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프랑스 20세기 대표 지성 사르트르의 미학 역정을 19세기 작가 플로베르와의 ‘잉여의 이중주’로 풀어 낸, 흥미롭고도 무게감 있는 책이다. 사르트르를 플로베르와 연결할 단서를 저자는 사르트르 만년의 저작 <집안의 백치>에서 찾는다.
그런데 왜 잉여인가? 병원장을 하는 부르주아 집안의 차남으로 태어나, 반강제로 법과대학에 들어가 사법시험에 번번이 떨어지며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지내던 플로베르가 스물세 살에 느닷없는 뇌전증(간질)에까지 시달리다가, 아버지의 죽음 후 거짓말같이 병이 낫고는 순식간에 19세기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책은 시작된다. 플로베르의 일생은 아버지에 의해 미리 결정된 삶이나 다름없었다는 점에서 잉여의 삶이었다. 젊은 시절의 무능은 억압하는 아버지에 대한 살부(殺父) 충동의 위장된 표출이었고, 그 아버지가 죽음으로써 거짓말같이 아들은 인간이 된다.
사르트르로 말하자면, 유복자로 사르트르를 낳은 어머니가 평생 재혼하지 않은 까닭에 스스로의 존재가 정당화되지 않는 잉여인간이라는 자의식을 평생 달고 다녔음을 고백한 바 있다. 어린 사르트르가 문학에 처음 눈을 뜬 계기가 하필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의, 남편 샤를 보바리가 죽는 대목을 접하면서였다. ‘아비 없는 철학자’는 평생 이 ‘아비를 죽인 철학자’의 그늘을 벗어 던질 수 없었다. 결국 <잉여의 미학>의 단서가 된 <집안의 백치>는 잉여인간 사르트르의, 다른 잉여인간 플로베르에 대한 ‘자전적 평전’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출판사 리뷰
잉여의 시대, 잉여의 미학
풍요의 딴이름이기도 하지만 소외의 딴이름으로 더 절절하게 와 닿는 ‘잉여’의 시대 프랑스 20세기 대표 지성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의 미학 역정을 19세기 작가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1880)와의 ‘잉여의 이중주’로 풀어 낸, 흥미롭고도 무게감 있는 연구서가 나왔다.
사르트르를 논하는데 웬 플로베르인가? 흔히 알려진 대로는 사르트르는 문학과 작가의 사회적 책무를 외친 20세기 참여문학의 기수이고, 한 사람은 문학을 통한 개인의 구원에만 열을 올린 19세기 작가인데 말이다. 게다가 마르크시즘에 경도하던 시절의 사르트르 자신 플로베르를 ‘파리 코뮌(1871)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불러온 책임자’라고까지 깎아내리지 않았던가?
이 사르트르를 플로베르와 연결할 단서를 저자는 사르트르 만년의 저작 <집안의 백치(L’Idiot de la famille)>(전 3권, 1971-72)에서 찾는다.
장르를 결정짓기 모호한 책이었다. 플로베르의 일생을 꼼꼼히 추적한 전기이기도 하고, 플로베르의 문학 비평 혹은 미학이론의 소개서인가 하면, 한편으로는 플로베르가 살았던 19세기의 사회상과 당시 작가들의 정신적 비평을 보여 주는 방대한 책이었다. 사르트르 자신의 온갖 사상이 녹아 있는, 한마디로 플로베르에 관한 모든 것이고, 동시에 사르트르의 모든 것이었다. (6-7쪽)
그런데 왜 잉여인가? 병원장을 하는 부르주아 집안의 차남으로 태어나, 반강제로 법과대학에 들어가 사법시험에 번번이 떨어지며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지내던 플로베르가 스물세 살에 느닷없는 뇌전증(간질)에까지 시달리다가, 아버지의 죽음 후 거짓말같이 병이 낫고는 순식간에 19세기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책은 시작된다(서장, ‘퐁 레베크의 발작’). 플로베르의 일생은 아버지에 의해 미리 결정된 삶이나 다름없었다는 점에서 잉여의 삶이었다. 젊은 시절의 무능은 억압하는 아버지에 대한 살부(殺父) 충동의 위장된 표출이었고, 그 아버지가 죽음으로써 거짓말같이 아들은 인간이 된다.
