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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문학동네 | 부모님 | 200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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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2003년 계간 「유심」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남극 시인의 첫 시집. '오래도록' '낡고' '응축된' 언어로 그의 시는 직조되어 있다. 거칠고 투박한, 마치 산속 깊은 골짜기의 능선을 보는 듯한 시어들과 정서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의 시는 세 가지를 거부한다. '속성'과 '새것'과 '장광설'이 그것이다. '오지의 시학'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만큼 철저하게 도회인의 어법과 소재를 등지고 있는 김남극의 시세계는, 그 오지에서 겪으면서 길어올린 '슬픔'의 정서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출판사 리뷰

2003년 계간『유심』의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남극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오래도록’‘낡고’‘응축된’시어로 우리가 잃고 사는 근원적 가치들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어들로 직조된 시편들은 우리가 지나쳐버린, 혹은 잊고 있었던 하나의 세계를 재현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오지의 슬픔이 발원하고 펼쳐져간 기원과 내력

시인의 시는 세 가지를 거부한다. ‘속성’과‘ 새것’과 ‘장광설’이 그것이다. ‘오지의 시학’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만큼 철저하게 도회인의 어법과 소재를 등지고 있는 그의 시세계는, 그 오지에서 겪으면서 길어올린 ‘슬픔’의 정서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그와 같은 세계는 저 식민지 시대의 백석으로부터 신경림, 안도현, 장석남, 문태준으로 이어지는 가난의 시적 재현과 근대적인 것에 대한 근원적 성찰들에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숟가락을 문고리에서 뽑으면
한 남자 들어와 밥상을 놓고 돌나물김치를 후루룩 마시 면
그 소리 속으로 마음을 탁 놓아버리면
숟가락이 식솔이 되는 스레트 지붕 아래에서
며칠 뒤척여보면 안다

숟가락이 문고리에서 잘 빠지지 않는다

―「숟가락이 잘 빠지지 않는다」 중에서

문학평론가 유성호는 김남극의 시가 “이효석과 백석의 창의적 교섭과 결속”으로 “확연한 시적 육체를 구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어 “선명한 이미지와 대상을 향한 연민, 성찰의 깊이,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시적 의장(意匠) 등을 통해 구성되는 그같은 교섭과 결속은, 비록 화자의 정서를 배제한 건조한 풍경을 담고 있다 할지라도, 그 안에 눅눅하게 번져가는 슬픔을 담음으로써, 명백하게 그것이 백석 후예의 것임을 보여준다”고 평한다. 언뜻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시어들 속에 담긴 정서가 우리의 전통적인 서정시와 맥락이 닿아 있음을 지적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거칠고 투박한, 마치 산속 깊은 골짜기의 능선을 보는 듯한 시어들과 정서는 어디서 발원하는 것일까?

소박하고 웅숭한 ‘마가리’적 세계

‘마가리’는 일찍이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등장한 바가 있다. 백석은 “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라고 노래함으로써 오막살이를 뜻하는 ‘마가리’를 우리의 뇌리 속에 선명하게 새겨놓았었다. 김남극 시인은 “마가리에서 오래 산 여자아이”(「몸은 말을 이긴다」)나 “마가리 벌치는 집 여자”(「고요의 상처」)를 관찰하고 “흥정리 마가리 개울”(「해빙 무렵」)이나 “마가리까지 치뻗은 비탈밭”(「내 정체성에 대해 고백함」)을 묘사함으로써 하나의 일관된 풍경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이때 ‘마가리’는 근대적 풍경이나 가치가 전혀 틈입하지 않은 상징적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또 나는 원주민에 가까워서
골짜기 마가리까지 치뻗은 비탈밭이 묵는 걸 아쉬워하고
떠난 사람의 흔적도 지워져 추녀가 내려앉은 헌집을 건너다보며
살던 이의 흰 고무신과 감자구박과 이가 빠진 밥그릇을 생각하다가도
뒤란에 핀 뚝감자꽃을 보며 꽃 지면 뚝감자 캐러갈 산뜻한 기대에
몰래 즐거워하기도 한다

―「내 정체성에 대해 고백함」 중에서

저 골짜기에는 어떤 짐승이 웅크리고 밤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마가리 벌치는 집 여자는 그 검은 얼굴로 벌통을 들여다볼 것이다
건너 등강이로 가끔 더덕을 캐러 오는 아저씨가 오늘은 서성거릴 것이다
그래서 그 골짜기는 하체가 발달한 여자의 허리 곡선 같아서
그 선을 오래 바라보면
골짜기는 혼자 유연한 결을 내비치는 듯하다

  작가 소개

저자 : 김남극
강원 봉평에서 태어나 『유심』으로 등단했다.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가 있다.

  목차

自序

1부
산협(山峽)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내 정체성에 대해 고백함
구세약방
숟가락이 잘 빠지지 않는다
도랑가 잣나무 생각
가벼워진 몸
목줄
층층나무 아래에서
몸은 말을 이긴다
해빙 무렵
바퀴 있는 것은 슬프다
은행나무꽃
돌배나무 아래에서
살구나무의 비밀
따뜻한 돌확
대못
가래 두 개
입추

2부
겨울밤
과수원집을 찾아서
양귀비꽃 피는 집
산목련꽃 핀 집
따뜻한 집
홍송(紅松)을 찾아서
추석 전날 밤
집의 내력
옥양목 한 필
선인장꽃 핀 집

횡대(橫帶)
삼우제
퇴침
마른 물푸레나무 한 묶음
제삿날 저녁
그 구멍의 깊이가 궁금하다
아버지와 소파
찰떡 같은 사람
오래된 우물을 치네
이명(耳鳴), 이 명(命)

3부
싸리꽃
봄, 뒤란에 앉아
봄날.1
봄날.2
봄밤
속이 궁근 나무 같은 몸이
진이 다 빠졌네
잠깐 오는 비
여름과 가을 사이
상강 무렵
낙과
10월 말 봉평
국화가 피는 이유
순교하는 자작나무
저녁 강가에서
들깨를 털면서
오대산 기행
겨울 산
11월
도깨비 바늘
열목어

해설 - 오지의 슬픔, 그 기원과 내력 / 유성호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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