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2년 발표한 시집 <황홀한 숲>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조인선 시인의 시집. 지난 시집 <황홀한 숲>은 "벼락과 같은 시적 직관의 세계를 열어보이며, 한순간 고착되고 상투화된 세계를 쪼개어 새 세계의 신성한 피를 수혈한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번 시집 <노래>에는 깊은 의식의 악보 위에서 건져 올린 생의 노래들이 담겨 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인간의 자연인 '몸'과 인간의 제2의 자연인 '사회'를 밀접하게 연관시키고, 체험한 세계를 침묵 속에서 결정화한 언어로 제시한다. 이렇게 제시된 언어의 깊은 침잠을 통해 시인의 침묵이 낳은 물고기의 비늘들을 맛볼 수 있다. 시인의 언어와 맨몸과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 벼려진 시선 등을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출판사 리뷰
침묵과 외로움이 응축된 결정(結晶)의 언어
깊은 의식의 악보 위에서 건져 올린 생의 노래들
조인선 시인의 새 시집 『노래』(2010, 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되었다. 2002년에 발표한 시집 『황홀한 숲』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지난 시집 『황홀한 숲』은 “벼락과 같은 시적 직관의 세계를 열어”보이며 “한순간 고착되고 상투화된 세계를 쪼개”어 “새 세계의 신성한 피를 수혈한다”는 평가를 얻었다. 하면, 8년이 지나 발표한 이번 시집 『노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모든 평가는 결국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시인이 지난 8년의 침묵을 더 날카로운 직관, 깊어진 사유로 채워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조인선의 『노래』를 ‘듣는’ 자는 이 낯익은 세계에서 낯선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이 기묘한 균형감이 불러오는 시적 긴장 위에서 시인의 노래, 그 생생한 생의 악보 위를 거닐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래』의 노래
시인은 말한다.
“한 편의 노래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어리석은 세상이 되었다.”
현실은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시를 믿지 않는다”와 같은 한탄조의 문장에서 우리는 체념을 읽어야 하는가.
위의 문장은 시인 조인선이 지난 8년의 침묵과 외로움 속에서 응축한 절정의 언어들을 묶은 시집 『노래』의 뒤표지 글 첫 문장이다. 회오리처럼 우리의 가슴을 휘젓는 저 기묘한 문장에서 시인은 노래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체념이 아니다. 오히려 희망이다. 시인은 저 문장을 스스로 전복하며 자신의 노래의 근거와 이 노래의 미비함이 가지고 올 희망을 동시에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하여 뒤표지 글을 다음과 같이 맺는다.
“내가 부른 노래들이 가뭇없이 사라져도 내 신음 소리는/바람이 되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모두의 삶이 노래가 되는 그날이 오면.”
바로 “모두의 삶이 노래가 되는 그날”이 조인선 시인의 시들이 노정하는 바이다. 모두가 잊고 있었던 삶의 희망, 그 근거가 노래라는 시인의 ‘어리석은’ 믿음에서 우리는 체념을 읽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은 가뭇없이 사라져버려도 순식간에 모든 것을 뒤바꾸어놓을 바람이 되어 돌아오기를 기대하여야 하는 것인가. 여기, 조인선의 노래가 시작된다.
첫번째, 상상력
누군가 녹음된 파도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우리는 눈을 감고, 그 어디에 있던 단숨에, 저 넓은 바다 표면의 뒤척임과 어두운 심해의 고요를 상상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노래, 즉 시의 힘이다. 조인선의 시들은 생의 미비한 곳에서 출발하여 단숨에 어느 지경까지 달려나가는 이 상상의 힘을 담보하고 있다.
꿈은 늘 제자리에서 맴돈다
적당한 거리와 시선이 만들어낸 착각에
세상은 떠 있다
밥상머리에 달라붙은 파리들은
한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자유로운 어둠을 뚫고 생겨난 생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파리채를 들고 가까이 가자
죽을 놈과 살 놈이 구별되지 않았다 ─「파리」 전문
시인은 안성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다. 제법 많은 가축을 키우고 있는 시인에게 파리는 일상이다. 손에, 발에, 얼굴에, 밥상머리에 들러붙어 있는 파리를 그러나 시인은 내쫓거나 죽이는 것으로 지나쳐버리지 않는다. 착각-공중-어둠으로부터 꿈까지 내처 달리는 시인의 상상력은 살 생과 죽을 생의 지경으로 착지한다. 바로 여기, 그렇게 대단한 생이 그깟 생으로 추락하고 다시 매혹적인 생으로 탈태(奪胎)하는 순간에 조인선의 시가 놓여 있다. 또 다른 시 「목숨」에서 시인은 파리에게 “향기 하나 없는 너를 나라 하면 어떨까 [……] 나는 생을 담보로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말한다. 이러한 생에 대한 관조의 힘이 파리의 가벼운 날갯짓과 몸, 부림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찰나를 사
작가 소개
저자 : 조인선
1966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1993년 첫 시집 『사랑살이』를 시작으로 시집 다섯 권을 냈다.안성에서 소를 키워 팔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사과 한 알
시를 쓰다
첫사랑
따뜻한 봄날
노래
시
여행에의 초대
빛
못
첫눈
Seoul
병든 의자
십 원
가수 김장훈 씨
거짓말
빈터에 거울이
벌
제2부
파리
목숨
노래
생을 먹다
손
생활의 발견1
생활의 발견2
수행
표적
인터넷 정육점
노란 풍선
날개
공원에서
빈 배 가득 허물이
모기
타조의 꿈
저수지에서
알
제3부
사랑1
사랑2
길을 찾아서
책을 읽다
노래3
신성한 숲
나팔 소리
오월
불온한 밤
출항
동물원에서
마흔 그리고 셋
봉투 붙이기
물속의 언어
꽁치 한 마리
가지치기
제4부
엽서
퍼즐 게임
봄
합창
창에 끼인 채 웃다
표본
북어
황금 고래
마들렌 파제스에게
붉은 어항
별
어떤 수행
노래4
한 줄의 연시
해설 맨몸과 사회 사이에서 언어의 흔적을 붙잡다. 김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