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2년부터 2026년 6월까지 4년 동안 14권의 책을 출간하며 이제는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단요 작가의 SF 소설집 『존재의 대연쇄』가 출간되었다. 소설집에 실린 6편의 작품들은 저마다 컴퓨터과학, 신학, 중세철학을 기반으로 머지않아 우리 앞에 찾아올 것만 같은 미래 세계의 장면들을 담아낸다.오래된 집 전화기 너머로 로마제국 3대 황제 칼리굴라의 음성 메시지가 들려온다면? 감전 사고로 신에게 세상을 종말시킬 명령어와 선지자의 직분을 부여받는다면? 과거 예언자와 투시자, 마술사 들이 알고 보니 시각적으로 온도를 구분해 단순한 현상만을 포착한 이들이었다면? 교통사고로 인공 척추 시술을 받은 딸이 실은 컴퓨터 속 전류에 불과하다면? 세상에 낮과 밤, 계절이 생긴 기원이 사자와 기린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단요 작가만이 그려낼 수 있는 상상력과 서사의 확장성은 독자를 수월하게 납득시키는 만큼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를 기어코 매혹적인 디스토피아의 한가운데로 데려다놓는 단 한 권의 책.
출판사 리뷰
2023년 박지리문학상, 문윤성SF문학상 수상
2024년 문학동네신인상 평론 부문 당선
2025년 제12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불안하지만 재치 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정수,
필립 K. 딕의 계보를 이을 단요 작가의 SF 소설집 출간!
한국 SF문학의 독보적 존재,
단요가 그려낸 6편의 매혹적인 디스토피아 속으로
“이건 아마도 슬픈 농담 같은 일일 것이다.”
미발표작, 웹진 공개작 수록
브릿G 공개 당시 추천작 수록!
단요 작가는 2023년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로 이기호, 구병모, 윤경희 심사위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제3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 같은 해에 문윤성SF문학상을 동시 수상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매해 꾸준히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4년 만에 단독 SF 소설집 『존재의 대연쇄』를 출간한다. 그간 계간지와 웹진에 공개했던 단편 4편에 이어 미발표작 2편을 더해 모두 6편을 담았다. 그중 소설집의 제목이 된 「존재의 대연쇄」는 브릿G 공개 당시,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더해 편집부 추천작으로도 선정되었다. 이번 소설집은 컴퓨터과학과 중세철학, 신학을 기반으로 한 SF 단편들로 언뜻 필립 K. 딕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단요가 쌓아 올린 디스토피아 세계관은 언제나 시의성 있는 흐름을 포착해내기에 현실에는 없는 소설 속 기술과 생각, 장면들 앞에 자연스럽게 ‘아직’이라는 부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아직 없지만, 곧 생겨날 미래 세계의 순간들에 독자들은 안도하다가도 불현듯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명확히 보이고 이해할 수 있는 세계 너머에, 아직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도사려 있으리라 믿어보기도 합니다. 그 믿음은 때때로 자기 자신을 현실로 길어 옵니다.
이 소설집은 그런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블라인드 가제본_작가의 말
무애해서 도리어 불안한 단요라는 속삭임
그가 들려주는 무섭도록 현실적인 미래 세계의 장면들
「사랑하는 신의 생일」은 현대의 인물이 서기 41년도의 인물과 유선전화기로 연결되어 역사에 개입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오래된 유선전화기에서 로마제국 3대 황제 칼리굴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벤트성 자동응답기 기능이라 여긴 유하는 칼리굴라에게 이런저런 현재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러던 중 유하는 칼리굴라에게 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먹는데, 그가 반역자들의 공격을 받기까지는 단 이틀만이 남았다. 과연 유하의 이야기로 로마제국의 역사는 바뀌게 될 것인가?
「세상의 이름은 기린」은 세상에 낮과 밤이 생긴 기원이 기린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수사자에게 자식을 잃은 어미 기린이 분노와 슬픔을 담아 그를 하늘로 걷어차버렸고, 구름 위에서 추위를 견디지 못한 사자는 별과 달에게 빛을 빼앗아 몸을 감싼다. 그게 별과 달이 창백해진 이유다. 사자의 갈기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꼭 태양과도 같고, 땅이 그리워 그가 흘리는 눈물은 곧 비가 된다. 이처럼 기린과 수사자 사이의 관계성이 낮과 밤, 계절을 만들고 이 작품은 그 과정에서 비롯되는 각자의 고통과 용서, 죽음과 괴로움에 대해 전한다.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종교역사학 연구자와 송전망을 관리하는 기술직 사무관인 두 친구가 통화하는 장면을 다룬다. 연구자인 친구는 삼천 년 전 지구에 장파장 적외선 즉, 온도를 보는 인간들이 있었을 거라 주장한다. 사람을 흘깃 보고 아픈 곳을 알아내던 신의들, 투시 능력자들, 예언자와 마술사 들이 사실은 눈으로 온도를 식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도시를 지나는 전류를 관리하는 ‘나’는 친구의 주장에 따라 현대의 수많은 기술들과 빛을 새롭게 인지하기 시작한다.
