을 선보이며 “홀린 듯 읽게 되는, 일본식 환상적 리얼리즘의 모범”이란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상상력과 현실·비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무는 탁월한 필력, 환상과 망상을 통해 욕망이나 불안, 공포, 혐오 같은 인간 심연의 원초적 감정들을 수면 위에 드러내는 개성 강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확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잔월기殘月記》(2021)로 제43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과 제43회 일본SF대상을 동시 수상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린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작가적 기량의 절정을 엿볼 수 있다.

책을 먹고 책 속 환상에 잠식돼가는 남자를 그린 <식서>, 타인의 귓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읽고 조종하는 기괴한 능력을 다룬 <미미모구리>, 잘라낸 코를 심어 인간을 재생산하는 <농장>, 머리카락을 신으로 모시는 신흥종교(<머리카락 재앙>), 바이러스처럼 사람 간 접촉으로 전염되는 노출증(<나부와 나부>) 등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그로테스크한 소재와 이야기들은 언뜻 일본 호러 만화 거장인 이토 준지의 작품이나 오성대 작가의 인기 웹툰 ‘기기괴괴’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이 소설은 일본 현지에서 이토 준지와 소설가 온다 리쿠를 비롯해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사들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이례적으로 출간 전 만화화가 결정되면서 한층 기대감을 높였다.

  출판사 리뷰

“우리는 먼 옛날 지옥에 떨어져서 여기 있는 거야.
익숙해진 나머지 지옥은 더 아래쪽에 있다고 착각하는 거지.”

인간 심연의 가장 깊은 어둠을 뒤흔드는
일곱 가지 악마적 이야기

“《화》의 악몽에 젖어들면서,
나는 끝없는 만화경 속을 헤매었다.” _이토 준지(만화가)

“극한의 상상력.” _온다 리쿠(소설가)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일본SF대상
사상 첫 동시 수상한 일본 문단의 총아, 오다 마사쿠니
10년여의 구상 끝에 마침내 선보이는 압도적 환상과 공포의 세계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기이한 환상과 망상을 그려내는 작가 오다 마사쿠니의 소설집 《화禍》가 검은숲에서 출간되었다. 오다 마사쿠니는 국내에도 소개된 전작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2012)에서 ‘책에도 암수가 있어서 함부로 붙여놓으면 뜻밖의 책이 잉태되고 만다’라는 독특한 설정을 선보이며 “홀린 듯 읽게 되는, 일본식 환상적 리얼리즘의 모범”이란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상상력과 현실·비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무는 탁월한 필력, 환상과 망상을 통해 욕망이나 불안, 공포, 혐오 같은 인간 심연의 원초적 감정들을 수면 위에 드러내는 개성 강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확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잔월기殘月記》(2021)로 제43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과 제43회 일본SF대상을 동시 수상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린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작가적 기량의 절정을 엿볼 수 있다. 책을 먹고 책 속 환상에 잠식돼가는 남자를 그린 <식서>, 타인의 귓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읽고 조종하는 기괴한 능력을 다룬 <미미모구리>, 잘라낸 코를 심어 인간을 재생산하는 <농장>, 머리카락을 신으로 모시는 신흥종교(<머리카락 재앙>), 바이러스처럼 사람 간 접촉으로 전염되는 노출증(<나부와 나부>) 등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그로테스크한 소재와 이야기들은 언뜻 일본 호러 만화 거장인 이토 준지의 작품이나 오성대 작가의 인기 웹툰 ‘기기괴괴’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이 소설은 일본 현지에서 이토 준지와 소설가 온다 리쿠를 비롯해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사들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이례적으로 출간 전 만화화가 결정되면서 한층 기대감을 높였다.

‘머리카락은 신기하다. 지금까지 제 머리에 자라 있던 건데도, 가위로 잘라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꼭 시체처럼 보이니 말이다. (……) 머리카락만이 가진, 그 독특한 죽음의 그늘. 살아 있는 몸에게 배신당해, 산 자의 세계에서 추방당했다는 양, 원망스럽게 흩어진 그 검은 머리카락들.’ _<머리카락 재앙>에서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혐오스러운,
우리 ‘몸’이 피워 올린 일곱 색깔의 지옥


《화》에는 작가가 10년여에 걸쳐 구상하고 써 내려간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발표한 시기도 작품의 색깔도 일견 제각각인 듯 보이지만, 하나의 키워드가 전체를 관통한다. 바로 인간의 ‘몸’이다. 작가는 일본 출간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12년 전 처음 잡지에 ‘귀’를 모티프로 한 단편을 발표한 이후, ‘인체’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써서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내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그 바람대로 이 책에 실린 수록작들은 입(식서), 귀(미미모구리), 눈(상색기), 살(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 코(농장), 체모(머리카락 재앙), 나신(나부와 나부)까지…… 누구나가 갖고 있는 익숙한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해 낯설게 만들고, 독자로 하여금 자기 몸에 강렬한 위화감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신체’가 촉발시킨, 복잡기괴한 인간의 내면과 광기를 집요하리만치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이 붕괴하는 순간을 독자의 뇌리에 깊이 각인시킨다. 생과 사의 표상이자 쾌락과 고통의 원천이며, 아름다움과 혐오스러움이라는 정반대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우리 ‘몸’에 얽힌 이야기들은 시종일관 섬ㅤㅉㅣㅅ하고 으스스하면서도 결코 손에서 놓을 수는 없는 강렬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오다 마사쿠니는 2009년 데뷔한 이래 단 네 권의 책을 출간한 과작寡作의 작가이지만, 한 작품 한 작품 발표할 때마다 이전의 한계점을 돌파하며 문단 내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2009년 발표한 첫 번째 소설 《증대파에게 고한다》로 온다 리쿠, 스즈키 고지, 모리미 도미히코 등을 배출한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을 수상하며 뚜렷한 색깔과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두 번째 소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로 트위터문학상 1위에 오르며 독자를 사로잡는 필력과 대중성을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작품 《잔월기》에서는 한층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세계관,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아우르는 압도적 필력을 선보이며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과 일본SF대상을 거머쥐고 서점대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었다. 현재 오다 마사쿠니는 차기 행보가 가장 기대되는, 일본 문단의 유망주로 손꼽힌다. 이제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 독자들마저 사로잡고 있는 그의 신작 《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는 독자 여러분을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재앙禍’ 속으로 초대한다.

