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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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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학과지성 시인선 462권.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정영이 시집 <평일의 고해> 이후 9년 만에 출간한 두번째 시집. 평범하고 관습적인 일상의 이면, 생의 불협화음, 타인 쪽으로 기운 시선을 단단한 시어로 옮겨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숨을 참을수록 비참'해지는, '말하고 싶은 게 생겨났기에 더더욱 알 수 없어지는' 생의 비밀을 지긋이 견디듯 곱씹는다.

정영 특유의 '정주하지 않는 자의 허랑하고 내밀한, 그래서 도처에서 외로워지고 도처에서 고양되는 심리의 파동들'이 3부로 나눠 묶인 마흔한 편의 시에 이어지는 가운데 '스스로를 놓아버리려는 여유와 스스로를 되찾아 삶을 다시 추스르려는 절박함'이 한데 뒤섞여 있다.

시집 해설을 쓴 시인 강정은 '천변에 버려진 식은 몸'을 어느 울울한 저녁 식탁에 고기로 다져 독기와 사랑으로 범벅된 가족의 입 속에 떠 넣어주려는 심사가 정영 시의 기본 정서임을 상기시킨다. 그립기에 버리고 측은하기에 다시 주워 먹는 삶의 모순. 먹고 먹힘의 자연적 인과가 내포한 인간 감정의 미묘함. 마치 '최초의 유혹처럼' 집 밖 길 위에서 오랫동안 계속된 '아픈 잠'을 치러가며 얻은 삶의 거룩함이자 값진 성찰이다.

첫 시집 말미에 "당신도 나도 살아가는 동안 참 많은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시인은 이렇게, 차마 말을 잇지 못할 만큼 참담한 시간의 연속과 그래서 어느 때보다 위무가 절실한 지금 여기에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출판사 리뷰

말할수록 더더욱 알 수 없어지는 생의 비밀,
당신도 나도 살아가는 동안 참 많은 위로가 필요하다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정영이 시집 『평일의 고해』(창비, 2006) 이후 9년 만에 두번째 시집 『화류』(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평범하고 관습적인 일상의 이면, 생의 불협화음, 타인 쪽으로 기운 시선을 단단한 시어로 옮겨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숨을 참을수록 비참”해지는, “말하고 싶은 게 생겨났기에 더더욱 알 수 없어지는” 생의 비밀을 지긋이 견디듯 곱씹는다. 정영 특유의 “정주하지 않는 자의 허랑하고 내밀한, 그래서 도처에서 외로워지고 도처에서 고양되는 심리의 파동들”이 3부로 나눠 묶인 마흔한 편의 시에 이어지는 가운데 “스스로를 놓아버리려는 여유와 스스로를 되찾아 삶을 다시 추스르려는 절박함”이 한데 뒤섞여 있다. 시집 해설을 쓴 시인 강정은 “천변에 버려진 식은 몸”을 어느 울울한 저녁 식탁에 고기로 다져 독기와 사랑으로 범벅된 가족의 입 속에 떠 넣어주려는 심사가 정영 시의 기본 정서임을 상기시킨다. 그립기에 버리고 측은하기에 다시 주워 먹는 삶의 모순. 먹고 먹힘의 자연적 인과가 내포한 인간 감정의 미묘함. 마치 “최초의 유혹처럼”(「땀」) 집 밖 길 위에서 오랫동안 계속된 “아픈 잠”(「오직 모를 뿐」)을 치러가며 얻은 삶의 거룩함이자 값진 성찰이다. 첫 시집 말미에 “당신도 나도 살아가는 동안 참 많은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시인은 이렇게, 차마 말을 잇지 못할 만큼 참담한 시간의 연속과 그래서 어느 때보다 위무가 절실한 지금 여기에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막막하고 먹먹한 삶의 거리에서 통점 찾기

