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원작 작가이자, 장편소설 《관리자들》 《광인》 등을 집필한 이혁진의 신작 위픽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이 출간되었다.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슈마허’가 도로를 활주하는 근미래,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는 ‘재호’와 그의 회사는 곤란한 문제를 마주한다. 슈마허의 자체 결함에서 발생하는 사고들로 인해 회사의 존폐를 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면 할수록 매번 더 어려운 문제가 닥쳐오고, 재호는 단순히 기술의 개발만으로는 풀어내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고뇌에 빠지고야 만다. 기술과 인간, 사회적 책임과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는 현대사회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위치과 그 윤리적 복잡성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어느 늙고 미친 여자가 이 하찮은 일에 자기 목숨을 걸었다고”
인공지능이 주체가 된 시대, 우리를 구원하는 가장 인간적인 것
장편소설 《사랑의 이해》 《관리자들》 《광인》 등을 출간하며 계급적 차이에서 오는 개개인의 서로 다른 입장과 미묘하게 비틀린 관계의 결을 포착해온 작가 이혁진의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신작에서는 완전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활보하는 근미래, 자동차 회사에 초점을 맞춘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사회적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가 교차하는 가운데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갈등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기술 사회의 복잡성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인간의 교육과 이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대.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슈마허’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한 기술자 ‘재호’에게 풀기 어려운 문제가 주어진다. 바로, 그의 아들인 ‘건주’가 걸을 수 있음에도 걷기를 포기하고 아동용 이동 의자인 ‘무버’에게 온전히 의존하기를 선택한 것. 인간의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마허 개발에 온 젊음을 바쳐왔지만, 막상 점점 걷는 능력을 잃어가는 아들의 모습 앞에서 재호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난감할 뿐이다. 한편, 대중의 찬사와 시장의 기대치에 힘입어 슈마허의 판매량은 점차 높아가고 회사의 앞날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다. 단, 그날의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말이다.
폭설이 쏟아지는 겨울의 어느 날, 학원 재단 이사장 한영인은 멀리서 뛰쳐오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부딪혀 함께 도로로 굴러떨어지고 마주 오던 슈마허에 치이고야 만다. 병실에서 깨어난 영인은 자신을 향해 덮쳐오던 슈마허를 향한 생생한 분노에 사로잡힌다. 몇 해 전 남편과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인간에게 허용된 모든 감정을 잃어버린 것만 같던 영인은 오랜만에 “그 분노가 일깨우는 자신의 존엄을”(153쪽) 새삼 깨닫는다. 어떠한 합의도 어떠한 타협도 없이 사고의 정황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 슈마허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하지만, 재호의 회사는 그 요구를 번번이 묵살해버린다. 슈마허의 기동에는 절대,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서늘한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 하지만 영인을 회유하려는 회사의 모든 노력은 영인의 단단한 결심 앞에서 수포로 돌아가는데…….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슈마허는 기계일 뿐이고, 때문에 어떠한 윤리적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계를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들에게 슈마허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기 때문에,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느끼는 책임감은 어떤 것이냐고. 사랑을 하는 사람,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는 사람으로서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심지는 과연 무엇이냐고 말이다. 작품은 “인공지능이 주체, 인간이 객체가 된”(8쪽) 근미래에 우리 인간들이 품을 법한 질문과 각자의 의견을 끊임없이 풀어내며, AI에 대한 기대와 환희 속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고찰하게 한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시작으로,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슈마허는 재호가 개발한 완전자율주행 인공지능의 이름이었다. 운전자 없이 주행도 하고 주차도 하는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은 많은 회사가 오래전부터 시도해온 것이지만, 상용화 단계까지 성공한 건 재호의 회사가 최초였다. 업계에서는 즉각 경탄과 찬사를 보내며 성과를 조명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닥 놀라워하지 않았다. 슈마허가 경이로운 주행과 주차 능력을 보이고 외부 환경에 맞춰 내부 온습도뿐 아니라 조명까지 조절해주는 시연 영상에도 이제 인공지능이라면 이쯤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었다.
각자에게 하나씩 있을, 자기 젊음을 용광로에 녹여 한 숨 한 숨 불어 만들어낸 맑고 얇은 유리병 같은 것, 그게 재호에겐 슈마허였다.
반면 회사 대표이자 재호와 함께 회사를 세운 세희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감사 기도라도 올리고 싶을 만큼 다행스러웠다. 슈마허가 대체할 수많은 일자리, 이후에 시작될 광범위하고 중장기적인 변화를 생각하면 이처럼 무난하고 조용한 시장 진입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재호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미친 기술자라서가 아니었다. 아무리 운전을 잘하는 사람도 그렇게 되기까지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이었다. 슈마허가 충분한 데이터를 학습해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면 발생하는 효용 역시 한두 사람이 운전을 잘하게 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이를테면 차가 필요하지만 운전은 할 수 없는 수많은 장애인, 노인과 아이들에게도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었다. 끔찍하지만 실은 사람이냐, 인공지능이냐는 주체만 다를 뿐 도처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인간이 뭔가를 배우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혁진
2016년 장편소설 《누운 배》로 21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사랑의 이해》 《관리자들》 《광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