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헝가리의 대문호 『열정』의 작가 산도르 마라이의 장편소설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외적인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삶의 진실한 의미를 찾아 헤매는 중년 대학교수의 고백을 빌어 삶의 비밀과 존재의 불안을 파헤친다.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작이라 불릴 만한 이 작품은 카뮈의 『이방인』(1942), 사르트르의 『구토』(1938)에 앞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부조리를 심도 있게 그려낸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처럼 아슈케나시도 외부세계에 대한 무관심과 이질감, 존재의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다. 『섬』의 주인공 아슈케나시는 호텔방에서 형편없는 노래를 부른다는 이유로 여인의 목숨을 빼앗고, 뫼르소는 해변에서 태양이 눈부시다는 이유로 아랍인에게 총을 겨눈다. 두 사람의 영혼은 현실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하는 닮은꼴을 보인다.
소설은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시작한다. 주변 인물들이 먼저 등장하여 분위기를 한껏 조성한 후에, 끝으로 주인공이 등장하고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렇듯 정교한 극적 구성, 현재와 회상이 교차하는 이중적인 구조, 입체적이고 치밀한 묘사, 생생한 어조, 간단히 말해 예술적 형식과 언어적 유희와 심오한 내용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출판사 리뷰
카뮈의 『이방인』, 사르트르의 『구토』에 앞선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작
20세기 유럽 문단의 풍성한 수확으로 평가받는 헝가리의 문호 산도르 마라이는 인생의 운명적인 전환점을 능숙하게 그려낸다. 『섬』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외적인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삶의 진실한 의미를 찾아 헤매는 중년 대학교수의 고백을 빌어 삶의 비밀과 존재의 불안을 파헤친다.
실존주의 문학은 1940~1950년대에 프랑스에 전개된, 실존주의 사상이 짙게 반영된 문학을 일컫는데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등이 그 대표적인 작가이다. 합리주의적 인간관에 대한 의심, 삶에 대한 근원적 반성, 새로운 생존의 길의 모색 등을 보이는 모든 문학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실존철학과 창작활동을 긴밀히 연결시켰던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1943)에서 인간 존재의 우연성, 의식과 대상의 관계, 인간이 타고난 괴로운 자유, 타인과 나의 존재론적 관계, 일정한 상황 속에서의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서 생성되어 나가야 할 우리의 운명 등에 관해서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카뮈는 『이방인』(1942)과 『시시포스의 신화』(1942)에서 이른바 부조리성을 부각시켰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새로운 윤리의 모색을 시도한 이들의 문학을 ‘실존주의 문학’이라고 한데 묶어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프랑스 이외 지역의 작가로는 콜린 윌슨이나 그레엄 그린 등이 주목을 받아왔다.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작이라 불릴 만한 산도르 마라이의 『섬』(1934)은 카뮈의 『이방인』(1942), 사르트르의 『구토』(1938)에 앞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부조리를 심도 있게 그려낸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처럼 아슈케나시도 외부세계에 대한 무관심과 이질감, 존재의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다. 『섬』의 주인공 아슈케나시는 호텔방에서 형편없는 노래를 부른다는 이유로 여인의 목숨을 빼앗고, 뫼르소는 해변에서 태양이 눈부시다는 이유로 아랍인에게 총을 겨눈다. 두 사람의 영혼은 현실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하는 닮은꼴을 보인다. 인간 실존의 문제가 크게 부각하던 시기에, 『섬』(1934)은 『이방인』(1942)보다 8년 앞서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예술적으로 뛰어나게 그려냈다.
삶의 비밀을 찾아서
“왜 만족은 존재하지 않는가?”
주인공 아슈케나시는 철저하게 고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도 친구도 주변의 그 누구도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절망적인 외로움에 갇혀 있다. 산도르 마라이는 이런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심리적 흐름을 냉철한 분석과 심오한 성찰을 토대로 치밀하고 능란하게 묘사한다. 그와 동시에 자기 자신과 인간의 본성을 가차 없이 분석하는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인간사회의 모습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특히 인간과 인간을 맺어주는 ‘말’에 초점을 맞추어 언어의 표현 가능성과 한계, 소문의 진원과 실상, 말과 현실의 괴리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예리하게 파고든다. 사람들은 흔히 안이하게 삶을 몇 개의 고정관념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지만, 말은 결코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진실을 표현하기에는 불충분하고 허점 있는 경우가 많다.
