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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콘티니가의 정원
문학동네 | 부모님 |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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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기억의 작가’ ‘페라라의 작가’로 불리는 이탈리아 현대소설의 대부 조르조 바사니의 대표 걸작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3번으로 재탄생하였다. 반유대주의 인종법이 공표된 1938년부터 무솔리니 내각의 파시즘 광풍이 불어닥친 1943년까지의 페라라를 배경으로, 부유한 유대인 가문 ‘핀치콘티니’의 몰락과 그 가문의 딸 ‘미콜’과 주인공 ‘나’의 일그러진 사랑의 기억을 다룬다.

박동하는 젊음의 녹음 속으로 피신한 청춘의 사랑과 비극을 찬란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1962년 출간되어 움베르트 에코와 이탈로 칼비노 등 쟁쟁한 작가들이 수상한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문학상 비아레조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1970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이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출판사 리뷰

파시즘 광풍이 몰아치는 음울한 시대
청춘의 녹음 속으로 피신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제발트와 칼비노가 흠모한 ‘기억의 작가’
조르조 바사니의 대표 걸작


#청춘 #사랑 #이차대전 #유대인 #역사 #페라라소설

● 1962년 비아레조상 수상

‘기억의 작가’ ‘페라라의 작가’로 불리는 이탈리아 현대소설의 대부 조르조 바사니의 대표 걸작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3번으로 재탄생하였다. 반유대주의 인종법이 공표된 1938년부터 무솔리니 내각의 파시즘 광풍이 불어닥친 1943년까지의 페라라를 배경으로, 부유한 유대인 가문 ‘핀치콘티니’의 몰락과 그 가문의 딸 ‘미콜’과 주인공 ‘나’의 일그러진 사랑의 기억을 다룬다. 박동하는 젊음의 녹음 속으로 피신한 청춘의 사랑과 비극을 찬란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1962년 출간되어 움베르트 에코와 이탈로 칼비노 등 쟁쟁한 작가들이 수상한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문학상 비아레조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1970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이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볼로냐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년기를 페라라에서 보낸 유대인 작가 바사니는, 이차대전 파시즘 체제하의 인종법과 유대인 박해라는 역사적 체험과 기억을 문학적으로 정치하게 구현해낸 작가로서 페라라 유대인 공동체의 핵심적 증인이자 기록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문학으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와 함께 거론되고는 하지만 이 소설이 ‘불합리한 폭력 앞에 말살된 인간성’을 문학으로 승화하는 방식은 레비와 사뭇 다르다. 바사니는 아우슈비츠 이후 더이상 서정시는 쓸 수 없다고 선언한 아도르노에 맞서는 시적 순수성으로, 네오리얼리즘의 역사적 이념성과 증언문학이 지닌 교훈적 기록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한결같이 문학 안에서, 문학이 지닌 힘으로써 삶이 지닌 본연의 고독과 내면에 깃든 개인의 고뇌를 포착하고자 했던 그는 자신의 자전적 체험에 더불어 역사적 개인들의 삶을 그려내는 데 탁월했다. 특히 전쟁 희생자와 유대인, 성소수자와 노동계층 등 역사의 변방으로 밀려난 이들의 소외에 주목하며,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의 운명을 처연하도록 적확하게 그려내는 성취를 이루었다.

기억의 문학이 이룩한 정점
역사의 폐허 속에서 피어났던 찬란의 기록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의 프롤로그는 전쟁이 끝나고 수십 년이 흐른 뒤, 주인공이 로마 근교에서 지인들과 우연히 고대 에트루리아인들의 무덤을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일행의 어린 딸이 무덤 앞에서 “왜 오래된 무덤보다 새로 생긴 무덤을 보면 더 슬픈 거예요”라고 천진히 묻자 ‘나’는 돌연 자신의 찬란했던 청춘 시절과 핀치콘티니 가문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보들레르의 표현 그대로 “철없는 사랑의 푸르른 낙원”과 같았던 그 시절 핀치콘티니가의 대저택과 정원에서 보낸 한때를 떠올리자 마음속 깊이 슬픔이 피어오른다. 프롤로그에서 곧 밝혀지듯, 과거를 회상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최후의 생존자는 ‘나’뿐이기 때문이다. 부유한 유대인 귀족이던 핀치콘티니가의 사람들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되어 무덤의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이 사라졌다.

가문 대대로 전해진 막대한 재산과 삼만 평에 이르는 정원의 소유자였던 핀치콘티니가의 사람들은 원래 타인과의 교류 없이 성벽 안에서 단절된 생활을 했다. 주인공과 또래인 가문의 아이들 역시 학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평범한 중산층인 ‘나’는 그들이 유대인 사원인 시너고그를 찾을 때나 시험을 치러 공립학교에 잠시 들를 때만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십대인 ‘나’는 수학 과목에서 낙제한 충격과 자괴감으로 자살을 생각하며 동네를 떠돌다가 이 저택의 담벼락 너머로 가문의 딸 미콜과 만나게 된다. 미콜은 담에 기대 ‘나’에게 말을 걸며 성벽 안으로 들어오라 권유하지만, ‘나’는 위압감을 느끼며 끝내 들어가지 못한다. 이로부터 약 십 년이 지난 1938년, 인종법이 선포되고 유대인들은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조차 배척되기 시작한다. 어느덧 이십대가 된 핀치콘티니가의 알베르토와 미콜은 테니스클럽에서 쫓겨난 유대인 친구들을 위해 저택의 정원을 개방하고 테니스장을 내주기로 한다. 그렇게 ‘나’를 비롯한 페라라의 사람들은 그토록 견고해 보였던 핀치콘티니가의 대문 안으로 초대받게 되고, 탄압과 차별이 거세지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여름의 찬란한 절정을 즐긴다. 그리고 십 년 전부터 이어진 ‘나’와 미콜의 관계는 점차 미묘해진다.

