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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처음 만나도 좋은 사람
기억을 잃어도 서로의 안녕을 주고받는 치매 돌봄 이야기
앤세테라 | 부모님 |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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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사람들은 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기관, 노인주간보호센터를 가리켜 ‘그런 데’라고 불러왔다. 가난하고 아프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 나와는 상관없는 곳. 저자는 24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킨 사회복지사다. 그 시간 동안 저자는 ‘그런 데’가 ‘그런데’로 바뀌는 작은 반전들을 매일 목격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처음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자식들이 갖다 버린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센터를 다니시면서, 어르신은 어느새 다시 밥을 먹고, 농담을 하고, 친구를 걱정한다. 가족은 몇 년 만에 잠을 자고, 미용실에 다녀온다. 이 책은 그 반전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모아 담은 책이다.치매가 진행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말이다. 단 한마디를 듣기 위해 수차례 말을 건네도 화답이 돌아오지 않는 날이 많다. 그러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뿐, 입술은 움찔거리고, 잡은 손은 놓이지 않는다. 말씀이 거기 있다. 저자는 ‘치매 환자’라는 단어로 사람을 보지 않는다. 매화 같은 K 할머니, 화장실에 잘생긴 남자 친구가 있다고 믿는 어르신, 품위를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할머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표정과 살아온 시간을 따듯한 시선으로 옮겨 적었다.‘그런 데’가 ‘그런데’로 바뀝니다. 자식으로서 불효인 줄 알았는데 사실 가장 큰 효도였습니다. 어르신은 버려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천국이었습니다. 제게 치매 어르신은 단순히 돌봄의 대상인 줄 알았는데, 함께 지내며 인생을 배우는 반전이 일어납니다.
홍구 할아버지는 센터에 나오는 것을 출근으로 생각하고 계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기 전까지 작은 공장에서 일하셨고, 여전히 자신이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감에서 벗어나지 못하십니다.자세히 살펴보니 그냥 걸으시는 게 아니라 비뚤어진 의자를 바로 하고, 떨어진 쓰레기를 주우셨고, 자신이 뭔가 해야 할 게 없는지 두리번거리셨습니다.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습니다. 어떤 끈은 철사처럼 강력하게, 또 어떤 끈은 거미줄처럼 희미한 듯 보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체가 중요합니다. 그것이 물건이든, 동네든, 사람이든 상관없습니다. 특히 우리 어르신들처럼 가족과 떨어져 있거나 기억이 흐릿해져 불안할 때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은 그 어떤 약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납니다. 그 어떤 재활 프로그램보다 일상의 활력이 되고, 그 어떤 심리상담보다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줍니다.연결은 이렇게 강력하며 생기 있고, 다정합니다.그래서 저는 어르신들과 더 연결되기 위해, 다양한 기종의 휴대폰을 상시 충전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충전기를 준비합니다. 어르신들의 고향, 예전 직업, 좋아하는 음식, 습관, 18번 노래를 파악합니다. 삼남매든 오남매든 칠남매든 자녀들의 이름을 모조리 외웁니다. 그리고 그들의 제일 친한 친구가 됩니다.이렇게 어르신과 저의 연결고리는 계속 이어집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혜주
24년 차 사회복지사. 종합사회복지관과 사례관리기관을 거쳐 지금은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기보다, 필요한 곳에 마음이 흐르도록 돕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요즘은 치매 어르신들과 부대끼며 인생을 새로 배우는 중이다. 돌봄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는 깨달음 속에서,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과 더 즐겁게 나이 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꾸준히 공부하며, 돌봄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학회와 협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틈날 때마다 멍하니 쉬고, 산책하고, 글을 쓴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래도록 현장을 지키는 사회복지사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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