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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이라는 스캔들
역사비평사 | 부모님 | 201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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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일본의 가깝게는 아이누부터 멀게는 조선과 만주까지 식민지화했던 메이지시대의 신문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대일본제국’의 황국신민들은 그 시대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 시대의 큰 흐름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소비했을까? 그들이 읽고자 했던 ‘이야기’ 속에서 민비(명성황후)는, 김옥균은,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는 어떤 배역을 부여받고 뻔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일까?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지지신보, 요로즈초호 등 수많은 신문들이 앞다퉈 뱉어낸 속보와 특종, 호외들 속에서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의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나본다.

저자 나이토 치즈코는 신문기사에 노골적으로 반영된 ‘이야기’의 정형이 어떤 식으로 주인공들을 타자로 만들고, 주어진 틀에 가두어 멋대로 재단하는지 거침없이 폭로한다. 미디어 속에서 서구열강의 선진문명을 한발 앞서 받아들인 대일본제국은 빠르게 문명=남성=합리=위생의 지위를 쟁취했고, 아이누·에조·조선은 야만=여성=불합리=병과 피의 이미지로 부풀려졌다. 이 스테레오타입은 문명화된 일본이 야만인들을 보살피고 구원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황국신민들은 이를 통해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주권을 빼앗은 장본인이라는 떳떳지 못한 느낌을 뇌리에서 지워버릴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과 폭로는 『암살이라는 스캔들』전체를 관통하는 ‘젠더’의 시선으로 말미암아 더욱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다. 스캔들의 스테레오타입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남성중심적인 미디어 공동체는 ‘병들어 있고 충동적이며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여자들에 대한 살의와 호기심을 은밀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것이 식민지에 어떻게 겹쳐지는지 확인할 때, 독자들은 신선한 지적 자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조선의 왕비가 일본 낭인의 칼에 죽임을 당했다!
다음날 아침 일본인들은 어떤 뉴스를 접했을까?


“왕비가 의견을 내 훈련대를 해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분노한 제2연대 소속 1개 대대가 오늘 아침 5시 대원군을 앞세워 왕성을 향했고, 5시 50분에 성 안으로 돌입했다. 지금 현재 대원군은 왕성 안에 있다.
대군주 폐하 및 왕세자 저하는 무사함.
왕비는 행방불명인데 아마도 살해당한 것 같다.”
―'조선 경성의 대변란', 『요미우리신문』1895. 10. 9.

“왕비가 궁녀 두 명과 함께 살해당한 뒤 그 사체는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는 점이 명백해진 바, 왕비의 서거가 발표되었다. 하수인 가운데는 양복을 입고 일본도를 찬 자들이 있었다는 설이 있다.”
―'왕비의 서거를 발표하다', 『요미우리신문』1895. 10. 15.

“대군주 폐하 및 왕세자 저하는 무사함. 왕비는 행방불명인데 아마도 살해당한 것 같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직후, 제국 일본의 신문은 숨가쁜 조선의 혼란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었다.
『암살이라는 스캔들』은 일반적인 근현대사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일본이 아시아 제패의 욕망으로 가깝게는 아이누, 에조(홋카이도)부터 멀게는 조선과 만주까지 식민지화했던 메이지시대의 신문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세련된 문학작품과는 달리, 신문은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만한 큰 사건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텍스트로 전달해야 한다. 또한 그 텍스트에 담긴 암묵적 전제와 결론들은 결코 독자=미디어 공동체의 은밀한 욕망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특정한 시대, 특정한 국가의 주요 신문기사들은 그 시대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당대의 미디어 공동체(여기서는 일본제국의 국민들)가 어떤 소식을 듣기를 원했는지 알려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일본제국’의 황국신민들은 그 시대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 시대의 큰 흐름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소비했을까? 그들이 읽고자 했던 ‘이야기’ 속에서 민비(명성황후)는, 김옥균은,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는 어떤 배역을 부여받고 뻔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일까?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지지신보, 요로즈초호 등 수많은 신문들이 앞다퉈 뱉어낸 속보와 특종, 호외들 속에서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의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나본다. 이것은 현대를 사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매우 낯설고 충격적이면서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암살이라는 스캔들이 소환한 역사적 인물들

