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모악시인선 3권. 문신 시집. 문신은 3개 장르에서 신춘문예 당선을 한 작가이다.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와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문신은 2015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2016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문신의 <곁을 주는 일>은 2008년 첫 시집 <물가죽 북>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그동안 시인의 시는 조금 노련해졌고 더러는 능청스러워졌다. 첫 시집을 냈던 30대에서 두 번째 시집을 내는 40대로 건너오는 동안, 언어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에 여유가 생겼다.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그 주변을 살피는 폭도 넓어졌다. 일상의 자잘한 세목들을 눈여겨보는 자세 또한 투명해졌으며 제법 세련된 시적 포즈도 어색하지가 않다.
몸소 살아가는 일이 세상을 향한 나름의 시적 자세이자 시 쓰기의 거의 유일한 동력인 문신의 시에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박성우 시인이 지적한대로 문신은 "삶과 시를 따로 두지 않"으면서 "예리한 여백"을 추구한다. 시시때때 달라지는 감정의 진폭을 시어로 담아내고자 애쓴 흔적들이 행과 행 사이에 깊은 여백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여백의 아득함에서 벗어나면 운명처럼 '중년'의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출판사 리뷰
유행에 미혹되지 않는 특별하고 고혹적인 시편들!
삶과 시를 따로 두지 않는 순정한 수행자의 시세계!
지나온 삶과 다가올 삶이 부딪히는 중년의 시간을
서정적 언어로 형상화한 아름답고 날카로운 시집!
<모악시인선>의 세 번째 시집으로 문신 시인의 <곁을 주는 일>이 나왔다. 문신은 3개 장르에서 신춘문예 당선을 한 작가이다.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와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문신은 2015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2016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문신의 <곁을 주는 일』은 2008년 첫 시집 <물가죽 북>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그동안 시인의 시는 조금 노련해졌고 더러는 능청스러워졌다. 첫 시집을 냈던 30대에서 두 번째 시집을 내는 40대로 건너오는 동안, 언어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에 여유가 생겼다.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그 주변을 살피는 폭도 넓어졌다. 일상의 자잘한 세목들을 눈여겨보는 자세 또한 투명해졌으며 제법 세련된 시적 포즈도 어색하지가 않다.
몸소 살아가는 일이 세상을 향한 나름의 시적 자세이자 시 쓰기의 거의 유일한 동력인 문신의 시에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박성우 시인이 지적한대로 문신은 “삶과 시를 따로 두지 않”으면서 “예리한 여백”을 추구한다. 시시때때 달라지는 감정의 진폭을 시어로 담아내고자 애쓴 흔적들이 행과 행 사이에 깊은 여백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여백의 아득함에서 벗어나면 운명처럼 ‘중년’의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시집 <곁을 주는 일>을 일관하고 있는 시적 시간은 중년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노동시간을 부여 받은 중년, 대신 가장 적은 자기관리 시간을 허락받은 중년, 모든 걸 오롯이 사는 일에 투자해야 하는 중년, 그러나 그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닌 중년. 그러한 우리 시대 중년의 모습을 시인은 단층촬영 하듯 분할하여 낱낱이 짚어준다. 시인이 보여주는 풍경들은 우리 모두가 지나왔고 또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될 중년의 비밀들이다. 시집 <곁을 주는 일>을 읽다 보면, 우리는 다양한 풍경의 ‘중년’에게 곁을 내줄 수밖에 없다. 시 속에 드리워졌던 ‘중년’의 그림자가 어느덧 일상의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중년 삶, 중년의 시, 중년의 미학
