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 헤르만 헤세, 안토니 가우디….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거장의 선택은 자연이었다. 태초의 상태, 근본으로,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안토니 가우디는 자신의 온 삶을 건축에 바쳤다. 학생 시절 건축을 배우면서 깨달은 점은 모든 생명의 본질, 즉 자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전통적인 도면 중심의 설계 대신 자연의 구조를 분석하고 실험하여 자신의 작품에 적용했다. 카사 비센스를 지을 때는 부지에서 발견한 메리골드를 타일에 새겼고, 주변에서 자라난 야자수 잎을 정문 철책에 활용했다. 엘 카프리초 건축 과정에서는 땅을 파내며 나온 돌은 담장과 계단, 오솔길의 경계석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가우디의 이러한 건축 철학은 구엘 공원에서 절정에 달한다. 그는 지형을 깎아내는 대신 산의 경사를 따라 돌을 쌓아 올린 고가도로를 만들고 동굴 같은 회랑을 설계했다. 공원의 상징인 도롱뇽 분수는 연금술의 불사조와 카탈루냐의 수호 상징인 용을 결합한 형상으로, 깨진 세라믹 조각을 활용한 트렌카디스 기법을 통해 자연의 다채로운 색감을 완벽히 재현해냈다.가우디의 자연주의적 사유가 도달한 최종 목적지는 역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그는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 기둥 구조로 지붕의 하중을 지탱하면서 숲속에 있는 듯한 신비로운 빛의 향연을 구현했다. 포물선과 쌍곡선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기하학적 형태를 건축의 핵심 원리로 도입한 시도는 기존 건축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하는 혁명이었다. 이처럼 그에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신이 만든 위대한 창조물인 자연을 지상에 새로이 기록하는 숭고한 찬가였다.

가우디는 어린 시절부터 감수성이 예민했으며 이러한 기질은 허약한 건강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신비주의적 성향과 자연에 대한 사랑, 배움에 대한 갈망은 그의 남다른 개성을 이루는 특징이었다.
1910년 프랑스 미술협회가 주최한 살롱전을 계기로 그는 비로소 프랑스의 주목을 받았고, 전문 매체들 역시 잇달아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 시기 이후 그의 삶에는 연이은 죽음이 드리워졌다. 조카와 조수 프란세스크 베렝게르, 그리고 친구이자 후원자 구엘이 차례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 그의 말년은 신앙적 헌신에 가까운 종교적 실천이 한층 깊어진 시기였다.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완공을 위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끊임없이 애썼으나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으며, 그 과정에서 환멸감 또한 점차 커져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제라르 드니조
프랑스의 예술사학자이자 음악학자. 파리 고등예술교육원과 파리 시립음악원에서 강의하며 예술 및 프랑스 문화와 관련한 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 2007년 프랑스 학사원이 수여하는 소렛상을 받았다.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 『예술사 TOP10』 『파리는 그림』 『프랑스 건축물의 시각적 역사』 『핵심 서양미술사』 『그림으로 보는 성경』 등 그의 저서는 세계 17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