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동백숲에 길을 묻다> 이후 6년 만에 펴낸 김선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언어의 절제를 통한 여백의 확장과 바닷가 사람들과 풍경에서 길어올린 남도의 그윽한 향수를 시편들 속에 담았다. 여백의 울림과 삶의 다양한 형상들에서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를 통해 얻어낸 실감이 어우러져 있다.
시인은 섬마을의 이팝나무를 조상들의 유산인 '쌀밥'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해안선을 어머니의 치맛자락으로 묘사하고 갯벌을 '넉넉하고 깊은 그늘'을 드리운 '진창의 노래판'으로 인식해 '잘 삭은 적막'과 '절창'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또 진주조개에서 '찬란한 중심에 스며 있는 고통'을 읽어내기도 한다.
시집 속에는 시인의 시선으로 새로운 활기를 되찾고 숨을 내쉬는 꽃게 주꾸미 숭어 우럭 홍어 말미잘 개불 등 바다의 생물들이 가득하다. 또한 성(性)적인 비유를 동원한 '조개 야담' 연작과 '관음' 연작, 그리고 낚시를 통해 한편의 우화를 전달하는 '낚시 이야기' 연작 등이 수록되어 있다.
출판사 리뷰
온몸이 붓이 되어 그려내는 풍경과
남도의 노랫가락이 스민 바다시편들
남도의 정서를 노래하면서 상처와 성찰의 언어로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왔던 김선태 시인의 신작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가 출간되었다. 두번째 시집『동백숲에 길을 묻다』(2003) 이후 6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언어의 절제를 통한 여백의 확장과 바닷가 사람들과 풍경에서 길어올린 남도의 그윽한 향수이다. 여백의 울림과 삶의 다양한 형상들에서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를 통해 얻어낸 실감이 어우러져 남도의 노랫가락처럼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적절하고 정제된 언어운용으로 창출하는 고요함과 정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역동적인 상상력이다. 시인은 물총새가 먹잇감을 낚아채는 순간에서 저수지의 중심과 고요가 잠을 깨고 기지개를 켜는 장면을 포착한다. 이러한 사유가 깊어지면서 풍경은 “지루한 여름날이/물총새 부리에 걸려/파들파들”(「물총새 낚시」)하게, 신선하면서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왜가리의 사냥을 다룬 “생사가 극적으로 뒤바뀌는/저 간결하고 분명한 풍경 속에는/비극보다 황홀이 숨쉬고 있다”(「황홀」)는 진술에서도 이러한 강렬함은 이어진다. 이처럼 정적인 풍경에서 동적인 움직임을, 반대로 동적인 순간에서 정적인 울림을 포착해내는 시편들은 시집 곳곳에 드러난다.
벌새는/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날개를 지우고/공중에 부동자세로 선다/윙윙,/날개는 소리 속에 있다.//벌새가/대롱꽃의 중심(中心)에/기다란 부리를 꽂고/무아지경 꿀을 빠는 동안/꼴깍,/세계는 그만 침 넘어간다.(…)//정(靜)과 동(動)이/동(動)과 정(靜)이/저렇듯 하나로 내통할 때/비로소 완성되는/허공의 정물화 한 점/살아 있는 정물화 한/점(點).―「벌새」부분
집요한 관찰과 묘사는 김선태 시의 힘의 원천이다. “날개는 소리 속에 있다”거나 “세계는 그만 침 넘어간다”는 범상치 않은 진술은 대상에 대한 깊은 천착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시인이 그려내는 화폭은 ‘정(靜)과 동(動)’이 시원스레 내통함으로써 빛을 발한다. 이러한 시인의 붓질은 가창오리떼의 군무를 묘사할 때 더 거대하고 다채로운 그림을 완성한다. 언어로 그려내는 수묵산수가 더 시각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다음 시는 잘 보여준다.
저희들끼리 일심동체가 되어/거대한 몸 붓이 되어/저무는 하늘을 화폭 삼아/뭔가를 그리고 있는 것 아닌가/정중동의 느린 필치로 한 점/수묵산수를 치는 것 아닌가.//제대로 구도를 잡으려는지/그렸다 지우기를 오래 반복하다/일군(一群)의 세필(細筆)로 음영까지를 더하자/듬직하고 잘생긴 산 하나/이윽고 완성되는가/했더니//아서라, 화룡점정(畵龍點睛)!/기다렸다는 듯 보름달이/능선 위로 떠올라/환하게 낙관을 찍는 것 아닌가.―「수묵산수」부분
이번 시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시인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은 남도 바닷가 풍경과 삶, 생물들을 시화해내 인생의 희로애락과 해학을 들려주는 지점이다. 한마디로 바다를 통해 그려내고 차려내는 풍성한 밥상이라 할 만하다. 김지하 시인의 표현을 빌면 “바다생명 플랜”으로 “바다생명의 기막힌 아름다움”과 “심오한 생명의 지혜”(추천사)를 터득한 시편들이다. 평론가 유성호 역시 시인의 이러한 시세계의 특장을 높이 평가한다.
다도해 풍경은 “잘 삭은 적막”(「서해에서」)이라는 표현에 집약되어 있다. 거기에는 어머니의 치맛자락 같은 굴곡진 해안선과 넉넉한 그늘을 드리운 갯벌이, 삶의 희로애락을 환기하듯 진창과 파란만장의 노래와 춤으로 존재한다. 화자는 일몰의 수평선 너머로 저물어가는 바다의 가락을 온몸으로 들으면서, 그 삭을 대로 삭은 적막의 절창 안으로 자신의 감각을 온전하게 내맡긴다. 이때 ‘바다’는 김선태 시편의 가장 강렬한 발생론적 지점이 된다. 말하자면 해 지는 서해에서 “일몰의 수평선 너머로 깜박,”(「수장」) 넘어가는 것들을 어루만지면서 김선태 시학이 펼쳐지
작가 소개
저자 : 김선태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간이역』 『작은 엽서』 『동백숲에 길을 묻다』 『살구꽃이 돌아왔다』를 펴냈으며, 문학평론집으로 『풍경과 성찰의 언어』 『진정성의 시학』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현재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목차
제1부
물총새 낚시
감씨
벌새
황홀
조장(鳥葬)
부주산 화장터
행화
마른 잎 한 장
벚꽃나무 아래 잠들다
나무들의 구도(構圖), 구도(求道)
눈부신 외출
농업박물관
산벚꽃
나란하다
곡선의 말들
제2부
서해에서
조금새끼
그 섬의 이팝나무
염화
꽃게 이야기
주꾸미
주꾸미 쌀밥
숭어회꽃
우럭,
직방
동거
자산어보
수장
말미잘 내 청춘
외도
제3부
산에 들에
수묵산수
길
발광(發光) 혹은 발광(發狂)
추월산 다식
논두렁 밭두렁 밥상
헐벗음에 대하여
개불
달빛 외도
조개 야담 1
조개 야담 2
조개 야담 3
관음 1
관음 2
관음 3
제4부
교감
동백 낙화
관계
낚시 유배
마음의 풍경
낚시 이야기 1
낚시 이야기 2
독살
길의 외출
말들의 후광
자연산 가수
벽시계를 보다
직벽의 나무들
홍어
일관(一貫)
해설│유성호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