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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박음질하다
푸른사상 | 부모님 | 201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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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푸른사상 시선' 37권. 정연홍 시인의 첫 시집. 정연홍의 시는 견고한 아날로지의 3개 단층으로 구성된 건축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맨 위쪽 단층은 생명의 기원 '우주'이고, 중간 단층은 비루한 군상들이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이며, 맨 아래 지하는 죽은 자, 즉 '귀신'의 세계이다. 시인은 시집에서 '천상-지상-지하'의 단층 세계들의 연속성에 주목하면서 시적 상상력을 통한 이질적이면서 유사성 있는 은유적 '발견'을 해내고 있다.

  출판사 리뷰

정연홍의 시는 견고한 아날로지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의 시편들은 지상의 현실적인 삶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근원적인 시공간과의 연속성의 감각이 내재되어 있다. ‘우주’는 이 근원적인 시공간의 이름이다. 정연홍의 시에서 시적 아날로지는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그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문명적 삶의 비극성과 유한성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 가난과 고통, 개인적인 것과 시대적인 것을 직조하는 것이 그의 시적 특징이지만, 이러한 현상적 세계의 이면에는 문명적인 것과 도시적인 것으로 압축되는 근대의 시공간을 거스르는 우주적 세계에 대한 비전이 집약되어 있다. 이 거대한 아날로지의 세계에서 시인을 포함한 모든 인간 존재는 잠재적으로 우주적인 질서에 속하며, 비(非)가시적인 우주적 질서와의 연속성은 유한성의 세계에 포박되어 있는 우리들 삶의 원천이 된다. 삶과 죽음을 우주적 리듬에 따른 원환적, 순환적 질서의 일부로 이해하는 “아이가 어른이 되고, 바람이 되어/다시 강물 소리로 태어난다”(「바람의 노래」) 같은 진술에서는 그 연속성이 분명히 확인된다. 하지만 우리의 세속적 삶에서 이러한 연속성은 거의 확인되지 않거나 부정된다. 그리하여 정연홍의 시는 지상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아날로지의 질서 속에서 하나로 연결시킴으로써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환기한다.
한 시인의 시세계에서 구체적인 발화의 내용보다 선차적인 것은 세계를 대하는 태도와 상상력의 문법이다. 시적 태도와 상상력의 문법은 시인이 세계를 이해하고 감각하는 근본적인 질서에 속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정연홍의 시에서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그의 시선이 시인 자신의 내면보다 외부 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를 유비 관계, 즉 유사성의 문법을 통해 읽는다는 점이다. 유사성의 문법에 기댄다는 것은 시적 상상력의 핵심이 ‘발견’에 있다는 것, 이질적인 존재들 사이에서 연속성을 포착한다는 의미이다.

북극곰이 죽었다
해빙된 땅에서 먹이를 찾아
수백 킬로미터 떠돌다가
가죽과 뼈만 남았다

(중략)

아버지도 그렇게 쓰러지셨다 목수로
평생 쌓아 올린 자신의 집이 무너지자 그대로 주저앉으셨다
단단했던 주먹, 근육질의 허벅지가 축 늘어졌다

아버지가 받치고 있는 것도 살과 뼈
아버지가 평생 좇으셨던 노동도
마지막엔 자신을 옭아맨 감옥이었다

곰들이 운다
눈이 오지 않는 극지의 땅에서 운다
얼음이 녹아가고, 바닷물이 높아지고
뼈가 드러나듯 육지가 생겨난다
아버지에게도 생활은 살이고, 노동은 뼈였던 것
서식지를 잃어가는 슬픈 종족
지구의 끝에서 오늘도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 「북극곰」부분

유비 관계의 감각은 단순한 시적 기법이 아니다. 정연홍의 시에서 이러한 연속성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우주 TV」이다.

빛들은 사선을 그으며 스러진다
거대한 천체 브라운관 속 반짝이는 별들
몇 억 겹의 광선 속에
수많은 이름들이 빛을 잃고, 다시 별이 되었다
인간들은 밤마다 우주 TV를 시청하며
채널을 고정하였다
별들의 쇼는 한 생애가 지도록 계속되었고
신의 호출을 받은 영상은
빛의 꼬리를 남기고 사라져 갔다

오늘 밤 나무에 플러그를 꽃고
줄기 안테나에 수신된
별들의 광도를 측정해 보라
어떤 빛은 스러져 가는 중일 것이고,
어떤 빛은 불을 밝히는 중이리라

플러그를 빼도 꺼지지 않는
소리 나는 별 하나 있을 것이다
- 「우주 TV」전문

일찍이 보들레르는 ‘상응(Correspondence)’

  작가 소개

저자 : 정연홍
1967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하동에서 성장하였고, 2008년 동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로, 2005년 <시와시학> 신춘문예에 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수궁가
촉지도 1
촉지도 2
촉지도 3
촉지도 4
북극곰
뼈의 감옥
하늘 엘리베이터
디지털 성경
바람의 노래
선사인을 따라가다
귀신고래를 부르다
세상 카메라

제2부

세상을 박음질하다
땅속을 나는 일
별의 소멸
나무
밥무덤
오어사(吾魚寺)
집의 뿌리 1
집의 뿌리 2
집의 뿌리 3
섬진강 기갑사단
펭귄
나무 짐승
복스 마리스


제3부

즐거운 죽음
여수, 여수
고비에서 새끼를 낳다
우주 TV
약산도 염소
죽방 멸치
눈물샘
죽방렴
철탑에 집을 지은 새
새벽시장
경륜
근대 문화 역사 거리
공단마을 사람들
계단론

제4부

사우나탕을 건너는 낙타
벌레의 집
낮은 지뢰
겨울의 섬
열차는 달립니다
연꽃 씨앗
신기료 장수 길을 꿰매다
귀신나무
시골장터에 녹슨 대포 터진다
옥수수 하모니카

쟁기질은 멈추지 않는다
국도에서 김밥을 사다
상추밭
비정규직·초승달

해설 - 우주라는 이름의 3층 건물-고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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