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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
포지션 | 부모님 |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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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말이다. 21세기 휘황한 문명 세계는 유토피아인가? 시인 김유섭은 세 번째 시집 『비보이』에서 아니라고 한다. 인류가 살아온 수천수만 년의 역사 그 어떤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첨단 문명의 삶을 산다고 자부하는 현대인들에게 망상과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출판사 리뷰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말이다. 21세기 휘황한 문명 세계는 유토피아인가?
시인 김유섭은 세 번째 시집 『비보이』에서 아니라고 한다. 인류가 살아온 수천수만 년의 역사 그 어떤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첨단 문명의 삶을 산다고 자부하는 현대인들에게 망상과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화려하고 눈부셔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연 파괴, 기상재해, 인종 혐오, 양극화, 기아와 빈곤, 마약, 범죄, 전쟁과 핵 공포, 극한 경쟁의 신자본주의에 신음하면서도 행복하다고 믿는 망상과 착각의 캄캄한 삶의 시대이다.
죽어가는 지구 위에 세워진 번쩍이는 불빛 마천루 빌딩들은 이미 멸망한 인류의 무덤이고 비석일 뿐이다. 어디로 가야 하나.
시집을 관통하며 흐르는 세계관은 ‘21세기는 디스토피아다!’이다. 시인은 바람 앞에 촛불을 온몸으로 감싸 안 듯, 망상과 착각에서 깨어나라고 소리친다. 시집으로 묶은 50편의 시에서 때론 부드럽고 따뜻하게 때론 격렬하고 차갑게 울고 웃고 춤추고 절규하면서 독자의 머리와 가슴을 때리는 천둥 번개의 데시벨로 다가와 속삭인다.

붉은 비
붉은 비가 내린다.
죽은 자의 자세로 서 있는 창문
날아가 버린 콘크리트 벽
잔해들

도시를 뒤덮는 그림자마저 붉다니
살을 뚫고 들어오는
방사능 빗방울 함성,
공중을 걸어 다니는 먼지 발자국

햇살과 바람의 냄새를 맡던 코가 사라진 두개골
증발해버린 피가
구름으로 회오리쳐 떠다니다가
세슘에 섞여 비로 내린다.

지나가 버린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수만 년째
붉은 비만 내리고 있다.

비보이
컵밥이 좋아,
자판기가 던져주는 하루가
가볍게 음미하는 삶에 오우, 소리 질러

버튼을 누르면 위이잉 쏟아져 나오는
바코드 찍혀 있는 하늘 바다 들판
뜨거운 물 부어서 2분 30초 기다렸다가 먹는
어디까지 날아오를까.

동전 하나로 되살아나는 웃음이 싫어
날개는 잘린 것인지, 삭제되었나?

대낮에도 즉석 별들이
은하수 유성으로 떠다니는
두 평 반 옥탑방에서 퍼덕거리다가

뒹굴뒹굴 반지하에서 질척거려보다가
뻥 내쫓겨, 시멘트 바닥을 굴러
비보이 춤을 춘다.

햇살 속으로 내리던 비
쨍쨍 햇살 빛나는 5월
바람 두둥 부는 날이었지.

비를 맞으며 걷자 했지.
셔츠 속으로 목을 밀어 넣고

플라타너스 가로수 이파리 아래를
비명을 지르면서 달렸지.

제과점 그늘막 밑에서
어깨를 감싸 안았던가.

세레나데 음표로 떨어지는
둘만의 빗방울 속

꽃물결 오선지 위로 걸어가자
마주 보며 웃었지.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유섭
2011년 『서정시학』 시 부문 신인상. 2014년 『수필미학』 평론 신인상.시집 『찬란한 봄날』 『지구의 살점이 보이는 거리』, 평론서 『이상 오감도 해석』 『한국 현대시 해석』이 있음.시흥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아르코창작기금 받음.

  목차

여는시
이따위 세상에 사랑 10

1부
붉은 비 14
복서 16
태엽 사람 18
불타는 행성 20
AI 사랑 22
기억 속으로 온다 24
발광다이오드 별 26
우리는 모르는 사이 28
모래와 바람의 전언 30
즐거운 하루되세요 32
기억 캡슐 34
글라이더 36
달콤한 공기의 세계 37

2부
비보이 40
먼지 얼굴 42
엘도라도에서 춤을 43
날마다 기적 44
직립 기억 46
타임 루프 48
이륙 자세 50
버섯구름 축제 52
랄랄라 54
가로등 징검다리 56
눈물 지층 58

3부
황금 혀를 위하여 60
화양연화 62
네가 없는 행성에서 64
스릴러 시 66
얼음 행성 68
그대 뱃속에 유골이 70
엔딩 드라이브 72
풀잎 전쟁 74
도둑들 76
봄꽃, 저수지 개들이 온다 78
역전 뒷골목 캘리포니아 모텔 80
클릭, 클릭합니다 82
밤 개 84
새는 빗속에서 뼈마디 뒤틀어 길을 바꾼다 86
러시안 룰렛 87

4부(Ⅰ)
쿠바에서 룸바 90
햇살 속으로 내리던 비 92
그리고 또 생은 흘러갔다 93
도시 미아 94
장마 96
어떤 엔딩 98
중년을 만나다 100
칸나가 아름다운 날 102
세 개의 달에게로 초대 104
플라타너스 수화 106

4부(Ⅱ)
해변에서 108
그래도 봄이었다 110
너에게 불러주던 노래 112
사진 114
전학 간 아이 116
떠도는 산책 118
잊힌 약속 120

산문
문예사조라는 허상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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