문신 시인이 그려내고 있는 ‘중년’은 가장 인간적인 삶의 미학에 가깝다. 뜨거웠던 청춘의 시기를 지나 한 생애의 변곡점에 이르러 만나게 되는 중년은 지나온 삶과 다가올 삶이 각자의 무게와 힘으로 부딪쳐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지점이다. 무수한 파열음이 난무하는 인생의 전장에서 희망과 용기는 거품처럼 사라지고 절망과 패배의 감정만이 남는다. 그 초토화된 현장에 중년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 문학사에서 중년들에 대한 예우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서사 장르에서는 종종 쓸쓸한 중년의 그늘을 형상화하곤 했지만, 시에서는 일정한 시적 성취를 이룬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집 <곁을 주는 일>은 망각하고 있던 중년의 미학을 새삼 발견해낸 보기 드문 사례이다. 삶과 예술이 해체되어 무의미로 산란해가는 요즘의 문학적 상황을 감안하면, 문신의 시적 성취는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문신의 시적 도전은 익숙한 사실/사건/사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적 발견이다. 이는 익숙하다고 여겼던 풍경의 내면을 낯설게 인화해내는 독특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횟집 주방장이 칼날을 밀어 넣고 흰 살을 한 점씩 발라내고 있다
무채 위에 흰 살이 한 점 얹히고 그 곁에 원래인 듯 흰 살 한 점이 또 얹힌다
곁을 주는 일이 이렇다 할 것이다
애초에 한 몸이었다가 홀연 등 떠밀린 것들
이만큼
살 부비고 싶어지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니 애인이여
우리 헤어져
둘이 되어도 좋을 일이다
생살 찢는 아픔을 견디며 살이 살을 부르는 그 간절함으로
저만치서 오히려
꽉 채우는
그
먼 가까이를 곁이라 해도 좋을 일이다
―「곁을 주는 일」 전문
표제작인 이 시의 무대는 횟집이다. 시인에게 “곁”이라는 사소한 공간은 ‘옆’이나 ‘근처’ 같은 낱말과는 말맛과 의미가 다르다. “곁”은 물리적인 거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심정적.정서적 거리이다. 옆자리는 낯선 이에게 내어줄 수 있지만, “곁”은 그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곁을 주는 일”을 “살 부비고 싶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살’은 “애초에 한 몸이었다가 홀연 등 떠밀린 것들”이다. 회를 뜨는 모습 속에서 시인이 발견한 것은 “생살 찢는 아픔을 견디며 살이 살을 부르는 그 간절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접시의 회에 담긴 살들은 온전히 한 몸이라는 것. 시인은 그것을 “먼 가까이”라고 부른다. 이 역설의 거리야말로 우리 삶의 운명 같은 원리가 아닐까?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곁”을 내주고 싶어지는 것은 그 사람과 애초에 한 몸이었으므로 ‘살이 살을 부르는’ 지독한 ‘간절함’ 탓이다.
이처럼 문신 시인의 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이중으로 포착해낸다. 중년의 삶이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이 겹치는 지대라고 할 때, 시인은 그 경계에서 만조로 차오르는 삶의 정서를 순간적으로 포착해낸다. 그것은 단조로울 수 있는 중년의 익숙함을 해소해내는 탁월한 전략인 것이다.
“문신의 이번 시집은 서정시의 단조로움을 다분히 비껴나가는 특장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물론 그것은 방법론에 기대어 이루진 것이 아니다. 형식적 측면에서만 미루어 보아, 동일화의 전략과 수사적 표현에 대한 친연성, 재래적 소재의 천착이라든가, 주변부를 통한 감흥 위주의 구상력과 같은, 소위 ‘서정시’라 불리는 공통 요소를 문신은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런 서정시를 벗어나는 새로운 전략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해설을 쓴 박성준(시인,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시집 <곁을 주는 일>은 기본적으로 서정에 충실하다. 울림을 주는 서정시를 찾아보기 힘든 메마른 감성의 시대에 서정시를 쓰는 일은 반시대적일지도 모른다. 사막 어딘가에서 자신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맑은 샘물을 밀어 올리는 오아시스처럼 외롭고 고독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문신 시인은 중년의 삶을 선택하고 우리 시대의 중년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나누고자 한다. 이러한 공감의 전략적 시도는 시적 대상과 시인, 그리고 독자가 시를 통해 소통해야 한다는 문학의 명제를 실현하려는 웅숭깊은 노력이다.
