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약진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인 한국은행, 그 견고한 시스템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조선은행: 엔 통화권의 흥망』(다다이 요시오 저)가 최근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일본의 대륙 침략을 뒷받침했던 일본의 거대 국책은행 '조선은행'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근현대 동아시아 금융사의 민낯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출판사 리뷰
식민지 조선의 중앙은행, 그 뿌리를 찾아서
본위화폐가 없었던 구한말의 경제상황
150여년 전, 이 땅에는 화폐다운 화폐가 없었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이 땅의 화폐경제와 그 시스템은 어떻게 도입되었던 것인가?
조선은행: 엔 통화권의 흥망은 이런 주제로 서장을 장식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은행제도의 기원을 1878년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일본 제일국립은행 부산지점 설립까지 거슬러 올라가 탐구한다. 일본인의 상행위 편의를 위해 설립된 일본의 제일국립은행 부산지점이 구한말의 정치상황과 일본 내부의 권력다툼을 통해 식민지 중앙은행으로 설립되는 과정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 알고 있던, 시대말의 비운이 강조되는 그런 역사가 아니다.
근대화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식민지 침략과정이 늘 그렇듯이 자원의 수탈과 각종 이권의 침탈이 뒤따르곤 했다. 저자는 일본 스스로 개화 과정에서 구미열강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불이익을 조선을 희생양으로 삼아 보충하고, 조선의 사금을 바탕으로 그들의 금준비를 충당하며, 러시아와의 화폐전쟁을 통해 조선을 넘어 동아시아를 침략할 경제적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구한말의 조선 정부가 해관(세관)의 징수 대행을 일본 제일은행에게 맏기거나, 당백전을 발행한 뒤 화폐를 남발해 결국 화폐의 유통이 어려워지고 왕실이 일본에게 화폐주권을 사실상 빼앗기고 일본의 눈치를 보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목에서는 분노를 넘어 허탈한 마음이 앞서게 되는건 비단 어느 한 독자만이 느끼는 감상은 아닐 것이다.
'근대화'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일본의 경제침략과 일본의 부국강병을 위해 희생된 한반도의 자원 수탈 과정은 오늘날 '화폐 주권'이 왜 국가 존립의 핵심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아시아 침략을 뒷받침한 일본 국책은행으로의 변신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조선은행이 단순히 식민지 조선의 금융기관을 넘어 동아시아 전역에 109개의 점포를 거느리며 일본 제국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게 된 과정을 세밀히 폭로한다.
러시아혁명과 더불어 찾아온 루블화의 몰락, 그리고 그 빈자리를 찾아 연해주와 만주에 일본의 화폐를 사용하게 하려는 큰 계획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조선은행과 일본 정부. 이들은 러시아와 만주를 대상으로 화폐전쟁을 벌이게 되고, 만주에 들어와서는 결국 미국 달러와 영국 파운드와의 경쟁에도 거침없이 나서게 된다. 동해를 중심으로 일본 열도, 한반도, 러시아 연해주를 잇는 이른바 "일본해 내해 구상"에 이르러서는 이들의 아시아 침략이 단순한 영토의 확장이나 자국민의 식민을 넘어 동아시아에 거대한 그들만의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야심찬 계획하에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야심은 결국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으로 이어지고, 점령지의 엔화경제권 편입을 통해 전비를 조달하게 된다. 이들은 적절한 경화 준비금도 없이 장부상으로 존재하는 가공의 예금을 만들어 화폐를 발행하는 '상호예치계정' 등 교묘한 금융 수법을 통해 식민지의 부를 수탈하고 전쟁 비용을 충당하는 메커니즘을 완성하는 반면, 일본 국내에는 혹시 전쟁에 패하거나 국가적인 변란이 생기더라도 그 경제적인 효과가 일본 국내로는 넘어오지 않도록 2중 3중의 방벽을 세운다.
머지않아 패전이 다가오면서 실제 화폐 발행능력보다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하게 되고, 이들을 모두 중국, 만주와 조선의 은행을 통해 발행하면서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에도 경제를 보전하고 이후의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전하게 된다.
모든 전쟁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물론 일본의 만주침공과 중일전쟁 그리고 나아가 태평양전쟁에도 당연히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모든 비용은 아시아의 금융 시스템을 조작해서 조달되었는데, 저자는 책에서 이 부분을 매우 정교하게 파헤치고 있다.
다시 찾은 우리 중앙은행의 수난사: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선은행은 해방 이후 미군에 의해 우리 품으로 돌아왔고, 이후 입법을 통해 한국은행으로 재출발하게 된다. 우리는 해방을 통해 과거가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역사를 보면1950년 한국은행 출범 당시 제도와 실무, 인력의 층위에서 '원칙적인' 계승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은행의 역사를 읽는 것은 단순히 어두운 유산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우리 금융 시스템이 어떤 중층적인 계보 위에 세워졌는지 성숙한 시각으로 성찰하는 작업이다.
