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문학의 영향력 있는 젊은 작가 강화길의 첫 소설집 『괜찮은 사람』이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 출간되었다.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 「호수―다른 사람」을 비롯해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증언하며 여성의 현실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들을 담았다. 『화이트 호스』 「음복」, 장편 『다른 사람』 『대불호텔의 유령』 『치유의 빛』으로 이어지는 강화길 문학의 출발점이 된 작품집이다.
강화길 소설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구성으로 인물과 독자를 결말로 긴박하게 몰아가는 힘을 지닌다.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와 돌발적인 행동을 통해 낯선 흥미를 만들어내고, 인간과 인생을 끝까지 이해하려는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은 여성의 현실을 쓰는 리얼리즘과 장르문학 사이를 잇는 독특한 긴장으로 이어진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작품을 새로운 순서로 재배치하고 ‘사람’ 연작에 「벌레들」을 포함했다. 영미 고전소설의 외양을 발전시킨 표지 디자인을 적용해 초기 단편들을 다시 조명했다. 강화길 소설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자 작가의 초기 세계를 확인하는 작품집이다.
출판사 리뷰
“급강하하는 체온과 불길한 전율. 치밀하고도 두렵게 파고든다.”
_구병모(소설가)
“등골이 서늘한데 펄펄 끓는다. 너무 캄캄해서 눈이 아프게 부시다.”
_윤가은(영화감독)
스타일부터 메시지까지, 모든 새로움으로
한국문학의 판도를 움직인 ‘강화길 신드롬’
그 시작점인 첫 소설집 출간 10년 만의 개정판
한국문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작가, 강화길의 첫 소설집 『괜찮은 사람』이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 출간되었다. 강화길이 발표하는 도서는 매번 뜨거운 이슈의 중심을 차지해왔다. 첫 소설집 『괜찮은 사람』은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 「호수―다른 사람」을 필두로 한국 여성이 일상에서 숨쉬듯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증언하며 사회문제로 재조명했으며, 두번째 소설집 『화이트 호스』는 2020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음복」이 해냈듯 명절 제사라는 소재 하나로 여성을 둘러싼 기만과 억압을 새삼 자각시키고 그것이 지금껏 대물림될 수밖에 없었던 거대한 구조를 소설화하여 뭇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강화길의 여성 인물들이 지닌 서럽게 묵은 감정과 그로 인한 서슬 퍼런 표정은 장편 『다른 사람』 『대불호텔의 유령』 『치유의 빛』을 거치며 강화길 고유의 문학적 원형으로서 동시대 문학과 문화에 영향을 주며 신선한 긴장감을 안겼다.
그런데 강화길 소설에서 이러한 성취는 상대적으로 발견하기 쉬운 것들이다. 외적인 맥락을 잠시 걷어내고 작품의 본령에 주목할 때, 강화길 소설의 진정한 매력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구성으로 그 속에 놓인 작중인물은 물론 독자까지도 결말을 향해 긴박하게 몰아가는 힘.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를 형성하고 그에 따른 돌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 부여하는 낯선 흥미. 인간과 인생에 대해 끝까지 이해해나가려는 진중한 주제의식. 마치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읽는 듯한 정갈하고도 정념에 찬 감동이 강화길의 단편에는 있다. 『괜찮은 사람』 개정판을 읽는 일은 한국문학에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충격과 환희를 남기며 성장중인 강화길의 초기작을 재확인하게 한다.
언제나처럼 감정에는 실체가 없고,
진정한 전율은 그로 인해 시작된다
강화길만의 또하나의 성취는 여성의 현실을 쓰는 리얼리즘 소설과 장르문학 사이의 교량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강화길이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1인칭 시점은 전지적 시점과 달리 소설의 주인공으로 하여금 누군가 정보를 차단하고 사고를 마비시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려 하는 듯한 불안을 느끼게 한다. 그 불안에는 그의 삶에서 비롯된 납득 가능한 맥락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실체가 없다. 강화길 소설은 이 실체 없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하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감정을 합리적으로 설계된 소설의 함정 속에 빠뜨려 전율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것이 강화길 소설을 (고딕) 스릴러·호러로도 분류하는 이유다.
좋은 집에 얹혀사는 처지인 두 여자와 집주인 여자 간의 은밀한 소외감 및 배척되고 내쫓기지 않으려는 욕망과 파국을 그리는 「벌레들―외로운 사람」, 결혼이라는 인생의 대사건을 앞둔 여성의 불안을 겉보기에 무척 훌륭한 신랑감이지만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는 남성에 대한 의구심과 병치하며 증폭하는 「괜찮은 사람」,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어온 폭력의 에피소드를 겹쳐나가며 이에 대한 목소리가 정말로 ‘예민한 여자들의 문제 제기’일 뿐인지 묻는 「호수―다른 사람」, 신분 상승의 욕구를 지닌 여성에게 덧씌워지는 얼룩진 소문과 그럼에도 욕망 실현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여자들의 기이한 에너지가 들끓는 「니꼴라유치원―귀한 사람」은 이른바 ‘사람’ 연작을 이루며 너무나도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포착한 서스펜스를 인물의 심리를 경유하며 강화하는 강화길의 시그니처를 소개한다.