『열정』을 비롯한 다른 작품들에서처럼 이 소설에서도 마라이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진부한 소재에 진지하고 심오한 테마를 담아낸다. 삶에 불만을 품은 중년 남자의 방황과 외도는 인류사에서 이미 자주 일어났으며 또 언제든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써, 언론에 진수성찬을 마련해주고 호기심에 굶주린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사건이다. 이런 진부한 소재를 빌어 인간 존재의 무거움과 근원적인 결핍을 시적으로 뛰어나게 형상화시키는 것에서 마라이의 뛰어난 예술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은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시작한다. 주변 인물들이 먼저 등장하여 분위기를 한껏 조성한 후에, 끝으로 주인공이 등장하고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렇듯 정교한 극적 구성, 현재와 회상이 교차하는 이중적인 구조, 입체적이고 치밀한 묘사, 생생한 어조, 간단히 말해 예술적 형식과 언어적 유희와 심오한 내용이 하나로 어우러져 심층적인 고도의 예술작품을 빚어내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섬』은 산도르 마라이의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지적 독자들을 위한 독특한 글 읽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현대사회의 급속한 발전과 물질적인 현란함에 휘말려 자칫 삶의 중심을 잃고서 외면적인 삶의 노예가 되기 쉬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준다.
왜 ‘섬’인가?
섬, ‘세상을 감지하는 최후의 신경’
아슈케나시가 삶에 대한 회의로 절망적인 모험을 한 끝에 찾아간 섬은 “여기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아슈케나시가 움찔거리며 세상을 감지하는 최후의 신경”이다. “이성이 등 돌린 그 공허한 세계가 무심하게 펼쳐진” 바다를 앞에 둔 섬에서 주인공은 신과 독대하며 인간의 부조리한 삶에 대한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이성’ 이전의 세상(바다)에 우뚝 솟은 섬에서 ‘이성’의 편협한 어휘를 부정하면서도 ‘이성’의 언어로밖에는 자신을 설명할 수 없던 아슈케나시는 섬에 와서야 비로소 세상에 던질 수 없었던 존재에 대한 깊은 의문을 풀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왜 저를 속이셨습니까?”라고 절규한다. 경찰관에 잡혀 떠나는 아슈케나시 뒤로 “섬은 강렬한 햇살 아래서 선명하고 날카로운 윤곽을 드러”낸다.
‘섬’인가, ‘신’인가는 분명하지 않다, 아슈케나시가 절박하게 묻는 대상이. ‘이성’ 이전의 세계를 상징하는 ‘바다’에 한줄기 빛처럼 비추는 ‘섬’은 이 대답을 알고 있을까? 산도르 마라이는 이 책에서 이 모든 질문에 답을 구하고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산도르 마라이
산도르 마라이는 1900년 독일과 헝가리 문화의 접합지이며, 1차 세계대전 후 체코에 귀속된 캇사에서 태어났다. 마라이의 아버지 집안은 작센에서 이주한 독일 계통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헝가리어와 더불어 독일어를 말하고 배웠다. 그리고 슬로바키아어도 약간 말할 수 있었으며, 당시 중부와 동부 유럽의 시민 계층에서 대부분 그랬듯이 프랑스어를 배웠다.
역자 : 김인순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칼스루에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와 배재대학교 등에 출강했고, 독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뒤 함부르크에서 오래 연구를 계속했다. 현재 한국으로 돌아와 고려대학교에 출강하며 독일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꿈의 해석』(지그문트 프로이트) 『깊이에의 강요』(파트리크 쥐스킨트) 『법』(프리드리히 뒤렌마트) 『거짓말쟁이 야콥』(유레크 베커) 『열정』·『유언』·『반항아』·『하늘과 땅』·『결혼의 변화 上·下』·『성깔 있는 개』·『섬』(산도르 마라이) 『기발한 자살 여행』·『독 끓이는 여자』 (아르토 파실린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