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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을 칠할 시간
잉어등 | 부모님 |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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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2020년에 첫 시집 『목련꽃 사다리』를 낸 지 햇수로 6년, 채자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서울 출생임에도 시의 공간적 배경은 거의 다 대자연이며, 자연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는 소월과 영랑, 서정주와 박재삼, 청록파의 시정신에 가 닿아 있다.

도시에서의 삶은 촌각을 다투며 전개되고, 인파와 차량의 물결, 소음과 탁한 공기가 몸을 지치게 한다. 시인은 우리가 잊고,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대자연의 이모저모를 통해 현대인에게 자연의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시를 쓴다.

망개나무와 호랑가시나무처럼 삶의 주변에 있는 나무 한 그루도 시로 빚어내는 자연 친화적인 감성으로 한 편의 서정시의 전통을 잇고 있다. 자연의 것들이 저마다 한 해를 갈무리하고 겨울을 견디는 모습을 통해 창작의 고통과 삶의 조화를 함께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2020년에 첫 시집 『목련꽃 사다리』를 낸 지 햇수로 이제 6년이 된다. 두 번째 시집의 원고를 통독해 보니 첫 시집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채자경 시인은 서울 출생임에도 시의 공간적 배경은 거의 다 대자연이다. 자연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는 소월과 영랑, 서정주와 박재삼, 청록파의 시정신에 가 닿아 있다. 도시에서의 삶이란 촌각을 다투며 전개된다. 출퇴근 길의 인파, 차량의 물결, 온갖 소음, 탁한 공기가 우리네 몸을 지치게 하고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시골’로 일컫는 자연으로 나가보면 동식물을 비롯한 온갖 것들이 ‘자연스러움’을 지향하고 있다. 스스로 自 자에 그러할 然 자인 자연! 우리는 대자연의 이모저모를 죄다 잊고,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나 같은 현대인에게 시인은 자연의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시를 쓴다.

□ 나무 키우기가 쉽지 않다. 자연의 것들은 제가 알아서 살아가지만, 정원 안에 있는, 사람이 돌봐야 하는 나무는 소홀히 하면 죽는다. 망개나무는 낙엽교목이다. 잎은 어긋나며 긴 타원형이고 잎 아래는 고르지 않아 날카로우며 끝은 날카롭고 톱니가 없으며 잎 뒷면이 분백색이다. 열매는 핵과로 긴 타원형이며 8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뜰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무에게 물을 주는 화자는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 “억지를 부리려 하지 않았는지를/ 떠나는 잎들에”게 물어본다. 시는 후반부에 가서 창작의 고통으로 연결된다. 망개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처럼 나의 시도 열매를 맺어야 할 텐데, 쉽지 않다.

□ 망개나무는 자신의 한 해를 저렇게 잘 갈무리하는데 왜 나는 시 한 편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해 이렇게 헤매고 있는가. “나날이 생각이 깊어진 가을볕”을 받으면서 “마침표를 찍지 못해” 내 마음은 마냥 스산하다. 뼛속까지 시려와 앞가슴을 여미니, 시여 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왜 이렇게 한 편 쓰기가 어려운 것이냐. 이번에는 호랑가시나무를 보자. 때는 겨울이다.

□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활엽수인데 중국에서는 ‘늙은 호랑이의 발톱’이라는 뜻으로 노호자老虎刺 또는 개의 뼈라는 뜻으로 구골狗骨이라고 부른다. 이 나무의 붉은 열매는 성탄절 엽서 그림에 많이 나온다. 붉은 열매는 장기臟器에 좋다고 하는데 조경에 사용되고, 특히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해 꺾어서 사용한다. 시인은 겨울에도 호랑가시나무가 주변의 것들과 얼마나 조화롭게 잘 지내고 있는지를 얘기해 준다. 우선 빗금으로 드는 겨울 햇살을 향해 등을 구부려 준다. 땟거리를 찾으려고 날아든 새들에게는 구름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셈법을 가르쳐 준다. 눈이 펑펑 내려 눈을 흠뻑 뒤집어써도 발가락으로 언 나뭇가지를 꽉 쥔 채 기지개를 켠다. 호랑가시나무는 삭풍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서도 문틈 비집고 들어온 황소바람에게 연신 빗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호랑가시나무가 제5연에 이르면 그 모습을 일신한다. 이렇듯 시인은 삶의 주변에 있는 나무 한 그루도 시로 빚어내는 자연 친화적인 감성으로 한편의 서정시의 전통을 잇고 있다.

- 이승하 교수 해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채자경
●서울 출생●월간 <순수문학>으로 등단 ●24회 영랑문학상 우수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한국여성문학인회●형상시학, 순수문학인회 이사, 인사동시인협회<작가와 함께> 편집위원. 대륙문인협회 회원●시집<목련꽃 사다리>,<다시 사랑을 칠할 시간>

  목차

<1부>
가시나무 등고선
망개나무 갈무리
구룡포 겨울
동지冬至의 둥지
호랑가시나무 겨울
고요의 바닥
곡비哭婢
광장
그늘의 비애
길 위의 관계
꽃비 그 이후
꽃 피는 과녁
철든다, 늦가을에
내 바람은 늘 그래
등꽃 일지
늦은 기도
또 다른 처방전
등불, 바람도 끄지 못한

<2부>
말 무덤
면面의 끝
모바일 불나방
모서리 지우기

묵정밭 유산
물가에 길
민달팽이 경전
바라춤
바람 깁다
바람의 셈법
바람의 집
바탕화면
발은 크로키한다
발효를 품다
방목
백지의 바다

<3부>
벽꽃
별마당
봄 눈치
빈 섬의 하루
다시, 사랑을 칠할 시간
새해의 기도
손빨래
송화의 그늘
어느 나무 의자의 꿈
어리연꽃
오월을 마무리하며
울음 타는 붉은 강
우일 우화
유리의 날들
이런저런, 말 말
인터넷 창
장미의 수난
모래의 구간

<4부>
정수리길
조율
지상철 풍경
지워지는 구도
초겨울 은하
추일서정秋日抒情
칠월의 노래
칡꽃
침묵의 자서전
폭염 아래서
푸른 밤 푸른 별
피날레
화가?家의 바다
풍경의 날개를 엿보다
회전문
종간終刊처럼
내 안의 블루
변산 노을

<5부>
가을밤
달꽃의 자리
다시 사랑을 칠할 시간
내, 쉴 곳은
어느 시인의 노래
아시꽃 풋사랑
이젠 사랑할 시간
거울장미
분홍바람

해설 | 이승하
자연의 것들은 저렇게 자연스럽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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