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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골목에서 꺼낸 질문들
콤코무리한 이야기들 - 옥봉
곰단지 | 부모님 |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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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세월의 골목에 웅크리고 있지만 잊히고 있는 진주 옥봉을 기록한 글이다. 무너진 담벼락, 페인트 벗겨진 대문, 녹슨 초인종 같은 풍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사진과 함께 담았다. 콤코무리한 골목을 걸으며 오래된 것들의 말에 귀 기울이게 하는 사유의 기록이다.

현대 도시의 획일적 현관문과 달리 색으로 집을 구분하던 대문, 오랫동안 불리지 않은 이름처럼 낡은 초인종, “악착같이 살았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의 태도를 통해 오래 버텨온 삶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벽면의 말과 주민들의 시간이 겹겹이 스며들어 독자도 자신만의 질문을 품게 만드는 책이다.

사라지지 않았지만 발견되지 않은 곳, 주목받지 않아도 계속 살아낸 이들의 일상을 기록하며, 조용히 이어지는 삶의 힘을 되새기게 한다.

  출판사 리뷰

존재하지만 발견되지 않은 곳들이 있다. 사람들이 있다. 일부러 숨은 것도 아니고 애써 찾으려 하는 술래도 없지만 잊히고 있는 곳들을 들여다본다. 세월의 골목에 웅크리고 있는 곳, 그곳을 기록하는 이가 있다. 떠난 이들이 많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어깨를 겯고 살아가고 있는 동네, 진주 옥봉을 기록한다. 무너진 담벼락, 페인트 벗겨진 대문, 녹슨 초인종, 콤코무리한 곰팡내가 날 것 같은 골목을 찍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콤코무리한 이야기를 사진을 곁들여 간결하게 정리한 글을 읽으며 골목을 걸어본다. 사진과 사진 사이, 글 골목의 녹슨 대문은 푸른곰팡이의 콤코무리한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작가는 녹슨 대문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

현대의 도시에서는 대부분 아파트의 획일적인 현관문이 집을 대신한다. 그러나 이 골목의 대문은 달랐다. 알록달록 제각각의 색이 집을 구별해주었고, 때로는 사람을 대신해 정체성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집을 찾을 때 주소가 아니라 색으로 말했다고 한다.
“나는 빨간 대문집이야.”
“우리 집은 초록 대문이야.”
<본문 중에서>

대문 옆에 녹슨 초인종이 있다. 나른한 오후 초인종을 누르면 할머니가 버선발로 달려 나올 것을 기대해본다. 그러나 작가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나는 그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초인종은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작은 장치 같았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안쪽의 누군가가 대답을 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동네의 초인종은 대부분 낡고 헤져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불리지 않은 이름처럼,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본문 중에서>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사유의 글이다. 작가는 오래된 것들, 빛바래고 벗겨지고 녹슨 것들을 들여다보며 묻고 귀 기울여 벽면의 말들을 듣는다.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벽면의 말들도 듣고 나름의 질문도 할 것이다. 콤코무리한 옥봉의 이야기에 스며들게 될 것이다.

작가는 옥봉의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곳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살아오셨습니까?” 대답은 단순했다. “악착같이 살았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묵묵히 버텨온 세월과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름이 불리지 않아도, 주목받지 않아도, 삶을 이어가는 힘. 그것이 옥봉이 품고 있던 이야기였다.
<본문 중에서>

악착같이 살았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때로는 지치고, 실패도 하고, 원망도 할 것이다. 애써 표시 내지 않아도, 조용히 잊힌다고 해도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게 조용히 살아낸 이들의 삶으로 세상사가 채워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성진
기억과 공간,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의 온도를 기록하는 사람. 진주에서 ‘토브아카이브’를 운영하며, 삶의 흔적이 남은 장소와 사물, 시간을 관찰하고 글로 옮긴다. 보이는 것 너머의 맥락과 여백을 통해, “존재하지만 발견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질문한다. 『콤코무리한 이야기들』로 지역의 기억과 태도를 조용히 기록하고 있다. 월간 《곰단지야》 ‘진주이야기’ 연재 진주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프로젝트 1탄 - 《콤코무리한 이야기들》(2024) 공저

  목차

프롤로그 _ 사라지기 전에 묻는다 …… 6

1장. 오래된 것에 귀를 기울이면 …… 12
2장. 벽면의 말들 …… 34
3장. 오래된 물건을 바라보는 일 …… 50
4장. 벽에 기대선 시간들 …… 70
5장. 다정한 무채색 …… 82
6장. 발길이 머무는 곳 …… 94
7장. 빈집의 안부 …… 108
8장. 초인종 앞에서 던진 질문 …… 124
9장. 이어지는 마음들 …… 136
10장. 다시, 골목을 나서며 …… 148

에필로그 _질문은 남는다, 느리게 번진다 ……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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