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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애지 | 부모님 | 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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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2024년 《서정문학》으로 등단하고 2025년 《미래시학》 신인상을 수상한 유재혁 시인의 첫 시집 『샌드맨』이 나왔다. 이 시집의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주요한 시공간은 서해와 바다를 둘러싼 세계다. 최근 번잡한 도시를 떠나 서해 인근으로 이주한 유재혁 시인은 바다와 내면의 정황을 다층적으로 직조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펼쳐 놓는다.

  출판사 리뷰

2024년 《서정문학》으로 등단하고 2025년 《미래시학》 신인상을 수상한 유재혁 시인의 첫 시집 『샌드맨』이 나왔다.

이 시집의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주요한 시공간은 서해와 바다를 둘러싼 세계다. 최근 번잡한 도시를 떠나 서해 인근으로 이주한 유재혁 시인은 바다와 내면의 정황을 다층적으로 직조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펼쳐 놓는다.

유재혁 시인에게 바다는 시인의 내부를 향해 나아가는 감정적 매개물로 기능한다.
그에게 바다는 “바람을 걸어온/웃음기 잃은 무연고의 그림자”(「물러서는」)로 그려지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지 않았다면/생기지 않았을 이 검푸른 수평선”(「기다림에 대한 측량」)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시 「악몽」에서는 “아비들의 묵음”으로 환원되며 “만실의 병동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아브라함의 의붓아버지”로 호명하며 ”창조 이전의 폐허“로 돌아가기도 한다.

표제작 「샌드맨」에서는 “얼굴을 모래로 만든 사람이 탑에서 걸어나오더니 멀리 보이는 사초밭 지나, 문 열듯이 모래그늘 몇 번 쓱쓱 파 나무를 심었다”라는 구절에서 보여지듯 무형과 유형의 경계를 허물며 고독한 삶의 너머를 보여준다.
유재혁 시집_ 샌드맨 02


무엇보다 이 시집의 미덕은 우리 시에서 익숙한 이별과 상처, 삶의 비애들을 개성적인 언어로, 생생한 파동으로 빚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바다, 섬, 항구, 서해 곳곳에서 길어 올리는 삶의 서정들이 간절하고 애틋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등단했지만 문학을 전공하며 오래전부터 시를 써온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조동범 평론가는 “시인은 끊임없이 외부의 고통을 내재화하며 세상과의 소통과 합일을 꿈꾸려 한다. 그럼으로써 유재혁의 시는 우리 삶과 세계에 존재하는 비극을 끌어안으려 한다.”고 말한다.

이윤학 시인은 “이 시집의 중심에는 어두침침한 침실 같은 ‘샌드맨’이 있고 말을 잃은 사람이 떠도는 섬과 그 부속 도서가 꿈속에서처럼 정돈되어 있다.”고 말한다.

기다림에 대한 측량
기다림이 한참 지나도 기다려지면
바다로 나와 일기를 쓰지
빈 소라껍질 촉으로
바닷속 음계를 빌려와
몇 번이고 똑같이 쓰지
내가 사랑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검푸른 수평선
참 부드럽게 꽉 차고,
허물어질 때
숨소리 한 올 남지 않는
물의 들판

