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순옥의 다섯 번째 수필집 『안개비』는 이민자의 삶과 신앙, 가족애와 자연 서정, 민족적 자긍심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시간을 담아낸다. 가난했던 소녀에서 헌신적인 간호사, 이민자의 아내이자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수록된 33편의 글은 전통적 교훈성과 이민 문학의 체험성, 기독교적 영성 수필의 요소가 어우러진 작품들이다. 화려한 기교보다 삶의 성실성과 도덕적 확신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안정감을 전하며,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오히려 귀한 가치를 환기한다.
눈물은 미소로, 한은 감사로, 추억은 희망으로 전환된다. 『안개비』는 낯선 땅에서 긴 시간을 견디며 완성된 한 인간의 기록이자 증언이다. “삶은 은혜이며, 우리는 그 은혜 속에서 꽃처럼 피어야 한다”는 문장은 정순옥 수필 세계의 본질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화자 정순옥의 수필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힘에 있다. 화자의 작품 세계는 이민자의 정체성, 신앙적 가치관, 가족애, 자연 서정, 민족적 자긍심이라는 다섯 개의 큰 축 위에 서 있다. 평자가 선정한 여덟 편의 글은 각각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그 저변에는 일관된 삶의 태도와 정신적 지향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통과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순옥 수필은 현대 한국 수필 전통의 맥락 속에서 보면, 전통적 교훈성과 이민 문학의 체험성, 기독교적 영성 수필의 요소가 결합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글은 실험적이거나 전위적이지 않다. 대신 삶의 성실성과 도덕적 확신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이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오히려 귀한 가치다. 그러나 글 속에의 구조적 반복은 약점이기도 하다.
제5집 전체 33편 중 『안개비』를 표제로 하고, 여덟 편 작품은 한 인생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가난했던 소녀, 헌신적인 간호사, 이민자의 아내이자 어머니, 신앙 공동체의 일원과 함께 자연을 사랑하는 서정가, 조국을 자랑스러워하는 디아스포라 문인, 이 모든 정체성이 하나로 어우러져 화자의 수필 세계를 형성한다. 정순옥의 문학은 화려한 기교보다 성실한 삶의 무게에서 힘을 얻는다. 눈물은 미소로, 한은 감사로, 불편은 겸손으로, 추억은 희망으로 전환된다. 결국, 정순옥 수필의 본질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정순옥 수필가는 자기 삶을 성실하게 통과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5집은 한 작가의 기록이자, 한 인간의 증언이다. 낯선 땅에서 긴 시간을 견디며 얼굴과 손에의 주름만큼이나 바닷물에 비치는 윤슬처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삶은 은혜이며, 우리는 그 은혜 속에서 꽃처럼 피어야 한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그래서 따뜻하고, 안정되며, 신앙적 빛을 머금은 감사의 문학이라 평가할 수 있다.
_140~141쪽, 강정실, 「정순옥 수필 세계 연구 ‘디아스포라 수필의 삶과 신앙 미학’」 중에서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경험하면서 산 날도 있고, 기적적인 치유의 역사를 체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난 악인에서 의인으로 옮겨지는 믿음이 흔들린다. 나는 왜 구원하심과 복음을 외치면서도 굳건한 반석 같은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는 마지막인 슬픈 이별을 사랑하는 사람과 했을 때는, 내 신앙은 뿌리까지 흔들렸었다. 제일 밑바닥에서 한없이 허우적거렸을 때, 무게를 느끼지 않는 안개비 같은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가끔은 한없이 부족한 인간의 속성이 내면에서 꿈틀거릴 땐, 나는 속절없는 죄인이 되어 살아갈 때도 있다. 그래도 영 죽을 나 대신 돌아가신 예수님의 크신 사랑을 잊지 않게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 감사할 뿐이다.
내가 늘 걷는 하이랜드 산책길은 스프링클러 장치가 되어 있어 규칙적으로 나무나 잔디 위에 안개 같은 물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다. 어떤 곳은 스프링클러의 혜택을 전연 받을 수 없는 곳도 있다. 그런 곳에서도 자세히 보면, 작은 야생 식물들이 안개나 안개비가 되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극소량의 수분을 흡수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신비스럽게 우주 만물을 다스리시고 계시는 창조주의 세심한 사랑에 놀라울 뿐이다. 극심한 가뭄에도 안개비로 생명을 유지해 온 식물들은 우기를 맞이하게 되면 싱싱한 녹색 생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자연을 보면서, 살아 계신 하나님은 볼품없는 들풀도 사랑의 손길을 펼쳐 보살피는데 걸작품으로 창조해 주신 나를 돌보지 않으시겠는가, 하는 믿음이 내 생을 이끌고 있는 것 같다.
믿음은 오랜 시간 뜸을 들이고 숙성시켜서 발효된 음식처럼 무한한 인내가 필요함을 느낀다. 자연의 순리대로 하나님의 은혜 속에 살아갈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있음을 안개비를 맞으며 걷는 산책길에서 더욱더 느낀다. 미립자인 이슬방울이 많이 모이면 힘을 얻어 이슬비가 되는 자연법칙에 내 인생살이도 합류되는 기분이다. 인간인 나도 자연 일부분임을 가슴 깊이 느끼니 내 삶의 주인이 되시는 주님의 크신 사랑에 놀라울 뿐이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햇빛이 비추면 사라져 버릴 안개비. 그래서 더욱더 애착이 가는 걸까. 새벽 안개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걸으니 내 온몸이 보이지 않는 물방울로 촉촉이 젖어 있다. 어느 사이에, 풀잎같이 연약한 나의 영혼도 소리 없이 내리는 안개비 같은 하나님의 선물인 은혜로 촉촉이 젖어 생의 의욕이 파릇파릇 살아남을 느낀다.
