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세월 속에서 스쳐 간 풍경들, 그리고 삶의 온기를 담아낸 수필집이다. 배주석 저자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오래된 친구와의 우정, 가족과 이웃, 음식과 풍경 속에 깃든 기억들을 차분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건널목 앞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순간, 낚시터에서 나누던 충무김밥 한입, 깊은 골짜기 정승골에서 마주한 사연 많은 인연까지, 평범한 일상은 저자의 시선을 거치며 삶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 책은 단순한 추억담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의 굴레’, ‘불가근불가원’, ‘관계주의 소고’ 등에서는 인간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깊은 사유를 펼치고, ‘어두일미’, ‘충무김밥’, ‘잣 정’ 같은 글에서는 음식과 생활문화 속에 스민 시대의 정서를 섬세하게 길어 올린다. 한편으로 ‘말본-엄마’, ‘말본-하늘’에서 단어에 담긴 의미를 되짚으며 재해석하는 탁월한 시선을 보여준다.
『물처럼 바람처럼』은 빠르고 거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천천히 바라보고 오래 음미하는 삶의 태도를 전하는 수필집이다. 물처럼 유연하게, 바람처럼 담담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문장 곳곳에 잔잔히 흐른다.
출판사 리뷰
생활의 풍경 속에서 길어 올린 깊은 사유
우리는 너무 쉽게 지나치며 살아간다. 누군가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던 순간, 길 위에서 건네받은 작은 배려, 오래전 친구와 나누었던 한마디를 기억하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낸다. 『물처럼 바람처럼』은 그렇게 사라질 뻔한 삶의 장면들을 다시 불러 세우는 책이다.
저자는 거창한 사건보다 사람 사이의 온도에 주목한다. 낯선 이의 호의에서 공동체의 품격을 읽고, 오래된 음식 한 접시에서 시대의 기억을 건져 올린다. 주변에서도 부러워한 오랜 우정도 신뢰가 사라지자 무너졌던 경험으로 인간관계의 거리와 신뢰를 곱씹는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들은 화려하기보다 오래 묵은 장맛처럼 깊고, 때로는 구수하며, 때로는 쓸쓸하다.
특히 이 책은 ‘관계’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다. 인간을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사이(間)를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은, 오늘날 점점 느슨해지는 공동체 감각을 돌아보게 만든다. 동시에 저자는 삶을 지나치게 비관하거나 냉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고 소박한 선의와 배려가 세상을 지탱한다고 믿는다. 그것을 오지랖으로 표현한다면 기꺼이 ‘오지라퍼’가 된다.
『물처럼 바람처럼』은 속도를 늦추고 싶은 독자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오래된 시계의 태엽처럼 천천히 움직이지만, 그 느린 리듬 속에서 오히려 삶의 진짜 결이 선명해진다. 읽고 나면 마음 한편에 잔잔한 바람이 지나간 듯한 여운이 남는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고종형은 나와 썩 어울리는 편이 아니었다. 형은 소월 시를 모조리 암송하여 세 살 터울 동생인 나를 앉혀놓고 멋들어지게 낭송했다. 시를 읽는 순간 그는 배우 같은 미소를 짓기도, 서러움에 북받쳐 소리치기도,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였다. 형의 낭송은 연기가 아닌 진심이었다. 돌이켜보면 낭송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진솔함으로 일관되어 있었다.
마찰을 크게 하느냐 작게 하느냐 하는 것은 상대적이다. 마찰 없는 원만함은 자칫 우유부단이 된다. 친절과 오지랖이 차별되지 않으면 주제넘은 인격이다. 빠른 것과 급한 것을 구분하여 서두름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연함과 나약함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유연함은 강자의 여유로 나타나고 나약함은 약자의 비굴함으로 나타난다.
우선은 공짜인 것 같으나 어느새 그만큼의 손실이 다른 분야에서 발생할 때 우리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한다. 뜬 돈 3만 원이 생기나 싶더니 3만 원 주정차 위반 딱지가 날아온다. 자장면 곱빼기 4그릇을 한자리에서 먹으면 공짜라는 주인의 제안에 얼씨구나 싶어 해치웠는데, 서너 달 치른 약값이 자장면 열 그릇값도 넘었던 기억은 60년이 넘도록 잊지 못한다. 저녁 사겠다는 친구가 고마워 밥 한 끼 먹고 사설(私說)을 들어주다 보니 주차비가 1만 원 청구되었다. 야바위판에 1만 원을 따고 우쭐해서 연거푸 도전했다가 5만 원 잃었다. 길에서 1만 원권 1장을 주웠는데 아들이 길에서 넘어져 치료비가 5만 원 나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만 원을 취하지 않았더라면 아들이 다치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했다. 옛말에 돈은 병과 함께 온다고 하더라니.
작가 소개
지은이 : 배주석
- 2002년 실상문학 수필 등단 - 오소림 한시연구회 회장 - 소채사진작가회 회장 - 부산문학인협회 부회장 - (사)부산불교문인협회 이사 - (사)부산불교문인협회 작품상 수상 - 대한불교 약사도량 청정암 주지
목차
엮으면서
1부 / 문향루(文香樓)
오지라퍼
인간의 굴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정승골 일화
어두일미(魚頭一味)
충무김밥
잣 정
미강인연(米糠因緣)
기억 속 인연 저편
잊을 수 없는 은사님
아시타비(我是他非)
사별전주곡(死別前奏曲)
2부 / 담론천(談論泉)
퇴고론(推敲論)
젓가락질 손가락질
마찰동력(摩擦動力)
근거 있는 입소문
관계주의 소고(關係主義 小考)
물이 흘러가는 곳
하늘색
물처럼 바람처럼
말글살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교자채신(敎子採薪)
피는 물보다 진하다
3부 / 반월교(半月橋)
세발자전거
원효 잘 가시게
애잔한 눈물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마스코트
찍장
글짓기
싸나이
연가행(燕歌行)
가요도 가요 나름
다 함께 합창하기
토스카에서 투란도트까지
4부 / 무영탑(舞影塔)
몰라도 돼
3분 주례사
화이부동(和而不同)
말본 - 엄마
말본 - 하늘
겸상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피붙이와 가족
뛰고 달리고 던지고
성공한 이별
공통점
나이 들면
베스트셀러
손녀 졸업에 부쳐
추억
청도 반시
친구야
샘물이 만든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