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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부는 바람
애지 | 부모님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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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1998년 《불교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집 『통조림』, 『차경』, 『잠시 위탁했다』를 출간한 김은령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냈다. 이번 시집은 사물의 이면에 잠들어 있는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고 불러내며 스밈의 시세계를 그려낸다. 산사와 연밭, 찻집과 산책 등을 통해 발화되는 곡진한 언어들은 삶의 희로애락과 변주되며 입체적인 사유로 확장된다.

김은령 시인이 주체와 대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殺을 가진,/내 안에 똬리 튼/그것들//괜히 나 혼자/몰래 분주하고/몰래 설ㅤㄹㅔㅆ던 당신들”(시인의 말)이다. 시인은 구체적인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그것들’과 ‘당신들’을 끊임없이 불러낸다. 시인의 옷깃을 스치고 일렁이는 “밀밀한 서사”들을 응축하며 서정과 사유를 아우르는 방식이다.

김은령 시인의 사상의 거처는 넓은 의미의 불교사상이지만 그는 사상을 관념의 보좌에 앉혀 놓지 않는다. 그는 사상에 몸의 옷을 입혀 그것을 보이고 만져지게 하며 움직이게 한다. 결국 그는 삼라만상의 희로애락이 바로 그 몸 때문임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1998년 《불교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집 『통조림』, 『차경』, 『잠시 위탁했다』를 출간한 김은령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냈다.

이번 시집은 사물의 이면에 잠들어 있는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고 불러내며 스밈의 시세계를 그려낸다. 산사와 연밭, 찻집과 산책 등을 통해 발화되는 곡진한 언어들은 삶의 희로애락과 변주되며 입체적인 사유로 확장된다.

김은령 시인이 주체와 대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殺을 가진,/내 안에 똬리 튼/그것들//괜히 나 혼자/몰래 분주하고/몰래 설ㅤㄹㅔㅆ던 당신들”(시인의 말)이다. 시인은 구체적인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그것들’과 ‘당신들’을 끊임없이 불러낸다. 시인의 옷깃을 스치고 일렁이는 “밀밀한 서사”들을 응축하며 서정과 사유를 아우르는 방식이다.

김은령 시인의 사상의 거처는 넓은 의미의 불교사상이지만 그는 사상을 관념의 보좌에 앉혀 놓지 않는다. 그는 사상에 몸의 옷을 입혀 그것을 보이고 만져지게 하며 움직이게 한다. 결국 그는 삼라만상의 희로애락이 바로 그 몸 때문임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표제작 「서쪽으로 부는 바람」에서는 “아득하기만 한 당신//당신,//꿈결인 듯 홀연히 스쳐 지나친 후 하루에 사만 팔천 번을 죽고 또 사느니 다시, 어느 생에 옷깃 한 번이라도 스치는 바람이 될까 수미산 가는 길섶 풀잎에 맺혔다 사라지는 이슬이라도 될까” 질문하고, 시집의 마지막에 배치하고 있는 「곡두」에서는 “내가 나를 가꾸는 일/내가 나를 지키는 일/내가 나를 죽였던 일//당신의 마음, 당신의 눈짓이라 믿었다//갈망이었던 당신,//내 안의 나였던 것을!”이라고 고백한다.

해설을 쓴 오민석 평론가는 “김은령의 시적 능력은 관념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객관 상관물로 표현할 줄 아는 데에 있다”고, “김은령의 시들은 경계를 넘어 간극을 메우며 관념보다 세고 추상보다 더 직접적인 힘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안상학 시인은 “발 딛고 살고 있는 지금 여기조차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질문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현실의 냉정한 표정 앞에서 아연실색하는 슬픈 노랫소리”라고 말한다.

물 위에 앉은 꽃
무연, 무연히 바라보는데
못 전체가 수런수런 일렁거렸다

깊은 곳에서 수면을 치는 어떤 파동이 있었다

스스로 환한 꽃, 꽃!
둥근 잎 아래 누군가 살고 있어
그가 물 위로 건져 올린 자명등이었던 것

하령지荷零池에 와서
수련 구경하다가
찰방찰방 맨발로 걸어 들어가서
부유하며 잠든 연자를 깨운 그 주인공을 불러보았다

한 세계를 보이시는 당신

거기 계세요?
- 「노크」 전문

저무는 빛 낭자한 거기서
색 바래지 않고 버티는 몇몇
간택하듯 집어 왔다

지금 내 책상 유리판 밑에 나란히 줄지어 있는 동백꽃
나는 이쁘다가, 참으로 이쁘다가 움찔했다

붉음, 붉음

제 모든 생기를 빼앗기면서도
결코 본색은 놓치지 않는 결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때를 알고 스스로 목을 친 자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자존을 강탈당한 존재의 참담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생부터 따라붙은 것인가

동백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꽃을 훔쳤던
내 두 손, 내 마음!
- 「습연」 전문

붉게 물든 단풍나무 밑으로
살모사 한 마리가 스르르 들어갔다

나는 비로소
발밑이 평화로웠다

살모사가 몸을 감춘 그 위로 단풍잎 떨어져 단풍나무 아래는 그냥 아름다울 뿐이다

殺을 가진 내가 기어들어 똬리 튼 여기, 당신께서 덮고 있나요?
누군가는 또 안도하나요?

혹여라도 만약에라도
나도 기어들어 숨는 짓 말고
나를 떨어트려 무언가를 덮을 수도 있을까요?

그곳, 있기나 할까요?
- 「낙처」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은령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으며 영남대학교 대학원 한국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불교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집 『통조림』, 『차경』, 『잠시 위탁했다』를 냈으며, 불교 장편소설 『일연, 달빛으로 머물다』 등이 있다.

  목차

제1부
옴唵/ 노크/ 파초/ 하익조를 보았다/ 해바라기 경책/ 고요의 명치/ 물구나무를 서 봤다/ 대못에 내 머리가 궤였다/ 희유하여라/ 습연/ 절벽/ 불가득 / 해밀, 그 겁외

제2부
내밀한 근황/ 해변/ 서쪽으로 부는 바람/ 아득함의 아래쪽/ 밀밀한 서사/ 당신의 문양/ 연애/ 격외, 그 하나/ 너의 기슭으로 떠나는 유배/ 색경/ 내가 아직 축축한 채로 널브러져 있는 것도 / 그냥 왔다 간 것을

제3부
은근하게 아픈 순간/ 낙처/ 그러니까/ 만데빌라씨가 사는 법/ 너는 어디에서 고결한가?/ 다소 고전적으로/ 카페 라일락 뜨락 1956/ 진언/ 구석들/ 봉발奉鉢/ 구절초 위령/ 찻자리

제4부
하트, 하였으나/ 도채비는 있다/ 우야면 좋노/ 전설일지언정/ 사색/ 시묘살이 별/ 우리는 어느 생에 옷깃이 스쳤을까/ 감춰둔 냄새가 있다/ 문고리를 잡다/ 그만, 을 생각하는 시간/ 은중경을 읽는 밤/ 당신의 경지/ 곡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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