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원용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구순의 시」 전문으로 이루어진 시집의 ‘자서’로 미루어 짐작할 때, 그의 시는 얼굴의 주름처럼 의식 및 무의식, 심지어 신체에 각인된 기억이라는 어법을 주름으로 지니고 있을법하다. 세계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 성찰을 시도하고, 삶의 지혜나 깨달음의 경지를 음악적 리듬이나 견고한 언어 감각으로 드러내는 건 그동안 지속되어 온 고유한 서정의 형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시가 과거의 사건과 정서를 재현하거나 시간이 남긴 흔적을 시의 중심 재료로 끌어들일 거라는 예상, 긴 시간을 통과한 화자가 자신의 닳고 닳은 욕망을 패배로 씁쓸히 규정짓거나, 내적 성찰로 말미암아 새로이 변화한 감각과 인식을 관조적 태도로 형상화하리라는 기대는 유쾌하게 빗나간다.
기존의 서정시와는 차원이 다른 시적 긴장감은 일차적으로 원용수의 시가 말들을 제자리에 놓는 데 주저함이 없는 데서 비롯한다. 그의 시는 즉시 의미가 되지 않고 설명을 유보하며 머뭇거리는 시어들로 시적 의미가 늦춰지거나 모호해지는 법을 모른다. 모리스 블랑쇼에 따르면 문학은 무언가를 드러내는 행위가 아닌, 말해질 수 없음이 지속되는 공간이다.
출판사 리뷰
『이런 복을 주시다니요』는 원용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구순의 시」 전문으로 이루어진 시집의 ‘자서’로 미루어 짐작할 때, 그의 시는 얼굴의 주름처럼 의식 및 무의식, 심지어 신체에 각인된 기억이라는 어법을 주름으로 지니고 있을법하다. 세계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 성찰을 시도하고, 삶의 지혜나 깨달음의 경지를 음악적 리듬이나 견고한 언어 감각으로 드러내는 건 그동안 지속되어 온 고유한 서정의 형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시가 과거의 사건과 정서를 재현하거나 시간이 남긴 흔적을 시의 중심 재료로 끌어들일 거라는 예상, 긴 시간을 통과한 화자가 자신의 닳고 닳은 욕망을 패배로 씁쓸히 규정짓거나, 내적 성찰로 말미암아 새로이 변화한 감각과 인식을 관조적 태도로 형상화하리라는 기대는 유쾌하게 빗나간다. 기존의 서정시와는 차원이 다른 시적 긴장감은 일차적으로 원용수의 시가 말들을 제자리에 놓는 데 주저함이 없는 데서 비롯한다. 그의 시는 즉시 의미가 되지 않고 설명을 유보하며 머뭇거리는 시어들로 시적 의미가 늦춰지거나 모호해지는 법을 모른다. 모리스 블랑쇼에 따르면 문학은 무언가를 드러내는 행위가 아닌, 말해질 수 없음이 지속되는 공간이다.
‘바깥의 사유La pensee du dehors’, 즉 “글쓰기란 말할 수 없는 것이 말해지고, 쓰일 수 없는 것이 써지는 순간을 목도하는 체험이다.”란 블랑쇼의 말은, 사물을 소멸시킴으로써 의미를 획득하는 명확한 전달 수단으로서의 언어를 지양한다. 단어가 만든 의미의 세계 너머, 언어로 다 담을 수 없어 추방당한 ‘실재의 침묵’과 ‘부재’ 그 자체를 드러내려는 노력이 모름지기 블랑쇼가 주장하는 문학인 것이다. 이처럼 아직 하나의 의미로 굳어지지 않은 채 언어가 여전히 머무는 자리에서 해석의 지속을 요구하는 시적 내밀성이 문학의 본질이라고 믿어온 사람들에게 원용수의 시는 말의 고삐를 틀어쥔 자가 제 속도로 밀어붙이는 방식과 에너지로 말미암아 고속으로 통과하는 바람이나 열기처럼 숨 가쁘게 체현된다.
출판사 서평
들뢰즈와 가타리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노년이 자유를 획득하게 되는 은총의 시간이라고 찬양한다. 노년은 지고한 자유를 향유하는 시기이므로 말년의 언어에는 자유로워진 정신의 모습이 투영될 터이다. 그런즉 시인이 구사하는 구어체와 방언은 단순한 일상적 체험과 토속성의 재현을 넘어, 제도화된 문법과 굳어진 언어의 틀을 벗어던진다. 시인은 자신에게 익숙한 날것의 언어를 통해 비로소 도달한 삶의 비경祕境을 다정다감한 눈으로 응시하고 활달하게 재현한다. 구어와 방언은 언어의 본래적 고향이자 존재의 밑바닥으로 회귀하려는 몸짓에 닿아있다. 시인은 격식을 털어낸 언어의 결을 따라 우리를 삶의 깊숙한 이면으로 생생하게 이끌고 있다. 말[言]의 고삐를 틀어쥔 자의 놀라운 복이 아닐 수 없다.
- 문학평론가 신상조 해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원용수
· 호는 안석(安石), 경북 울진 출생, 강릉사범, 방송통신대학 졸업· 월간 《한맥문학》에 수필, 《문학예술》 시 등단· 한국문협, 대구문협, 대구수필가협회, 대구펜클럽, 국제펜한국본부, 영호남수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 아카데미 원장 역임· 제14회 매월당문학상, 영호남수필 문학상, 국민훈장 동백장· 수필집 『능수버들』, 시집 『무지개 여행』 『백조의 기분』 『이런 복을 주시다니요』
목차
<1부>
청매화
오독誤讀
노부부 낚시꾼
갈령재渴嶺齋에서
계단 오르기
따뜻한 보시
군자란
금슬
소의 눈물
퇴역
파키스탄 알렉스 초등학교
모성의 거울
분갈이
허물벗기
포항해녀
재스민 되살리기
어머니의 논
이화보은以花報恩
<2부>
맹호, 달리고 싶다
끈끈한 모성
육포
꿩 대신 닭
하모횟집
휴일 병원
비둘기 성화
황당한 사고
할머니 김치
청정한 선물
차 키
개마무사鎧馬武士
강릉 남대천에서
게이 부부
경로당 우 회장
나도 동민입니다!
결벽증
보일러
믿지 못할 약속
<3부>
노년의 사랑
만년 망부석
대왕암 출렁다리
말을 알아들은 개
낯선 구원
즐거운 외식
명절 전통
무료 급식소
밥 한 끼 사소
맛집과 시인
백세 시대
변신은 무죄
생일 축하 전화
분경盆景
세월여류歲月如流
꽃기린
구례 산수유축제
대구도서관
대구 팔공산
돌아온 머슴
<4부>
정선 5일장
자립정신
재주꾼 AI
자위自慰는 자위自衛라
육백 마지기 2대
울진 봉평리 신라비
운전대
우리 손자 손녀들
우리 강아지
용한 의사
아흔을 바라보며
신천 나들이
시장 보기
스마트폰에 천리향을 싣고
봉침蜂針
뻔한 자랑질
스킨다비스
천년 집
해 돋는 우리 집
| 해설 | 신상조
말[言]의 고삐를 틀어쥔 복이라니요 •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