부질없이, 네가 떠났어도
종결부호 없이
쓰고 또 쓰지
나의 사랑이 쓸쓸함보다 멀리 물이 되는
이 바다에 앉아

- 「기다림에 대한 측량」 전문

그 모래탑 올리던 북서풍 주춤 멈춘 자리 후면으로 남서풍 돌아온 날 얼굴을 모래로 만든 사람이 탑에서 걸어나오더니 멀리 보이는 사초밭 지나, 문 열듯이 모래그늘 몇 번 쓱쓱 파 나무를 심었다 귀 두 개 높이 돋은 나무, 무엇이 필까 어떤 열매가 열릴까 엿볼 수 없는 나무, 밭 갈다 씨앗 추리는 사람들은 흔한 노래 흥얼거리며 지나쳤고, 나는 유심히 지켜보았다 나무는 갯바위처럼 거칠고 옹이뿐이었지만 바람보다 빨리 자라 매순간 바람 앞을 가리켰다 금년 봄은 혹설에 묻혀 오지 않았지만 나무는 홀로 무더운 듯 가지 뻗고 열매 맺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열매는 밤마다 부풀어 가지 끝에서 환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열매에 허기를 뿌려 시루떡을 쪄 나누었고 어떤 사람들은 이목을 밝혀 가며 요원한 기도를 올렸다 그 열매가 열려 있는 동안 불행한 기억은 울리지 않는 종소리처럼 멀어져 잊혀졌다 아무도 열매가 지고 나무가 허물어지는 때를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쥔 것을 펼 수 없을 때 얼굴을 모래로 만든 사람이 나무를 나와 북서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모래언덕에 차례로 줄 세우더니 연약한 인형처럼 쓰러뜨려 한 겹 모래로 흩뿌리는 것을 보았다 덮인 모래는 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렸다 모래로 만든 사람은 방문을 닫듯 나무로 들어갔다 높이 돋은 나무의 두 귀는 바닥까지 길어져 모래의 수효를 들었다
- 「샌드맨」전문

바다가 앙상하게 증발하는 꿈,
온 세상의 침대를 적시던 물이
허연 먼지로 휘날렸다
사람들은 자신의 발보다 먼저 소금 평원을 뛰어갔고
물기 빠진 물고기들은 입이 삐뚤어진 채
별자리로 튀어올랐다
아, 이 행성의 시간은 끝났음.
하악골을 쉬지 않던 아비들은 묵음으로
만실의 병동으로 숨어들고
세 번 울어야 할 닭들은 점묘화로 바스러졌다
당신은 이제 잠들라, 아브라함의 의붓아버지여
마침내 나는 창조 이전 폐허로 돌아갔다
- 「악몽」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유재혁
2024년 《서정문학》 등단, 2025년 《미래시학》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흙빛문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목차

1부 쓸쓸함보다 먼
기다림에 대한 측량/ 불행한 사람/ 바다는 달린다/ 말을 잃고/ 바다에 부치다 ― 아내에게/ 바다에 남다/ 샌드맨/ 물러서는/ 그대에게서 멀어져도 그립지 않은/ 달과 바다/ 진공의 시간/ 비, 해변 0시/ 누군가 너를 만나러 온다/ 악몽/ 빈방 속으로/ 폐가廢家/ 그 순간이 지금

2부 파도처럼 많이 서성이는
섬/ 파도/ 파시/ 밤 항구/ 해변의 구름/ 저 속에 뭐가 있지/ 당신의 바다를 줘/ 매운 눈/ 막다른 모임/ 밤바다/ 자정의 여행자/ 만리포/ 다시 구름포/ 몽산포夢山浦/ 수치도/ 흑도/ 운여雲礖/ 나치도/ 간월호/ 목덕도

3부 눈의 바다에서는 손 흔들지 않는다
겨울소묘 1 ― 우는 여자/ 겨울소묘 2 ― 밥의 우울/ 겨울소묘 3 ― 부음/ 겨울소묘 4 ― 지나쳐 오는 것과 지나침/ 겨울소묘 5 ― 집 없는 자는 전진한다/ 겨울소묘 6 ― 추억이 끔찍할 때가 있다/ 겨울소묘 7 ― 하루, 하릴없던 무렵/ 겨울소묘 8 ― 그는 걸었다/ 겨울소묘 9 ― 누군가 이별하고 있다/ 겨울소묘 10 ― 계단에 누워 있던 사내에 대한 기억/ 겨울소묘 11 ― 그것은 그리움이 아니다/ 겨울소묘 12 ― 蓮밭에서/ 겨울소묘 13 ― 때로 알 수 없음의 자연스러움/ 겨울소묘 14 ― 캄캄하게 앉아 기다려보기라도/ 오래된 일기 1 ― 어떤 공포/ 오래된 일기 2 ― 빈모貧母/ 오래된 일기 3 ― 영산홍

4부 한겨울 발소리 듣듯이
뒤와 겨울/ 겨울, 들판, 햇살, 꽃씨/ 입동과 샛별/ 일출, 2026/ 기러기 떼/ 첫눈/ 십이월/ 십일월/ 십일월 2/ 눈사람/ 겨울나무/ 눈 오는 달밤/ 미로, 혹은 막 없는 무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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