■ 수록 작품 소개

식서食書
책장을 찢어 ‘입’에 넣는 순간, 책 속 세상이 현실이 된다.

미미모구리耳もぐり
타인의 ‘귓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읽고 조종하는 섬ㅤㅉㅣㅅ한 기술

상색기喪色記
‘눈’ 속에서 연기처럼 나타난 의문의 소녀,
그리고 세상을 멸망시키는 잿빛 짐승들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柔らかなところへ帰る
퇴근길 버스에서 마주친 풍만한 ‘가슴’의 여인,
그리고 시작된 불온한 환상

농장農場
노숙자로 전락한 청년에게 농장 일자리를 제안한 남자,
그를 따라간 곳에서 마주한 끔찍한 ‘작물’의 정체

머리카락 재앙髪禍
‘머리카락’ 신을 섬기는 신흥종교 행사장에서 목격한 소름 끼치는 의식

나부와 나부裸婦と裸夫
어느 날 전철에 나타나 승객들을 공격한 ‘전라’의 남자,
그와 접촉한 뒤 하나둘 노출증에 감염되어가는 사람들

하루하루 세력을 더해가는 허구 앞에서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현실이 부드러운 배를 보이며 뒤집어져 있었다. 이제 내가 상상하는 이 현실 세계는 현란한 허구 세계의 이음새로 흐르는 지저분한 강 같은 것이었다. 허구에서 허구로 직접 건너갈 수 없어서 일일이 현실이라는 시궁창에 깊이 몸을 담가야 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돌아올 때는 ‘가라앉는’, 그리고 허구로 들어갈 때는 ‘떠오르는’ 거의 육체적인 감각이었다. 나는 24시간 그 부침을 계속하며 너덜너덜한 몸과 정신으로 생각했다.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파멸적인 일이.
_<식서>

그 순간은 불현듯 찾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인간의 귀에 들어간 순간이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그 신기한 감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추락감’일까요. 뜻밖에도 상대의 귓속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먼저 몸이 붕 뜨는 부유감에 휩싸이고, 다음 순간에는 상대의 귓구멍과 자신의 손 모양이 저 밑으로 보이는데, 그 역시 거대한 우물에 팔목을 잡혀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네, 한마디로 무섭죠. 익숙해질 때까지 20~30번은 들어가봐야 하지 않았을까요. 옆에서 보기에는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순간을 늘려놓은 것 같은 감각에 빠져, 한없이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추락하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여유가 생기면 일종의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지만 나오지 않는, 기나긴 사정과도 같은 쾌감을요.
_<미미모구리>

살아남는 자들도 있었다. 행려병자처럼 며칠이나 그곳에 방치되었다가, 어느 날 스르륵 일어나 새로운 잿빛 짐승들의 일원으로 거리를 헤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회인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마음 같은 건 한 조각도 없는 듯했지만, 어딘가에서 동료를 원하는 본능이 작동하는지, 한 사람 또 한 사람 모여 이내 집단을 이루어, 망자의 무리처럼 느린 걸음걸이로 밤낮없이 끊임없이 배회한다. 의외로 회인들이 직접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없고, 그저 죽은 눈동자로 느릿느릿 걸어 다닐 뿐이지만, 그렇다 해도 이 세계에 해를 끼치고 있는 건 분명했다. 필시 회화라는 역병의 첨병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균을 흩뿌리며 방황하는 것이다.
_ <상색기>

  작가 소개

지은이 : 오다 마사쿠니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나 간사이대학교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소년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노숙자의 광기를 그린 《증대파에게 고한다》로 제21회 일본 판타지노벨대상을 수상하며 데뷔, 독특한 상상력과 인간 심연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필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2년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로 제3회 트위터문학상 1위에 올랐으며, 2022년에는 9년 만에 선보인 신작 《잔월기》로 제43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과 일본SF대상을 최초로 동시 수상하고, 서점대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었다. 데뷔 후 15년 가까이 단 세 편의 작품을 발표한 과작寡作의 작가임에도, 매번 확고한 색깔과 필력을 보여주어 차기 행보가 가장 기대되는 일본 문학계의 유망주로 꼽힌다. 10년여의 구상 끝에 완성한 신작 《화》에서 그는 눈, 코, 입, 귀, 머리카락까지, 인간의 다양한 ‘신체 부위’를 모티프로 섬ㅤㅉㅣㅅ하면서도 결코 손에서 뗄 수 없는 강렬한 이야기들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출간 전부터 호러 만화 거장 이토 준지, 소설가 온다 리쿠 등의 찬사를 받았고, 극한에 이른 상상력과 압도적 문장으로 일본을 넘어 아시아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목차

식서食書
미미모구리耳もぐり
상색기喪色記
부드러운 곳으로 돌아가다柔らかなところへ帰る
농장農場
머리카락 재앙髪禍
나부와 나부裸婦と裸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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