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근대 불교학이 형성된 서구적 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위에서 한국 불교학의 새로운 방향을 다시 묻는다. 저자는 불교학과 종교학을 횡단해 온 연구를 반성적·비판적·조망적으로 재구성한다. 1부는 서구 불교학의 성립과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짚고, 2부는 서구 사회에서 변용된 불교 신행을 분석한다. 3부는 한국 근대불교와 불교학의 형성과정을 검토하며 ‘한국적 불교학’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4부는 교상판석, 원효·원측 사상, 화쟁, 성과 인권 등 핵심 쟁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와 같은 구성은 불교학의 형성과 변용, 그리고 그 현재적 과제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다. 이 책의 가치는 전문화된 불교학 담론을 폐쇄적 학문 내부에 가두지 않고, 오늘의 현실과 사유 속에서 다시 의미화하려는 데 있다. 저자는 불교학이 원전 언어와 전문 개념에 갇혀 온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를 교양적 인문 언어로 재서술하고 동시대적 문제의식 속에서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한다. 나아가 불교학을 둘러싼 해석의 조건과 지식의 형성 과정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학문이 어떻게 시대와 호흡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불교는 여기서 신앙이나 고전이 아니라,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사유의 장으로 복원된다. 그 결과 이 책은 불교학의 현재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미래를 새롭게 사유하게 하는 본격적인 인문적 제안으로 자리매김한다.서구의 정치적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문화의 변화는 인문학 영역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언어·역사·종교 분야에서의 연구와 함께 지역 연구(Area Studies)에서 시작된 미주의 아시아 연구는 그 연구자들의 인적 구성과 그들의 성분 변화와 함께 연구 태도 역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대의 유럽·불교학계의 거목들인 푸생(La Vallee Poussin)이나 라모트(Etienne Lamotte)는 기독교인으로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연구를 진척시켰으나, 오늘날 현역의 북미주의 불교학자들은 대개가 대학생 시절에 월남전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제국주의적 분위기, 절대권력, 기독교적 전통에서 자유로워진 세대이며, 상당수의 이들 불교학자들은 수계를 받았거나 각자가 전공으로 삼는 지역의 불교사원에서 종교적 체험을 겪는다. 데이비드 뤼에그(David Seyfort Ruegg)가 관찰했듯이 그들은 불교를 ‘삶의 한 방식’(a way of living)으로 생각하며, 일정한 교리체계에 의한 도그마의 종교로 생각하지 않는 세대이다. 합리적이며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즐기는 이들은 불교에 친화감을 갖고 있다.
오늘날 티베트 불교의 학문적 기여라면 일차적으로 티베트장경 속에 편입된, 일실된 산스크리트 원전을 밝혀내는 일이다. 그래서 티베트어를 통해 티베트 불교 내용을 해명하는 작업은 일차적 작업이 되겠지만, 오늘날 불교학의 중요한 관심사의 하나는 티베트 불교 원전 없이는 오히려 인도불교의 전통과 사상을 일관성 있게 연구하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곧 티베트 불교 연구는 인도불교 연구의 관건이 되고 두 전통이 서로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지금의 이런 서구에서의 불교 운동의 정착과 함께 기존의 불교학은 어떤 위치를 지니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불교학은 새로운 전환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불교학의 발단이 서구였고 서구의 학문적 불교학이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언어 문헌학적 연구의 한계성을 벗어나는 일이 심각히 논의되고 있다. 곧 학문의 이종교배적 새로운 불교학 영역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불교신학(Buddhist Theology)이란 새 개념을 불교학 속에 도입하면서 불교학 연구자들의 수행적(遂行的, performative), 변모적(變貌的, transformative)인 실존적 변화의 시도를 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앞서 예증적으로 관찰한 서구 나름의 신행의 현장이 자리 잡았다면, 불교에 대한 학문적 접근도 새 방향에서 시도될 수밖에 없다. 아직 확실한 틀을 잡고 일관된 연구 방법까지 제시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심각히 논의되는 것은 사실이다. 곧 서양/미국에서의 불교는 불교학의 어떤 카테고리 속에 위치 지우기보다 독립시켜 새로운 종교운동(New Religious Movements, NRM)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곧 신종교(New Religions)로 불교를 분류하여 접근하는 것이 실질적이라고 주장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민용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및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하여 국제참여불교연대 실행위원, 영남대 국제교류원 교수, 동국대 객원교수, 한국불교연구원 원장,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하였다. 대표 저서로는 『말로 말을 버린다: 이민용의 세상 읽기』가 있으며, 「불교학 연구의 문화배경에 대한 성찰」, 「미국 속의 불교와 불교의 미국화」, 「서구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불교의 근대적 전환」, 「근대 불교/학의 형성과 아카데미즘에서의 위상」, 「근대기 호교론으로서의 백교회통」 등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