삶이란 무대 위에 던져진 우리 모두를 훑어내려는 듯 정영의 시 역시 말, 그리고 말이 빚어내는 관계를 응시하며 시작한다. 울음과 웃음 속에 각자의 추레한 마음과 고통, 꾸다 만 꿈과 채 고요에 이르지 못한 고독을 숨긴 인간들이 “침을 섞고 뱉고 토하고 늘어뜨리며 뛰노는 어수선한 당나귀”(「가련한 사전」)떼와 다를 바 없을 때, 우리가 말하는 소통이란 그저 짐작이거나 착각일 뿐이다 (“이 도시에선 모두 전등 아래 모여 앉아/서로의 언어를 알아듣는 척하느라 고개 끄덕이기 바쁘고/우아하게 턱을 괴고 웃다가 집에 돌아와/사전을 만드느라 밤마다 두통에 시달리지”―「가련한 사전」 부분).
첫 시집에서 “삶의 배후로 밀려난 죽음을 평범한 삶의 공간으로 이장시키는 시인의 미학적 기획”(문학평론가 류신)이란 평을 듣기도 했지만, 정영의 시에서 “어둠의 약효”를 빌려 잠과 꿈이 한데 놓인 그곳은 종종 지하, 무덤, 죽음으로 변모한다. “잘라내도 살아지는 생”(「몇 겹의 사랑」)처럼 “한 씨앗의 죽음으로 생을 얻은 숲”(「무주無住」)이 존재하고, “언 숲에서 빠져나온 뱀들이 칼바람 부는 강변도로에서/제 눈물의 온기로 제 몸을 데우며 행렬을”(「언 숲」) 이어가듯, “탄생이 쏘아올린 화살은 죽음의 과녁을 향해 달려”(「혈관에 꽂아 넣는 슬픔」)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 죽음과 삶이 연쇄적으로 순환하는, 그래서 나란히 함께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새들이 속을 파놓은 보리수엔
어떤 고요의 웅덩이가 있어
거기 쉰 적 없는 발을 담가 쉰 적 없는 숨을 담가
이쯤이면 그만 됐다 구걸해서 얻은 이번 생은
이만하면 됐다 하였으나

식은 살갗을 어루만지며
꾸역꾸역 밥일 밀어 넣는
미련한 짐승이라 구른 자리를 또 구르며
손을 쫙 펴서 눈물을 닦고
불천지를 걷는다

누가 걸어와 개금도 안 된 불상 옆에 몸을 누인다
―「흰 소 한 마리 구름을 끌고」 부분

그렇게 시인의 자각과 통각은 깊게 사무친다.

밤마다 식탁에 앉아 여린 짐승들을 발라 먹었지
두 눈을 파내고 허파를 찢고 그저 생의 지팡이일 뿐이던 뼈를 분지르며
익은 심장을 건드려보다 집어삼켰지
살아온

  작가 소개

저자 : 정영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암스테르Dam」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평일의 고해』(2006)와 산문집 『지구 반대편 당신』(2010)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2012) 등이 있다.

  목차

1부 化
가련한 사전
사랑은 반항하는 새와 같아서
집 밖의 삶
꽃과 버들이 노닌다
피에타
혈관에 꽃아 넣는 슬픔
잔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몇 겹의 사랑
깃털 달린 뱀
간절(間節)
무주(無住)
흰 소 한 마리 구름을 끌고
꿈이란 위로가 없었다면
비망증명(備忘證明) 1
오지 않는 공
목욕의 시간
커피를 마시며

2부 柳
새들이 손바닥만 한 웅덩이에서 목욕을 한다
여행
수레국화가 구려진 집
각루(角鏤)
문 만드는 사람
멍을 토하는 자들
겨울 풍경
생일파티
천 개의 서랍
누군가 걸어간 자리에 노을과 뱀이 들이치는 풍경
세렝게티에서 우린 그때
껍질들
얼의 굴
추락의 자세

3부 界
거룩한 날
어떤 음(音)들
비망증명(備忘證明) 2
오직 모를 뿐
소매에 넣어둔 말

연극
언 숲
공중폐허(空中廢墟)
불어오는 바람을 가만히 품고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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