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에서 말은 반려동물도, 대중적 스포츠의 주인공도 아니다. 1,500만 반려인 시대에도 말을 입양하는 사람은 드물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3만여 마리의 말들은 대부분 인간의 필요 속에서 소모된다. 2022년 드라마 촬영 중 죽임을 당한 말 ‘까미’ 사건은 우리가 말의 삶을 처음 진지하게 바라보게 한 계기가 되었다.
빠르지 않으면 퇴역 경주마가 되고, 승용마로 살아남지 못하면 식용이나 오락용으로 전락한다. 매년 1,300여 마리의 경주마가 퇴역하지만 절반 이상은 생을 마감한다. 동물복지를 말하는 시대에도 말의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
경주마로 태어나 병을 얻고 퇴역했지만 입양되어 새로운 삶을 얻은 ‘초롱이’의 이야기는 다르다. 평생 다리 질병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인간과 함께 행복을 나눈 초롱이의 삶을 통해 말의 생존과 복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다시 묻는다.
출판사 리뷰
그 많은 퇴역 경주마는 어디로 갔을까?
‘생존’이 있어야 ‘복지’도 있다한국의 말은 어떻게 살아갈까? 한국에서 승마는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렇다고 반려동물로 사는 말도 많지 않다. 반려동물과 사는 인구 1,500만 명 시대지만 말을 입양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3만 마리가 넘는 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22년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죽임을 당한 말 까미(마리아쥬) 사건으로 우리는 말의 삶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제작진은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까미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서 잡아당겼다. 까미와 보조 출연자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까미는 며칠 뒤 사망했다.
까미는 퇴역 경주마였다. 경주마는 인간에게 돈을 벌어줘야 한다. 빠르게 달리지 못해 주인에게 돈을 벌어주지 못하면 바로 퇴역 경주마가 된다. 이때부터 말의 삶은 통째로 흔들린다. 운이 좋으면 사람을 태우는 승용마가 되어서 삶을 이어가지만 나머지는 오락용이나 식용이 된다. 매년 약 1,300마리의 경주마가 퇴역하는데 대체로 반이 넘게 식용, 사료용으로 죽고, 소수가 승용마, 오락용 말로 쓰인다. 예전에 비해 관심은 늘었지만 말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1세기 한국에서는 동물복지를 이야기하지만 말은 생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초롱이는 여느 말과 마찬가지로 경주마로 태어났다. 인간을 위해 달리다가 병을 얻었고 바로 퇴역 경주마가 되었다. 다행히 초롱이는 운 좋게 승용마가 되어서 삶을 이어갔지만 나머지 퇴역 경주마는 어디로 갔을까? 초롱이는 입양이 되어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면서도 경주마 때 얻은 다리 질병으로 평생 고통을 겪었다. 초롱이의 삶을 통해 말의 행복과 복지, 생존에 대해 알아본다.
말들의 생존과 복지의 문제는 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조금 더 밝
게 비추는 공동체 모두의 문제다. 말에게도 희망이 생기기를 바란다.
_김정현(한국말행복연구소 소장)
돈을 벌지 못한 경주마, 아픈 다리로 끝없이 사람을 태웠던 승용마
엄마를 만나 따뜻한 노년을 보내다초롱이는 1994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경주마로 뛰었지만 돈을 벌지 못해 4년 만에 한국에 팔린다. 한국에서도 경주마로 뛰었지만 실적이 좋지 않아 2년 만에 퇴출당한다.
많은 퇴역 경주마가 말고기가 되거나 오락용이 되는데 다행히도 초롱이는 승용마가 된다. 이는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승마용으로 일하면서 초롱이는 처음으로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돈을 벌어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라서 승용마의 삶 또한 팍팍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다.
많은 경주마들이 그렇듯 초롱이도 다리 부상으로 늘 고통스러웠다. 그때 초롱이의 질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태우는 일에서 해방시켜 주고 싶은 천사가 나타난다. 경주마로 6년, 승용마로 12년을 일한 초롱이에게 사람 가족이 생긴 것이다. 가족이 생기자 초롱이는 씩씩해졌고, 감정도 잘 표현하는 등 산다는 게 고통만이 아님을 알게 됐다.
초롱이 엄마는 초롱이의 다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말은 병원에 가는 것, 말 전문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경주마들의 다리 부상은 쉽게 고칠 수 있는 질병이 아니었다. 고질병으로 힘들었지만 초롱이는 노년에 엄마를 만나 돌봄을 받고, 사랑을 주고 사랑받으며 지낼 수 있었다. 18년을 경주마와 승용마로 견디며 살아온 초롱이에게 엄마라는 수호천사가 나타나면서 초롱이의 삶은 동화가 되었다.

돈을 벌지 못했던 실력 없는 퇴역 경주마가 세상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1등 경주마의 이름이 아닌 실력 없는 경주마를 기억해 주다니 기적 같은 일이다.
뉴질랜드에서 온 아이오나는 우리나라에서 2년 동안 경주마로 일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아이오나가 벌어들인 돈은 약 595만 원. 이 돈의 80퍼센트 정도는 아이오나를 1년 동안 소유한 첫 번째 주인의 몫이다. 아이오나는 곧 다시 팔려서 두 번째 주인을 만나 경주에 출전했지만 벌어들인 돈이 거의 없었다. 계속 성적이 좋지 않자 한국에서 데뷔한 지 2년 만에 퇴역 경주마가 되었다. 빠른 퇴출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초롱이 엄마
평범하게 살다가 초롱이를 만나고 입양하면서 퇴역 경주마의 슬픈 실상을 알게 되었다. 이 땅에 사는 말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초롱이 이야기를 썼다. 초롱이 엄마라고 불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지은이 : 김현
사교육노동자이자 기록노동자. 소수자의 삶을 귀하게 여기고 기록한다. 고양이 금보리, 지지를 만나 고양이가 토한 것 치우기 전문가이자 알약 먹이기 전문가로 거듭났다.
목차
돈을 벌지 못했던 실력 없는 경주마, 이름을 남기다 _ 초롱이 엄마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말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을까 _ 김현
1장 경주마 아이오나로 태어나다
2장 경주마에서 승용마로
3장 아픈 다리로 12년 승용마의 삶을 견디다
4장 가족이 생기다
5장 초롱이 소중하게 돌보기 대작전
6장 아픈 초롱이를 돌보다
7장 22살의 삶을 마치다
8장 다시 만나다
한국 경주마의 현실과 변화의 방향
생존이 있어야 복지도 있다 _ 김정현(한국말행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