「빛 속에」는 현장학습을 떠났다 교통사고를 당한 딸을 살려내고자 한 부모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으스러진 뼛조각을 빼낸 자리에 티타늄 척추를 끼운 수술을 받은 딸 소혜는 걷기 시작한 다음에야 환상통을 겪기 시작했다. 인공 척추 이용자 가운데서도 소수만이 겪는 중증도 부작용이었기에 소혜는 또 다른 임상시험의 대상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임상시험은 뇌에 칩을 삽입해 인공 척추에서 오는 신호를 필터링하는 기술이다. 소혜는 계속되는 통증과 마치 실험체가 된 듯한 기분에 수술을 거부하지만, 부모는 끈질기게 딸을 설득한다. 그런데 엄마 은주는 어느 순간 소혜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과연 은주 앞에 나타난 딸은 누구인 걸까?
「존재의 대연쇄」는 어느 날 감전 사고로 신의 계시를 받았다 주장하는 한 남자가 세상을 종말시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감전 사고 당시 기절한 상태에서 테리 데이비스를 만난 남자는 그로부터 세상은 성경을 기반으로 프로그래밍되었으며, 너에게 선지자 직분을 주겠다는 계시를 받는다. 이후로 남자는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해 성경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테리 데이비스가 말한 프로그래밍을 터득하기만 한다면, 취업이 문제가 아니라 통장 잔고를 바꾸는 일도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일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걸 실행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빛나는 격자무늬 공간을 찾아야만 한다.
「격자 공간 제어 지침서」는 「존재의 대연쇄」에 나오는 성경 기반의 프로그래밍을 담아낸 지침서다. 「존재의 대연쇄」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이 지침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 인물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드넓은 격자무늬를 발견해 세상을 뒤바꿀 눈 밝은 독자들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적극적인 독자의 해석을 환영하는 단요라는 세계
그 끝에서 마주할 새로운 감각과 서사의 확장에 대하여
이 소설집은 읽기보다 감각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다. 6편의 작품들은 저마다 다른 인물, 다른 리듬, 다른 형식으로 각자의 자리에 존재하며 독자에게 감각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랑하는 신의 생일」과 「존재의 대연쇄」는 오래된 유선전화기와 텅 빈 터미널 건물 7층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뼈대를 드러내 보인다. 연결되지 않은 유선전화기 속 누군가의 음성이 로마 황제에게 가닿는 설정은 논리적 해석보다 문학적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실제로 알 수 없는 음성에 사로잡혀 병증에 시달렸다 이야기되어져온 칼리굴라의 시간에 작가는 ‘유하’라는 소설 속 진실을 삽입한다. 신의 계시를 받았다 주장하는 한 인물이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버스터미널의 빈 공간에서 마침내 세상을 종말시킬 프로그래밍을 실현한다는 설정 역시 작품 속 맥락하에 진행되어 독자로 하여금 서사를 마치 건축물을 대하듯 찬찬히 톺아보게 한다. 단요가 안내하는 서사는 횡보다 종에, 직진보다 우회함에 가깝다. 마음대로 서사를 비틀어보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한 줄씩 읽어나간 독서의 경험 끝에 마음속에 생겨난 또 다른 형상을, 그로 인해 비롯된 새로운 감각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모든 맥락을 이해할 수 없더라도 (…) ‘보는 사람이 보는 만큼 보이는 글’이기에, 이 글을 읽는 경험은 그 자체로 적극적인 오독의 불안을 내포하면서도 사고 범위를 전방위적으로 열어젖히는 새로운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_브릿G 편집부 추천작 내용
요컨대 나는 슬픔에 정직한 라벨을 붙이는 것을 항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괜찮다고 믿으면 정말로 괜찮은 일이 있고, 나는 괜찮아야만 한다.
그러니 이쯤에서 인정하건대 내 성격에는 빙퉁그러진 면이 있다. 나는 가져보지도 못한 고뇌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면 손목을 툭 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중압이 흙바닥으로 툭, 떨어지도록.
병사들은 사라진 이들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죽음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아이는 거대한 구멍을 상상했다. 대삼림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거대한 구멍이 병사들을 집어삼켜 지저로 내려보내는 광경을…….
작가 소개
지은이 : 단요
사람 두 명과 함께 강원도에서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이라서 생기는 이야기들을 즐겨 쓴다.202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다이브』, 『인버스』, 『마녀가 되는 주문』, 『개의 설계사』,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목소리의 증명』, 『피와 기름』, 『트윈』, 『성냥과 풋사과』, 중편소설 『케이크 손』, 『담장 너머 버베나』, 『캐리커처』, 소설집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르포 『수능 해킹』(공저)이 있다.2023년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문학동네신인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 2025년?제12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Codex Writers Group 멤버다.
목차
사랑하는 신의 생일
Beloved God's Birthday
세상의 이름은 기린
Giraffe Is the Name of the World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
No Salvation will Do
빛 속에
In Light
존재의 대연쇄
The Great Chain of Being
격자 공간 제어 지침서
Grid Space Operation Hand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