“강한 질투심은 왕비(민비)의 타고난 성품인지라, 장내인에 대한 국왕의 총애가 날로 깊어지고 그녀가 여러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되자 왕비의 마음은 점점 아수라 불꽃으로 타들어갔다. “장내인은 미모가 특출하고 게다가 국왕과 동갑이므로 나보다 젊다. 전하의 각별한 총애를 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이런 천한 계집을 이대로 놓아두면 결국 내가 버림을 받을지도 몰라. 빨리 그것을 제거해 후환을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왕대비에게는 장내인의 험담을 하고, 궁궐에서 일하는 자 중에 장내인을 따르는 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질책해서 궁 밖으로 내쫓았다. 그러니 모두들 겁을 먹고 누구 한 사람 장내인을 비호하는 사람이 없었다.”
―후쿠지 겐이치로, 『장빈―조선 궁중 이야기』, 1894, 17~18쪽.

한인들이 아무리 오해로 가득 찼다고는 하지만, 안중근처럼 오해로 똘똘 뭉친 이는 없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안의 생명을 끝내는 것이 심히 애석하다. 그를 살려두고 그가 어떻게 정치적 오해를 풀어갈지 보고 싶다. 안의 강한 의지는 검찰관도 인정하는 바이다. 필경 의지가 강한 사내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로 똘똘 뭉친 나머지 흉악한 행위를 저지르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그가 태도를 바꿔 오해를 푸는 데 몰두한다면 그 힘으로 다른 사람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안중근 등의 공판', 『도쿄아사히신문』1910. 2

  작가 소개

저자 : 나이토 치즈코
1973년에 태어났다.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오츠마여대 일본문학과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근현대 일본어 소설과 미디어의 젠더 편성과 차별 구조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으며, 현대 소설에 나타난 여성 표상과 그 계보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논저로는 『소설의 연애감촉(小說の戀愛感觸)』(2010), 『문화 속의 텍스트(文化のなかのテクスト)』(공저, 2005), 『표상의 현대(表象の現代)』(공저, 2008), '물에 잠긴 금붕어(水に沈む錦魚)―하야시 후미코의 『굴』과 부(負)의 이동'(2010. 3), '대역사건과 백년 후의 소설'(2011. 3) 등이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 시작하며

1부 이야기의 균열
1장 병과 피
1. 스테레오타입 / 2. 위생론과 후쿠자와 유키치 / 3. 세균과 기타자토 시바사부로 / 4. 신체와 경계 / 5. 미래의 위험
2장 여자들
1. 황후 / 2. 창기 / 3. 여학생 / 4. 여성론과 광고 미디어 / 5. 혈도 / 6. 화장?피부?자궁
3장 식민지
1. 홋카이도 / 2. 아이누·병·여자 / 3. 멸망과 가엾음 / 4. 혼혈

2부 암살이라는 스캔들
4장 왕비와 조선
1. 민비라는 여자 / 2. 김옥균의 암살 / 3. 왕비의 사체 / 4. 미디어의 살의 / 5. 황후의 국장
5장 죽은 자들
1. 왕비가 없는 조선 / 2. 황제의 추문 / 3. 대한제국의 황태자 / 4.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 / 5. 오해 받은 안중근 / 6. 두 왕비의 병과 서사의 갱신
6장 천황과 암살
1. 대한제국의 병합 / 2. 천황제와 섹슈얼리티 / 3. 무정부주의라는 병 / 4. 왕비의 기억과 간노 스가코 / 5. 천황의 병사

맺음말 / 후기 / 옮긴이 후기
부록 (연표 / 참고문헌 / 미주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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