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다양한 예술을 소재로 새로운 사고를 열어온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밑그림이 되는 작품 《음악 수업》이 최초로 국내에 소개된다. 작가의 ‘음악과 글’에 대한 개괄적 생각과 지향점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1991)과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2017)의 기원이 되는 작품으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키냐르의 글은 음악이라는 영혼의 몸체에 닿기 위한 다각적 모색으로, 때로는 논리를 따르는 예술론으로, 때로는 각종 신화와 문헌에서 가져온 조합형 소설로, 때로는 충만한 감성을 담은 시적 문장으로 변환되는 종합 예술이다.
이 책에서는 마랭 마레라는 음악가가 변성을 겪으며 성가대에서 쫓겨난 후 몸으로는 불가능한 고음으로의 변환을 비올을 사용하여 이룰 뿐 아니라, 연주 기량을 극도로 벼려서 인간 목소리의 한계마저 넘어서는 과정과 마케도니아의 청년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 비극이 담고 있는 극적 전환과 탈태를 통해 새로운 삶, 제2의 출생을 깨닫는 과정, 그리고 중국 고대의 연주자 백아가 스승 성련으로부터 받는 음악 수업이라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철학적 에세이와 설화의 형식을 빌려서 이어나간다.
출판사 리뷰
잃어버린 목소리를 소리쳐 부르는 악곡,
혹은 불가능해진 목소리를 기획하는 악곡
다양한 예술을 소재로 새로운 사고를 열어온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밑그림이 되는 작품 《음악 수업》이 최초로 국내에 소개된다. 작가의 ‘음악과 글’에 대한 개괄적 생각과 지향점(존재의 변환을 이루는 재–탄생re-naissance, 즉 ‘제2의 출생’)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1991)과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2017)의 기원이 되는 작품으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키냐르의 글은 음악이라는 영혼의 몸체에 닿기 위한 다각적 모색으로, 때로는 논리를 따르는 예술론으로, 때로는 각종 신화와 문헌에서 가져온 조합형 소설로, 때로는 충만한 감성을 담은 시적 문장으로 변환되는 종합 예술이다. 이 책에서는 마랭 마레라는 음악가가 변성을 겪으며 성가대에서 쫓겨난 후 몸으로는 불가능한 고음으로의 변환을 비올을 사용하여 이룰 뿐 아니라, 연주 기량을 극도로 벼려서 인간 목소리의 한계마저 넘어서는 과정과 마케도니아의 청년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 비극이 담고 있는 극적 전환과 탈태를 통해 새로운 삶, 제2의 출생을 깨닫는 과정, 그리고 중국 고대의 연주자 백아가 스승 성련으로부터 받는 음악 수업이라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철학적 에세이와 설화의 형식을 빌려서 이어나간다.
마레가 변성이라는 ‘빼앗김/좌절’을 딛고 연주의 기량을 통해 목소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백아가 전수 불가능한 음악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연주가로 거듭나는 것. 이들의 스승은 과연 어떤 수업을 남겼을까. 모든 예술이 그렇든 이것은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다. 마레를 차갑게 내쳤던 생트콜롱브도 대자연으로 떠나버린 성련도 이 훌륭한 제자들을 위해 한 일은 깨우침의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 스스로 (대가로) 태어나게 하는 것뿐이었는지 모른다.