어쨌든 남의 손을 빌려 다시 되찾은 우리의 중앙은행은 시작부터 좌우 대립과 남북 분단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수난의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해방과 동시에 시작된 좌우 대립은 남로당에 의한 조폐 원판 도난사건으로 절정에 달하게 되는데, 이후 공산주의자와 북한은 끊임없이 남한에 대해 화폐를 통한 공격에 나서게 된다.
결국 터져버린 전쟁에서도 역시 북한의 기습으로 한국은행 지하에 있던 엄청난 양의 미발행 화폐를 탈취당하게 되고 이는 전시의 긴급한 화폐개혁과 통화 교환작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통화 교환작업이 긴급하게 이뤄짐에 따라, 첫 인쇄된 우리의 한국은행권이 일본에서 일본사람에 의해 인쇄되어 긴급하게 도입되게 된다. 물리적으로는 해방이 되었지만 아직 일본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던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 시점까지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확산과 기축통화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100년 전 동아시아 통화 질서의 팽창과 붕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현재의 국제 금융 질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이 책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역사의 반복되는 운율 속에서 단단한 인식의 틀을 제공할 것이다.
1. 잊혀진 이름 '조선은행', 그 뒤에는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오늘날 우리에게 '한국은행'은 경제적 자부심의 상징이지만, 그 첫 뿌리가 내리던 토양은 식민지라는 비극의 현장이었습니다. 1878년 부산에서 시작된 제국주의 금융의 촉수가 어떻게 '조선은행'이라는 거대 국책은행으로 성장했는지, 100년 전 동아시아를 가로질렀던 제국의 혈관을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2. 통화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무기'
누가 돈을 찍어내고, 그 가치를 누가 보증하는가? 이 질문은 곧 권력의 본질을 묻는 일입니다. 본서는 일본이 정화 준비도 없이 장부상으로만 가공의 예금을 만들어 중일전쟁의 전쟁 자금을 조달했던 '상호 예치계정'의 실체를 폭로합니다. 세련된 근대 금융의 외양 뒤에 숨겨진, 식민지의 경제를 희생시켜 제국의 전쟁을 떠받친 냉혹한 지배의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해부합니다.
3. 단절되지 않은 역사, 현재를 비추는 거울
해방은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이었을까요? 1950년 한국은행 출범 당시 존재했던 제도와 인력의 연속성을 살피며, 우리가 딛고 선 금융 시스템의 중층적인 계보를 성찰합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디지털 화폐와 기축통화 패권 다툼이 치열한 오늘날, '통화 주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 빈약한 국력의 일본이 중일전쟁 발발부터 8년간이나 전쟁을 계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은행권을 중심으로 해서 주변의 조선은행권과 대만은행권 나아가 만주 중앙은행권이라는 식민지 통화를 장벽으로 삼은 뒤 전쟁 발발 후에는 점령지에 설립한 중국연합준비은행, 중앙저비은행 등의 통화를 이용하여 현지의 군사비와 개발 투자, 경영 비용을 마련한 교묘한 금융 시스템이 있었다. 요컨대 군수 물자만이 아니라 통화도 자금도 모두 현지 조달을 했던 것이다. - 서문
"조금 값이 나가는 물건의 거래가 있는 경우 가마니에 담은 엽전을 온돌방에 늘어놓고 그것을 하나하나 세는 원시적인 방식이라 엄청난 시간과 수고를 요하기 때문에 도저히 원활한 상거래를 기대하기 어려워서 상거래의 불편함을 줄이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이리하여 나는 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일한간 무역 발전에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통감하는 데 이르렀고 당시 제일국립은행장인 시부사와 에이이치 군에게 그 일을 자문했다. 시부사와 군은 그 사정을 잘 이해하고 바로 찬성을 해 주었다."
- 제1장 일본 제일국립은행의 조선 진출
7월 11일 통감 사임 인사차 방한한 이토는, 경성의 남대문로에 전년 11월 착공한 제일은행의 새 총지점 정초식에 출석하여 자필로 '定礎(정초)' 두 글자를 새긴 동판을 직접 흙손을 잡고 설치했다.
메이지 건축계의 왕이라고 불리던 다쓰노 긴고가 설계한 석조 르네상스식의 이 건물은 2년 후인 1912년 1월에 완성되어 한국은행으로부터 명칭을 바꾸어 조선은행 본점이 되었다.
- 제2장 한국 병합을 진행시키는 일본
작가 소개
지은이 : 다다이 요시오
1939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나,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조선은행의 제2회사라 할 수 있는 일본부동산은행 (일본채권 신용은행 - 닛사이긴)에 입행했다. 닛사이긴 종합연구소를 거쳐, 재단법인 일본종합연구소 JRI에 참여한 바 있다. 저서에는 "대륙으로 건너간 엔의 흥망(상. 하)"(1997년, 도요게이자이신포샤), "결단의 사나이 기도 고이치의 쇼와"(2000년, 분게이주), "폭주하는 쇼와시대"(2014 치쿠마센쇼), "니시하라차관 자료연구"(1972, 도쿄대학출판회), "점령지 통화공작"(속. 현대사자료 11, 공편, 1983년, 미스즈쇼보), "아편문제"(속. 현대사자료12, 공편, 1986년, 미스즈쇼보), "조선은행사"(공저, 1987년, 도요게이자이신포샤) 등이 있다. 2018년 타계.
