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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시인동네 | 부모님 |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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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시인동네 시인선 65권. 1996년 「심상」으로 등단한 이래 꾸준한 보법으로 시작 활동을 이어온 김창균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이별의 세계인 ‘이곳’과 그리움이 뻗어 있는 방향인 ‘먼 곳’에의 응시를 통해 세계의 안팎인 이편과 저편을 넘나들면서, ‘그리움’이라는 이생의 끼니를 잇는 소금장수의 도정과도 같은 시인의 길을 보여준다.

이쪽(이편)과 저쪽(저편)에 대한 시인의 천착은, 자신이 포함된 내가 있는 곳인 이쪽과 네가 있는 저쪽이라는 대척점에 있는 두 세계 간의 끊임없는 ‘교통’을 위한 시도이다. 생활의 심연이면서 시인 자신의 배경이기도 한 ‘그대의 심연’을 들여다보거나, 때로 머리를 자르는 것 같은 사소한 일로, 또 시소의 꼴이나 다양한 상징으로 비유되기도 하면서, 여러 시편들에서 그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결국 이쪽과 저쪽을 넘나듦의 결과 응시하게 되는 어느 ‘먼 곳’에 대한 지향으로 드러난다. 전일적인 평화와 안식이 실현되는 피안의 세계인 그곳은 어쩌면 이산의 혈육들이 사는 곳일 수도 있고, 언약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차후의 세계일 수도 있다.

갈 수 없는 그곳을 바라보고, 애달파하고, 그리워하며 가파른 인생을 다독이는 시인의 길은, 이번 시집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인 ‘고립의 미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생의 이편과 저편에 대한 통찰, 먼 곳을 응시하며 그리워하는 따뜻한 심성, 시인 자신의 염결한 품성 등은 고립이 만드는 순도 높은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유연하고 무르익은 김창균의 시세계를 유감없이 펼쳐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이곳과 저곳, 그리고 먼 곳

시인에게 ‘이곳’은 이별의 세계이고 ‘먼 곳’은 그리움이 뻗어 있는 방향이다. 시인은 여기와 저기, 이편과 저편, 안과 밖을 넘나들며 그리움이라는 이생의 끼니를 잇는 소금장수이다. 김창균의 시 또한 이와 같은 도정에 놓여 있다. 지금 이곳은 몸과 정신의 환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며 염원을 이루지 못하는 절망이 활개 치는 곳이므로 마침내 쓸쓸한 것. 그래서 시인은 이곳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저곳을 갈망한다. 이쪽(이편)과 저쪽(저편)에 대한 시인의 천착은 시집 속 많은 시편들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그 결과 시인의 시선은 자연스레 어느 ‘먼 곳’을 응시한다. ‘먼 곳’은 시인이 몸담고 있는 ‘지금 이곳’이 아니라 전일적인 평화와 안식이 실현되는 피안의 세계이다. 그곳은 어쩌면 이산의 혈육들이 사는 곳일 수도 있고, 언약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차후의 세계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모두 갈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시인은 그 먼 곳을 바라보고, 애달파하고, 그리워하면서 가파른 인생을 다독인다. 그러한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빼어난 시 한 편을 살펴본다.

천남성
이것은 식물의 이름인데
천상의 죄처럼 아름다운 이름이다
밤마다 자신의 죄를 감추려고 하늘 귀퉁이에
부끄럽게 뜨다 마는
먼먼 조상을 앓고 있는 저들은
겨드랑이께 꽃을 품고
염증 많은 아버지의 뼈마디에 내려온다
민간요법처럼 기약 없는 날들이여
이것은 자주 옆구리께 담이 결리는 나에게도
풍 맞아 반쪽 몸만 성한 고모에게도
국수나 혹은 수제비로 온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옮겨갈 때
근질근질한 독성을 염증에 붙이며
새삼 아련한 그리움이 있을 것 같은 저 먼 데를 편애하며
천남, 천남
하늘 남쪽에 뜨는 별자리 같은 데를 생각한다
-「천남성을 먹다」전문

‘천남성(天南星)’은 식물 이름이지만, 한자의 뜻으로 인해 하늘 남쪽에 있는 별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원은 알 수 없으나 별 성 자가 들어가는 식물 이름은 흔치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인이라면 당연히 별을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에서도 “천상의 죄처럼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운을 뗀다. 이 시는 천남성이라는 식물의 독특한 이름에서 출발하여 천남성의 약성과 가족의 아픈 몸을 잘 연결한 수작이다. 이밖에도 ‘먼 곳’을 응시하고 그리워하는 시편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는데, 이처럼 시인에게 있어서 먼 곳은 누군가가 앓고 있는 간절한 그리움이 있는 곳이며 시인의 ‘생몸’과 가장 가까운 근친들이 있는 곳일 테다.
김창균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고립의 미학’을 꼽을 수 있겠다. 「대설경보」를 필두로, 「석류」, 「엄동(嚴冬)」, 「북극, 초야(初夜)」,「 대설경보 이후」등이 그 축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고립은 어쩌면 자발적인 것이기도 해서 세상의 중심에서 일정 정도의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염결성 같은 것이다.
고립이 만드는 순도 높은 풍경과 함께 이번 시집에서 김창균은 유연하고 무르익은 사유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꼼꼼한 관찰, 폭넓은 세계관 등이 어우러진 결과일 것이다. 생의 이편과 저편에 대한 통찰과 먼 곳을 응시하며 그리워하는 따뜻한 심성, 고립자로서의 염결한 품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번 시집은 벌써 다음 시집에 대한 들뜬 기대를 갖게 한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창균
1966년 강원 평창 진부에서 태어나 1996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녹슨 지붕에 앉아 빗소리 듣는다』 『먼 북쪽』, 산문집 『넉넉한 곁』 등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고성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E-mail: muin100@hanmail.net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석류가 터질 무렵 13
대설경보 14
겨울 행운목 16
엄동(嚴冬) 17
천남성을 먹다 18
흐르는 사원 19
정전 20
이명 22
수박씨를 추억함 23
그림자에 와서 죽다 24
백일홍 등 뒤로 오는 어둠 26
백년이라는 말 27
목련 위 흰 눈 28
배롱나무를 편애하여 29
폐허, 점집 앞을 지나며 30
고추꽃 피는 시절에 32

제2부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35
북극, 초야(初夜) 36
백일 동안의 그늘 38
푸른 물감 39
몸, 연민에 닿다 40
밤을 줍다 42
나이테 위에 꽃잎을 얹다 44
야무나 강가에서 46
청양고추 47
원통(元通) 지나 간다 48
화장(化粧) 50
어느 도예가의 죽음 51
한 죽음을 기울이다 52
전지 54
못물 댄 후 56
화투 57
쌀점 58

제3부

대설경보 이후 61
불편한 겸상 62
표곳대가 있는 앞마당 64
통점을 걷다 66
알몸에 손을 얹고 67
백야 68
멀리 가는 울음 70
마음의 보풀 71
독거의 방 72
꽃구경 74
가뭄 75
저녁 자작나무 숲 76
난전에서 종(鐘)을 사며 78
단단한 눈물 79
유도화라는 꽃 80
일기예보 82

제4부

조화(造花), 여백을 접다 85
이목구비를 버리고 86
어떤 날 87
슬픈 육식 88
저녁 대나무 숲 90
이발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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