또한 작가의 데뷔작인 「방」을 비롯해 「당신을 닮은 노래」 「눈사람」 「굴 말리크가 잃어버린 것」 등의 단편에서는 강화길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보하기까지 거쳐온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오염된 도시에서 신체를 소모시키며 새로운 삶을 위한 자금을 모으고자 노동하는 두 여성 연인의 모습을 담은 「방」은 시간이 흐를수록 디스토피아 소설로서 핍진성을 더해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모계유전에서 비롯한 여성질환을 매개로 비참함과 애정으로 더욱 끈끈히 얽매이는 모녀를 그린 「당신을 닮은 노래」는 강화길이 주목하는 ‘여성의 몸’이라는 또다른 주제의식이 피어난 씨앗이다. 불행에 무뎌지기 위해 자아를 분열시키는 어린이 화자가 등장하는 「눈사람」, 이미 끝나버린 사랑을 되짚는 두 연인의 정처 없는 경로를 따라가는 「굴 말리크가 잃어버린 것」에서 비극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풍부하게 쏟아지는 환상적인 이미지는 강화길의 뛰어난 묘사력과 표현력을 상기시킨다.
강화길의 첫 소설집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이번 개정판은 초판과 상당 부분 변화를 주었다. 강화길 소설의 문학적 가치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새로운 순서로 작품을 재배치했으며, 세 편으로 구성되었던 ‘사람’ 연작에 「벌레들」을 포함시키고 그 일환으로 작품에 ‘외로운 사람’이라는 부제를 새로 달았다. 『화이트 호스』 『대불호텔의 유령』 등 영미 고전소설의 외양을 발전시켜 호평받은 표지 디자인을 적용하여 강화길의 초기 단편 또한 한국문학의 새로운 클래식으로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괜찮은 사람』 개정판 출간으로 말미암아 문학동네에서 선보인 강화길의 대표작 세 권이 하나의 계열을 이루며 모인 셈이다. 강화길 소설세계로 입장하는 첫 관문인 『괜찮은 사람』 개정판은 작가의 오랜 팬에게는 신선하고도 애틋한 읽기의 즐거움을, 작가를 새로이 알게 된 독자에게는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젊은 작가의 첫 시도들을 경험하는 기쁨을 줄 것이다.
이영은 ‘우리 세 사람’이 가깝게 지내기를 원하는 동시에 그녀 자신이 신아와 나 각자에게 ‘더 친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이영 앞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주고받던 농담이나 장난을 멈추는 건 물론이고, 대화도 삼갔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자 신아가 먼저 짜증을 냈다. 어떻게 해서든 이영의 꼬투리를 잡아보자고 했다. 나는 좋았다. 셋이 함께. 그것도 충분히 좋았지만, 나 역시 그중 어느 누군가에게, 그러니까 신아에게 조금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것만으로 덜 외로웠다. 하지만, 이영의 눈길이 자꾸만 떠올랐다._「벌레들―외로운 사람」
나는 남들이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늘 신경이 쓰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실망하거나,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 빈약하고 허름한 트랙에서조차 떨어져나갈 것 같은 불안이 밀려왔다. 나는 이런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불안은 순식간에 번지는 곰팡이와 같아서 쉽게 눈에 띄었고, 그러면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느끼는 것과 정말로 함부로 대해도 상관없는 사람이 되는 건, 굉장한 차이였으니까._「괜찮은 사람」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와 같이 걸어가기 싫었다. 나는 혼자 빠르게 걸었다. 그가 뒤처졌다.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나보다 앞세워 걸었어야 했다. 그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고, 내가 그걸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더 빨리 걸었다._「호수―다른 사람」
작가 소개
지은이 : 강화길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화이트 호스』 『안진: 세 번의 봄』, 장편소설 『다른 사람』 『대불호텔의 유령』 『치유의 빛』, 중편소설 『다정한 유전』 『풀업』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2017 젊은작가상, 2020 젊은작가상 대상, 백신애문학상, 유심상, 2025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목차
벌레들―외로운 사람 _ 007
괜찮은 사람 _ 041
호수―다른 사람 _ 075
니꼴라유치원―귀한 사람 _ 117
당신을 닮은 노래 _ 159
눈사람 _ 191
방 _ 225
굴 말리크가 기억하는 것 _ 257
해설 | 황현경(문학평론가) _ 297
모르는 사람
초판 작가의 말 _ 319
개정판 작가의 말 _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