소설은 ‘나’의 시각을 통해 유대인 공동체의 기억을 생생히 길어올린다. 평범한 만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동시에 그들의 얼굴에서 수용소의 유령을 발견하고 마는 부분은 결코 지나치기 어려운 깊은 감정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함에 더불어 페라라에 바치는 순수 기념비로서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이 진정 독창적인 이유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탁월한 성장 서사라는 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생동감 넘치는 청소년기의 마법과 그 마법이 깨지며 찾아오는 파멸적 감정들, 복잡한 욕망과 사랑의 신비로운 작동 방식, 비극의 예감과 현재를 예찬하는 태도, 때로는 삶에 대한 부정까지.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부단히 인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개인의 성찰과 존재에 대해 여전히 거대하고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하여 혼란한 역사의 한가운데 고요한 낙원처럼, 폐허의 성채처럼, 전설적인 무덤처럼 버티고 선 이 담벼락을 겁내지 말고 넘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담벼락 너머에는 어떤 진실이 있고, 기억이 있으며, 사랑이 있으리라.

1929년 미콜은 애티를 갓 벗은 소녀였다. 금발머리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크고 맑은 눈에다, 호리호리하게 마른 체형을 가진 열세 살 소녀였다. 나는 반바지를 입은 소년으로, 상당히 부르주아적이고 허영심이 많아서 학교 공부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몹시 유치한 절망에 빠지곤 했다. 우리는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미콜 머리 위쪽의 새파란 하늘은 어느새 구름 한 점 없이 뜨거운 여름 하늘이었다. 그 하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할 것 같지 않았고,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만큼은 실로 그 무엇에도 변함이 없었다.

무솔리니가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준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의 이상인 그 자유주의자들이었다. 여섯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두체는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당을 해산시키는 것으로 그들의 기여에 보답했다. 조반니 졸리티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피에몬테 시골로 몸을 숨겼다. 베네데토 크로체는 다시 좋아하는 철학과 문학 연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죄가 덜한 사람, 아니 완전히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한층 더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 이탈리아 도시노동자와 농민들은 그들의 타고난 지도자와 함께 사회적인 자유를 얻고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실질적인 희망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미 거의 이십여 년 전부터 식물인간이 되어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대신 저기 저 보트를 좀 봐. 얼마나 정직하고 위엄 있는지, 얼마나 정신적인 용기가 있는지, 제발 자세히 좀 봐줘. 보트는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그뒤에 이어질 결과들을 받아들일 줄 알아. 사물들도 죽어, 친구. 그러니까 사물들도 죽어야 한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죽게 놔두는 게 더 나아. 무엇보다 그게 훨씬 멋있으니까, 안 그래?”

  작가 소개

지은이 : 조르조 바사니
1916년 3월 4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난다. 부유한 유대인 집안 출신으로, 유년기와 청년기를 페라라에서 보낸다. 1934년 볼로냐 대학 문학부에 입학해 미술사가 로베르토 론기에게서 수학한다. 대표적인 반파시즘 지식인 베네데토 크로체의 글에 심취해 있던 대학 시절, 페라라의 일간지 『코리에레 파다노』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1938년 반유대주의적 인종법이 선포될 무렵부터 반파시즘 활동에 참여하다 1943년 체포되어 구금된다. 무솔리니가 실각하면서 풀려난 뒤 로마에 정착한다. 이차대전 후에는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나가는 동시에, 당대를 풍미한 문예지 『보테게 오스쿠레』 『파라고네』, 그리고 펠트리넬리 출판사의 편집장으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바사니 문학의 원천은 ‘페라라’와 ‘유대인’이다. 작품 대부분이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 집권기를 전후한 페라라가 무대다. 혹독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부르주아 의식의 혼란상을 파헤치는 예리한 묘사, 영화적.회화적 장면 구성, 증언담에 가까운 독특한 반직접화법, 역사와 집단으로부터 모욕당한 개인의 의식을 포착해낸 서정적인 문체로써 페라라의 역사와 일상을 정치하게 그려내어, 페라라 유대인 공동체의 증인이자 ‘기억의 작가’로 불리며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의 대표 작가가 된다. 바사니 문학의 결정판은 일명 ‘페라라 소설 연작’으로 불리는 작품들의 모음집인 『페라라 소설』(1980)이다. 이전에 따로 출판했던 여섯 권의 책-『성벽 안에서』(1956, 스트레가 상), 『금테 안경』(1958), 『핀치콘티니가의 정원』(1962, 비아레조 상), 『문 뒤에서』(1964), 『왜가리』(1968, 캄피엘로 상), 『건초 냄새』(1972)-을 한데 모아 펴낸 것으로, 무대는 같으나 스포트라이트가 여러 인물에게 돌아가며 비춰지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파시즘 치하의 페라라가 지닌 역사적 면면을 거울놀이하듯 눈부시게 비춘다. 이 가운데 단편 「1943년 어느 날 밤」과 『금테 안경』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모두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소설 외에도 다수의 시집을 출간한 바사니는 1982년 『운율 있는 시와 없는 시』로 바구타 상을 수상한다. 2000년 4월 로마에서 생을 마치고 페라라의 유대인 묘지에 안장된다.

  목차

프롤로그_ 7
제1부_ 15
제2부_ 75
제3부_ 143
제4부_ 237
에필로그_ 349

해설 | 상처받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_ 353
조르조 바사니 연보_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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