목차
제1장 일본 제일국립은행의 조선 진출
1871년, 일본의 금 본위제 채택 | 제일국립은행, 조선으로 진출하다 | 본위 화폐가 없었던 조선 | 한국 백동화와 밀조의 증가 | 러시아와 결탁하는 민씨정권 | 한국에서 유통되는 일본 통화 | 제일은행이 한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게 되다 | 한국의 백동화를 회수하다 | 이토 히로부미, 초대 통감이 되다
제2장 한국 병합을 진행시키는 일본
한국의 자치 육성을 꾀하는 이토 | 한국 중앙은행 설립 결정 | 동양척식회사의 설립 | 이토 통감의 반대 | 가쓰라 수상은 한국 병합 촉진론자 | 이토 통감이 사임하다 | 한국은행 설립 최종안 | 한국은행의 개업 | 3.1 운동이 일어나다 |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 역에서 암살되다
제3장 조선은행, 만주로 진출하다
1911년, 조선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하다 | 세이난 전쟁의 아픈 경험을 되살려 | 신 100엔 지폐의 발행 | ‘조선은행의 과거 및 장래’ 보고서로부터의 발췌 | 조선은행, 만주로 진출하다 | 은 본위제를 채택했던 당시의 중국 | 군표 회수를 통한 요코하마정금은행의 세력 확대 | 정금은행과 조선은행의 대립
제4장 1차 세계대전과 중국 차관
일본으로 유입되는 황금의 홍수 | 한국 화폐의 소멸 | 만주 봉천성과의 차관 계약 체결 | 오쿠마 내각의 대중국 정책 혼란 | 경제 외교로 중·일 친선을 도모한 데라우치 내각 | 교통은행 차관의 실상 | 진전되지 않는 중·일간 화폐 통일 | ‘엔 외교’의 시도, 니시하라 차관 | 니시하라 차관 실패의 배경
제5장 시베리아 출병과 선은권의 시베리아 진출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다 | 일본군의 시베리아 출병 | 북방 진출 준비를 갖추는 조선은행 | 선은권의 ‘시베리아 진출’ | 루블화의 급락
제6장 로마노프 금화 사들이기
로마노프 왕조가 보유하고 있었던 금괴 | 옴스크 국립은행 지점의 금괴 행방 | 금괴의 행방을 쫓는 일본군 | 만철을 이용해 금화 80상자의 수송을 강행하다 | ‘세묘노프 금괴 문제 해결안 세부 사항’의 결정 | 조선은행에 몰려든 루블 금화 | 금화를 0.96배로 환산해서 매입하다
제7장 금융 공황기를 맞은 조선은행
대련거래소의 금 본위 거래 도입 실패 | 자산 내용의 악화 | 효과가 없었던 불량 채권 처리 시스템 | 진전되지 않는 재건 계획 | 대만은행 휴업, 전국으로 확산된 예금 인출 사태 | 1941(쇼와 16)년에 정리 완료되다 | 압록강의 수력 개발 사업에 대한 대출
제8장 만주사변과 중국의 폐제 개혁
만주 모종 중대 사건 | 만철 경영 악화의 원인 | 만주사변의 발발 | 만주중앙은행의 설립 | 은 가격의 국제적 폭등 | 중국의 ‘재정정리대강’ | 조선은행의 발행권 회수를 주장한 다카하시 고레키요 | 리스 로스의 중국 화폐 제도 개혁안 | 화북 금융 독립 공작 | 예금 등을 만주흥업은행에 이관 | 실패로 끝난 화북 금융 독립 공작
제9장 중일전쟁과 전비 조달
선은권의 가치 하락 | 통화 전쟁에서의 패배 | 중국연합준비은행의 설립 | 발행준비의 집중은 진전되지 않고 | 조선은행과 연은의 예치계약 | 영업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다 | 일본은행의 대리점이 된 중국의 조선은행 지점들 | 종이로 하는 전쟁의 구조
제10장 태평양전쟁과 조선은행
적성은행의 접수 | 인플레이션에 따른 중국 계정의 팽창 | 부풀려진 실적 | 패전의 그림자 | 증가하는 선은권 발행고와 이익 | 선은권의 증발 요인 | 군사비의 현지 조달 | 종전 시 예치 채무 전액 상환 | 대륙으로 건너간 엔화의 최후
제11장 종전과 조선은행의 폐쇄
일본 내지 지점의 폐쇄와 선은권의 추가 발행 | 38도선에 의한 남북 분단 | 남북에서 서로 달랐던 접수 이후의 조치 | 선은권에서 분리된 발행준비 | 선은권의 현지 인쇄 | 일본 인쇄국 제조의 선은권이 무효화되다
제12장 한국은행의 발족과 한국전쟁
서울이 함락되고 선은권이 약탈되다 | 한국은행권을 일본에서 인쇄하다 | 전란 속에서의 통화 교환 | 적성분자가 사용하는 선은권의 교환 저지 | 최소한으로 억제된 경제 교란의 피해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