-----「안개비」 중
There have been days when I have experienced God’s presence, and I have even experienced miraculous healings. Yet, for some reason, my faith, which moves from the wicked to the righteous, wavers. I don’t understand why, even though I preach salvation and the gospel, I live without a rock-solid faith. When I had my last, sad farewell with a loved one, my faith was shaken to its very roots. At the very bottom, when I was deeply resigned to my own insecurities, I was able to survive thanks to God’s grace, like a weightless mist. Sometimes, when the infinitely flawed nature of humanity stirs within me, I live as a hopeless sinner. Still, I am grateful for God’s grace, which never lets me forget the immense love of Jesus, who died in my place.
The Highland trails I always walk are equipped with sprinklers, regularly cascading parabolic water mist onto the trees and grass. Some areas are completely devoid of sprinklers. Even in those places, if you look closely, you’ll see tiny wild plants living by absorbing the minute amounts of moisture that fall from the sky as mist or mist.
I am astonished at the meticulous love of the Creator, who mysteriously governs all things in the universe. Even in severe droughts, plants sustained by misty rain begin to transform into vibrant green life when the rainy season arrives. Looking at nature, I believe that the living God extends His loving hand to care for even the humblest of wild grasses, so wouldn’t He care for me, the masterpiece He created? This belief seems to guide my life.
Faith, like food fermented through long periods of aging, requires boundless patience. Walking along a misty path, I feel even more deeply that true freedom and peace come from living in God’s grace, following the natural order of things. My life feels like it’s joining the natural law: when tiny dewdrops gather in large numbers, they gain strength and become drizzle. Deeply aware that I, as a human, am a part of nature, I am astonished by the immense love of the Lord, the Master of my life.
Drizzle, which vanishes in the dazzling sunlight, perhaps that’s why I feel such a deep attachment to it. As I tirelessly walk through the misty rain at dawn, my entire body becomes drenched in invisible drops of water. Before I knew it, my soul, as fragile as a blade of grass, was soaked in the grace of God, a gift like the silently falling mist, and I felt my will to live vibrantly alive.
----- 「Drizzle」 중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순옥
전북 정읍 출생(1950)《미주중앙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이민기 우수상(1989) 『광야』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2003) 『한국수필』 신인문학상 수상(2009) 제26회 허난설헌문학상 수필부문 금상(2012) 제25회 서울문예창작 문학상(2013) 제4회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문학상(2013) 제2회 에세이포레 해외문학상(2017) 한국문협 본부 공로상(2018) 문학공감 문학상(2021)수필집://『기쁜 소식』(2010) 『오메, 복사꽃 피네』(2013) 『베틀』(2018) 『아름다운 간호사의 손』(2023) 『안개비』(2026)(현)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이사http://kwaus.org/soonoklee3Birth Place and Year | Jeollabukdo(North Providence of Jeolla)(1950)The Joongang Newpaper The 15th Anniversary Lee, The Minki Excellence Award(1989)The Gwangya The Literature Award for New Essayists(2003)Korea Essay The New Essayist Award(2009)The 26th The Her-NanSeolHun Literary Award for Essays, Gold Award(2012)The 25th The Seoul Creative Writing Award, Literature Award(2013)The 2nd The EssayFore, Foreign Literature Award(2017)Essay Book://The Good News(2010)Ome, Peach Blossoms are in full bloom(2013)The Loom(2018)The beautiful Muse’s hand(2023)Drizzle(2026)Present | Director of The Korean Writers Association, USAhttp://kwaus.org/soonoklee3
목차
머리말
1부 어쩌다 스타부부
고령화 시대 10
당신의 사랑 윤슬이 되어 13
향기 16
어쩌다 스타부부 19
감사하는 마음 22
대한민국 국적회복증의 기쁨 25
발 받침대 28
세포들의 아우성 31
2부 관계
한순간 36
신비로운 나라, 대한민국 39
아리랑 의자 4 2
철 모르고 피는 꽃 45
소녀의 눈물 4 8
아리랑 사랑 5 1
관계 5 4
나의 사랑아 5 7
3부 안개비
소리 62
꿈과 추억을 품은 밥솥 65
위하여 68
바람결에 들리는 소리 71
안개비 74
새치기 77
침묵 80
꽃들의 향연 83
소나무에 찬란한 햇살이 86
4부 느티나무
행복한 시간 90
응급실에 가던 날 93
느티나무 96
친절 99
파랑새를 부르는 여인 102
선악과 105
파도가 울고 있네요 108
특별한 만남 111
평설 | 114
Book Preface
Part 1 Somehow a Star Couple
Aging Era 154
Your love, Yunseul 157
Scent 160
A Star Couple by Chance 164
A Gratitude Heart 168
Restoration of Korean citizenship. Gratitude 172
Footrest 176
The Cry of Cells 179
Part 2 Relationships
A Moment 184
Mysterious Land, South Korea 188
The Arirang Chair 192
A Flower Blooming Without Knowing the Time 195
A Girl’s Tears 199
Love for Arirang 202
Relationships 206
My Love 210
Part 3 Drizzle
Sound 216
A Rice Cooker Embracing Dreams and Memories 220
For the sake of 224
A Sound in the Wind 227
Drizzle 231
Line-cutting 235
Silence 239
A Feast of Flowers 243
The pine tree was dazzlingly lit 247
Part 4 Zelkova Tree
Happy Time 252
The day we went to the emergency Room 255
The Zelkova Tree 259
Kindness 262
The Woman Calling the Bluebird 266
The Tree of Knowledge of Good and Evil 269
The waves are crying 273
A Special Encounter 277
Commentary |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