사르트르로 말하자면, 유복자로 사르트르를 낳은 어머니가 평생 재혼하지 않은 까닭에 스스로의 존재가 정당화되지 않는 잉여인간이라는 자의식을 평생 달고 다녔음을 고백한 바 있다. 어린 사르트르가 문학에 처음 눈을 뜬 계기가 하필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의, 남편 샤를 보바리가 죽는 대목을 접하면서였다. ‘아비 없는 철학자’는 평생 이 ‘아비를 죽인 철학자’의 그늘을 벗어 던질 수 없었다. 결국 <잉여의 미학>의 단서가 된 <집안의 백치>는 잉여인간 사르트르의, 다른 잉여인간 플로베르에 대한 ‘자전적 평전’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이제까지 알던 사르트르는 파편들이다
당신은 사르트르를 누구로 기억하는가? <존재와 무>의 실존철학자, <지식인을 위한 변명>의 진보 논객, 상상의 미학자(<상상력> <상상계>), 소설 <구토>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됐으나 거부한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연인…. 이 모두가 사르트르이지만, 그 어느 하나도 사르트르의 진면목이 아닌 파편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잉여의 미학>은 그중 예술과 미를 바라보는 사르트르의 시각의 추이를, 만년의 <집안의 백치>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듯 다시 재조명한 역작이다.
사르트르의 문학 인생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사르트르가 글 읽기를 막 배우고 난 직후에 의미도 모르면서 <보바리 부인>을 수없이 반복해 읽던 어린 시절부터 <상상계>, <구토> 등을 쓰던 30대 중반까지의 시기이다.
그러나 1939년 2차 대전 발발과 함께 사르트르의 문학관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급선회하게 된다. 마
작가 소개
저자 : 박정자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사르트르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르트르에 대한 번역서로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상황 제5권』 등이 있고, 저서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잉여의 미학』, 『카페 사르트르』(공저) 등이 있다. 현재 상명대 명예교수이다.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1권을 『성은 억압되었는가?』(1978)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한국에 미셸 푸코를 처음으로 알렸다. 그 후 『비정상인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등 미셸 푸코의 저서와 그의 전기 및 관련 연구서들을 번역함으로써 한국의 지성 사회에 푸코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앎-권력’이라는 용어를 정착시켰고, ‘권력’이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인간의 모든 힘의 행사를 지칭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정착시켰다. 요즘의 문화권력이니 언론권력이니 하는 말들의 기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셸 푸코의 권력 이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시선은 권력이다』라는 저서를 썼다. 사르트르와 미셸 푸코 등 탈근대 철학자들의 미학에 대한 관심은 『빈센트의 구두』,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 조각』, 『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 『눈과 손 그리고 햅틱』 등의 연구서들로 저작되었다. 앙리 르페브르의 『현대세계의 일상성』(1990)을 번역하여 본격적인 소비사회 이론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하였다. 광고가 단순히 상품의 소개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로까지 등극하게 되었다는 것, 소비가 더 이상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계급적 현상을 가리키는 기호記號가 되었다는 것 등을 한국적 소비 사회 상황과 접목하여 저서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를 썼다. 학술 사이트 http://cjpark.pe.kr를 운영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잉여의 미학, 비실재의 미학으로 우리에게 되돌아 온 사르트르
서장 퐁 레베크의 발작
제1부 ‘자기 작품의 아들’
제1장 ‘지는 자가 이기리라(Qui perd gagne)’
1. 시간성의 파괴
2. 즉자성에 대한 강박
3. 의도된 신경증
4. ‘지는 자가 이기리라’
제2장 아버지 죽이기
1. 아버지의 저주
2. 전락과 친부살해
3. 『수도사 성 쥘리앵』
4. 잉여인간 사르트르
5. 아버지와 아들
6. 프로이트와의 비교
제2부 플로베르에 적용된 상상 이론
제3장 비실재화
1. “나는 죽음의 욕망과 함께 태어났다”
2. 늙음에 대한 동경
3. “물질이 되고 싶다”
4.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원했단 말인가?”
5. “나는 타인이다”
6. 잉여인간 플로베르
제4장 탈실재화
1. 상상 입문
2. 배우와 조각품
3. 아날로공과 미적 태도
(1) 아날로공
(2) 미적 태도
4. 상상, 지각, 현실
5. “실재하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
6. 상상 및 아날로공 이론에 대한 철학적 비판
7. 의식의 현상학
제3부 순수예술
제5장 절대로서의 예술
1. 불가능한 미
2. 무상성(無償性)
3. 계급 이탈과 자기소외로서의 문학
제6장 신경증으로서의 예술
1. 짐짓 실패하는 예술
2. 문학의 자율성
(1) 18세기: 행복한 계급문학의 시대
(2) 19세기: 오해에서 비롯된 절대부정
3. 낭만주의와의 관계
4. 객관정신으로서의 신경증
제4부 참여미학에서 상상의 미학으로
제7장 방법의 문제
1. 반향과 비판
2.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