허물 벗기와 다시 태어나기mue
그리고 불가능을 극복하기
갑작스럽게 찾아온 변성으로 성가대에서 쫓겨난 마랭 마레는 두 번째 가능성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여 변성이라는 불행한 사건을 기악과 기악곡의 발명 및 연주 기량으로 극복해 나아간다. 마레의 스승 생트콜롱브는 6개월 만에 제자가 자신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더 가르칠 게 없노라고 매몰차게 내친다. 하지만 마레는 스승의 연주를 더 전수받고 싶은 욕심에 연습실(통나무집) 아래로 숨어들어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 자세로 귀를 바싹 대고 연주를 엿들으며 스승의 기법을 전수받는다. 백아의 귀한 거문고와 비파를 박살내며 진정한 음악을 찾으라 호통하던 성련 역시 백아에게 더 가르칠 게 없다며 자신의 스승을 찾아가자고 하지만 봉래산 기슭에 남겨두고 홀로 스승을 찾아간다. 홀로 남겨진 백아는 허기와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며 바닷물 소리와 새들의 구슬픈 울음만을 들으며 지쳐간다. 그러나 이내 스승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비파를 켜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가가 된다. 마레와 백아가 스승으로부터 배운 것은 애초에 전수 불가능한 ‘음악을 찾는 일’이며 그것은 자신들의 곡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변성이라는 남성의 비극적 사건이, 고대 그리스인들이 자신을 변신시키는 비극의 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다시 한 편의 거장의 세계를 만드는 ‘마지막 음악 수업’을 완성하게 된다. 다시 태어나기,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에 다가서려는 예술가-인간의 존재론적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자들은 소프라노 목소리를 유지하다가 그 상태로 죽는다. 그 목소리는 군림한다. 그야말로 지지 않는 태양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잃는다. 그들은 두 목소리—이중창을 부르는 범주의 두 목소리—를 지닌 존재이다. 즉 사춘기 이후에 목소리가 마치 허물처럼 떨어져 나간 인간으로 규정될 수 있다. 그들에게 유년기, 말 못 하는non-langage 시기, 실재le reel, 이런 것은 뱀의 허물이다.
1726년, 1727년, 1728년 3년 동안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죽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점점 더 긴박하고 점점 더 두렵게 다가오는 종말을 견디기 위해, 원치 않아도 떠나야 할 세상을 미워할 수천 가지 이유를 수북하게 쌓아 올리는 노인들처럼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신은 더 이상 얼굴에 있지 않은 귀들에 노래를 속삭였노라고. 그리고 이유는 모르지만, 하룻밤 사이에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언어로 시를 쓰는 시인과 자신이 흡사하다고 믿었다. 대중의 관심이 이미 그에게서 멀어졌을 때 그는 자신의 비올 연주 기량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믿었다. 자신이 물 위에 기보했노라고 믿었다. 흐름을 거슬러, 다시 근원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우리는 이 모든 가능성을 아주 최근에 ‘문학’이라 명명했다. 이 단어는 매우 유성적有聲的이다. 우리는 문자와 책에 대한 사랑을 거론했다. 문자와 책에 대한 사랑, 혹은 문학, 이것들 역시 사라진 목소리와 관련 있다. 변성된 자들을 다루는 변성된 자들이다. 아름다움에 다소 관심을 가지고 책을 집필하는 작가들은 자신들이 소리 내어 발성할 수 없는 목소리의 유령을 불러들인다.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안내자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침묵을 잘못 이해한다. 그들은 심지어 책의 침묵에서도 앞선 목소리—대개는 죽은, 늘 지나치게 유의미한 목소리—를 목메어 부르려고 한다. 마치 언제나 더 살아 있는, 즉 더 무의미한, 더 유아적인, 더 기질적인 목소리—변성 이전의 목소리—를 목메어 부르다가 결국 기악이나 작곡의 길로 들어선 음악가들과 흡사하다. 심지어 글을 쓰기 전에도, 침묵의 목소리는 글이 허용한 무음의 목소리보다 먼저였다. 구전되는 예술 작품도, 그것이 노래, 리라, 플루트, 춤과 관련이 있으므로 침묵의 목소리와 관련 있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파스칼 키냐르
1948년 노르망디 지방 베르뇌유쉬르아브르에서 태어나, 음악가 집안의 아버지와 언어학자 집안의 어머니 슬하에서 다양한 악기와 여러 언어를 익혔다. 유년기에 두 차례 자폐증을 앓았고, 늘 외따로 지내기를 즐겼다. 1968년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문하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나, 68혁명을 경험하고 교수의 꿈을 접는다. 갈리마르 출판사의 기획 위원과 작가 생활을 겸하다가 1994년부터 집필에만 전념했다.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예술을 소재 삼아 새로운 사고를 여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2002년 《떠도는 그림자들》로 공쿠르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 《세상의 모든 아침》, 《은밀한 생》, 《음악 혐오》, 《하룻낮의 행복》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고,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작품들, 즉 2002년 Ⅰ, Ⅱ, Ⅲ권의 출간에 이어 2020년 XI권인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을 출간했다.
목차
마랭 마레의 생애에서 가져온 일화
마케도니아 청년이 피레아스 항구에 내리다
성련의 마지막 음악 수업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