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청주댁은 오 남매를 데리고 전쟁 때 과부가 아닌 과부가 되었다. 전쟁이 터지자 남편은 재화, 재희, 재순, 재준, 재성 다섯 남매를 남겨 둔 채 호랭이 같은 청주댁 눈을 피해 슬금슬금 드나들던 막걸리집 작부의 손을 잡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전쟁통에 남편 없이 다섯 남매를 데리고 살아가는 것은 죽느니만 못한 일이었다.
세 식구는 밥상에 앉을 때나 얼굴을 마주 대했지만 마치 벙어리들처럼 밥만 꾸역꾸역 먹을 뿐 한마디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재순은 컴컴한 방에서 재화 생각이 날 때마다 울었다. 그리고 재준은 도통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럴수록 주인의 폭언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그렇게 세영은 버려졌던 자신의 삶을 끌어올려 자신만을 오롯이 사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스스로 되뇌었다. 그렇게 청주와 연결되어 있던 올가미를 한 줄 한 줄 끊어 내며 어두운 국도를 달렸다. 그러나 그곳에는 더 어두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선
50년 전 미국으로 이주해 현재 드레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부강한 한국만을 보고 자란 자녀 세대에게 전쟁의 참혹한 가난을 이겨낸 선대들의 회복 과정을 전하고자 펜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