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창원의 시 「탕자」는 제14회 목포문학상 시 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의 시를 심사했던 나희덕, 박형준, 이은봉, 정수자님은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기독교 설화인 ‘돌아온 탕자’의 원형 심상에 기초해 있으면서도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겪는 절망과 희망이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그것이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그려져 있다는 점이 실감을 주었다.
특히 시 「탕자」는 최근 우리 시단을 뒤덮고 있는 맹목적인 의식의 추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그의 시가 주는 절망과 희망의 경계가 어떻게 현실감 있게 그려졌는지 기대할 만한 책이다.
출판사 리뷰
거북이처럼 지멸리 행군하는 체성감각(Somatosensory)의 시학
이창원 시집 『탕자』 출간
“섬에는 집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들과 떠나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 나는 이도 저도 아닌 떠나서 다시 돌아온 사람이었다” (표제시 「탕자」 중)
이창원 시인의 신작 시집 『탕자』가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제목이 암시하듯 ‘귀환’에 관한 시편들을 엮었다. 하지만 그의 귀환은 화려한 복귀가 아닌, 실패와 좌절을 껴안고 돌아온 이의 굼뜨고 미미한 움직임으로 그려진다.
■ ‘돌아온 탕자’, 미완의 귀향과 갇혀 있는 현실
한국 독자들에게 ‘탕자’는 성경 속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즉각 떠올리게 한다. 시 속 화자는 스스로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이도 저도 아닌’ 예외적 존재로 규정한다. 그러나 그의 귀향은 완성형이 아니다. 도시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남아 있고 , 아버지는 외면하며 어구를 정리할 뿐이다.
시집 전편을 흐르는 정서는 경제적 침체, 생존을 위한 이동의 실패, 불안정한 노동 등 현실적 좌절과 내면의 억압이다. 해설을 맡은 평론가는 AI 엔진(Gemini) 분석을 통해, 이창원의 시에서 주체의 활동을 나타내는 목적격 조사(‘을’, ‘를’)의 비중(18%)은 극히 적은 반면 , 상황이 주체를 감금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부사격 조사(‘에’, ‘에서’, ‘로’ 등)의 비중이 32%로 압도적임을 밝혀냈다. 현실이라는 어두운 장막 속에 갇힌 화자의 인식이 언어적 통계로도 증명된 것이다.
■ 암울한 현실을 견디는 몸의 기억, ‘절차 기억’과 ‘체성감각’의 시학
절망적인 현실 인식 속에서도 생의 의지는 팽팽하게 살아있다. 시인은 이 의지를 과거의 사실이나 일화에 대한 기억인 ‘실질 기억’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습관적 동작인 ‘절차 기억’에서 찾는다.
가령, 시 「북」의 마지막 행 “저린 오금을 펴며 천천히 일어선다”는 묘사는 현실의 중압(‘저린’)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떨치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안고 살아내듯이(‘천천히’) 움직이는 성실성을 보여준다.
해설은 이를 숨은 단서를 찾는 ‘후각’이 아닌, 몸의 동작을 통째로 느끼는 **‘체성감각(Somatosensory)’**이라 명명한다. 이창원의 시는 의미에 도달하려 애쓰기보다, 주어진 운명을 가장 진솔하게 사는 길을 택하며 느리고 은근하고 꾸준한 움직임을 지속한다. 이는 인간 생체 리듬 자체의 미학적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 슬로비디오 모션으로 포착한 성찰의 순간
시집 『탕자』는 급격한 행동을 의식이 편편이 쪼개어 보여주는 ‘슬로비디오 모션’과 같은 효과를 낸다. 식탁에서 접시가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다룬 시 「접시」는 1초의 사건에 5분 이상의 읽는 시간을 배당하여, 그 속에 담긴 주변인들의 심사와 몸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헤아리게 한다. 이러한 성찰은 몸과 의식, 인지와 행동을 일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결국 탕자가 돌아와 할 일은 일상의 의식과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다. 떠남이 품었던 신생의 의지를 그 리듬에 불어넣으며 제 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은근하고 지멸있는 행군이 이 시집에 담겨 있다.
이창원 시집 『탕자』에서 어떤 미지의 도달점을 찾는 건 무의미하다며 대신 천천히, 조금씩 그가 살아내는 현재의 동작들이 중요하다. 그 점에서 화자의 현재적 동작을 통째로 느껴보는 게 그의 시를 음미하는 요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숨은 단서를 찾는 ‘후각’이 아니라, 몸의 동작을 통째로 느끼는 체성감각이다. 이창원의 시에서 독자가 은근히 전달받는 것은 이 ‘체성감각’적 사건들이다. 그것은 시인이 의미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운명을 두고, 그 운명을 뒤집으려 하기보다는, 가장 진솔하게 사는 길을 택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정과리,평론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창원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였다. 공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였으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공부하였다. 2015년 시집 『이끼의 저녁』을 발간하고 2022년 「탕자」로 제14회 목포문학상 시 부문 본상을 수상하였다.
목차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낭도 포구
012 장마 포구
014 수군거리지 않는다
016 지하철 7호선
018 고요한 가게
021 낭도 포구
022 개와 저녁
024 삼촌은 낡은 의자에 앉는다
027 갈매기 말뚝
030 서른
032 얼굴의 어두운 부분
034 나무 의자
036 집
038 희망세탁소
040 악어
042 목련
044 삼촌이 희망을 간직하는 법
046 편의점
048 탕자
050 병어
제2부 개미 구멍
054 아버지의 동백나무
056 목각인형
058 찔레
060 고양이는 아침에 돌아온다
062 염소
064 개와 저녁
066 복숭아 생각
068 오리
070 작은 생태관
072 정원사
074 영등포역
076 지키려는 가족
078 개미구멍
079 은행잎
080 그 많던 복숭아의 비밀은 어디로 갔을까
082 맨홀을 건너며
084 수면의 방식
086 말매미 울음소리를 생각함
088 별꽃
제3부 사랑했던 차희경
090 인천행
092 채송화 문장
094 모래내
096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은
098 사랑했던 차희경
100 달리아
102 미색과 붉은 벽돌로 지은 집
104 별
106 여행을 떠난 여자의 책상
108 덩굴
110 휴대전화
제4부 무당벌레
114 겨울 구룡포
116 산사나무
118 산정리 다리
120 채워지는 풍경
121 무당벌레
122 산나리
124 접시
126 고등어
128 단풍나무 씨앗 프로펠러
130 담요
133 민들레
134 케이크
136 갈매기
138 일기 검사를 하다 읽은 일기
140 서천
142 북
143 해설 정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