서정의 ‘곁’, 그 공간과 시간의 거리
서정시는 낡은 시적 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해가는 미학적 현재다. 문신 시인이 서정시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서정시의 기능적 형태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 대상과 시적 주체 사이에 발생하는 서정의 유연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변화하는 역사적 조건에 따라 서정의 관계도 변하는 것처럼, 문신의 시는 시적 대상과 화자 사이의 관계론적 조건에 따라 다른 어법과 호흡을 보여준다. 즉, 시집 <곁을 주는 일>을 통해 문신은 관계론적 서정 미학의 현재와 가능성을 동시에 성취하고 있는 것이다. 문신에게 이 같은 관계론은 ‘곁’의 미학으로 자리한다.
모과나무를 보면 모과나무 그림자에게도 세금을 매기고 싶다
세리(稅吏)가 되어
모과나무 그림자를 주시하다가 모과꽃 피면 빨간 딱지를 붙이고는
내내 그늘에 주재하고 싶다
모과의 진을 빼듯 그늘을 뒹굴면서
하, 모과 생긴 것들을 쓰다듬어도 보고
눈썹 씰룩이며 처녀애 곁내음 같은 풋내도 맡아 보고
호시절을 닦달해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모과는
세 번 퇴고한 옛날 원고처럼 아프게 익어가겠지
탄환처럼 관통하는 가을을 홀로 기다려
나는
썼다가 지운 문장처럼
서러운 모과 몇 개를 징수할 것이다
―「구작(舊作)」 전문
「구작」은 시집 <곁을 주는 일>의 시적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이다. 제목 「구작」은 말 그대로 옛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옛날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썼다가 지운 문장처럼” 옛날은 수시로 번복되고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시인은 모과나무를 보면서 “내내 그늘에 주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말은 모과나무의 ‘곁’을 얻고자 하는 것과 다르지 않는데, 특징적인 것은 이 ‘곁’이 단순히 공간으로서의 ‘곁’이 아니라 시간성까지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시절을 닦달해보”는 일이 그렇다. 이 지점에서 시인이 표방하는 ‘곁’의 미학은 거리의 공간성으로부터 시간성으로 확장한다. 그것은 ‘모과나무’로 상징화된 ‘중년’이라는 인생의 특정 시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중년의 삶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호사라면, 그러한 시간과 공간의 ‘곁’에서 얻은 “서러운 모과 몇 개” 쯤이지 않을까? 시인은 이러한 사실을 “세 번 퇴고한 옛날 원고처럼 아프게” 인식해낸다. 이렇게 ‘곁’의 현재성을 읽어내는 일은 시인에게는 서정의 격랑을 헤쳐 궁극의 지점으로 나아가려는 각고의 몸짓인 것이다.
‘보아야 하는 것’을 그려내는 장르 통합의 언어
앞에서도 밝혔지만 문신은 시, 동시, 문학평론 등 3개 장르에서 신춘문예 당선을 한 작가이다. 문신은 서정시의 제1원리인 공감과 동일성으로 글쓰기 영역을 해체하여 새롭게 통합하고자 한다. 동시의 투명한 세계 인식과 비평문의 날카로운 시대감각과 내적 논리는 문신의 독자적인 시적 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제이다.
뒷담 그늘에
여중생 두 명이 쭈그리고 앉아서는
두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있었다
발갛게 언 종아리를 와들와들 떨어대고 있었다
뭐, 함부로 살면 안 되나?
매운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왜가리는 왜가리끼리
고니는 고니끼리
오리는 오리끼리
발갛게 입술이 얼어서는 날아가고 있었다
―「지지난해」 부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는 ‘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이 시에서 ‘보이는 것’들은 담벼락에 모여 담배를 피워대는 “여중생 두 명”과 겨울 하늘을 날아가는 “왜가리”, “고니”, “오리”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뭐, 함부로 살면 안 되나?” 같은 내적 욕망이 그렇고, “발갛게 입술이 얼어” 있는 외적 표정이 그렇다. 그것들은 너무 내밀한 것(내적 욕망)이어서 쉽게 감지되지 않고, 너무 멀리 있는 것(외적 표정)이어서 선명하게 포착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신은 그것들이야말로 반드시 ‘보아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기어이 감지하고 포착해내고야 만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문신이 장르 통합적 글쓰기를 통해 세계 인식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섬세한 언어 논리를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집 <곁을 주는 일>을 통해 문신 시인이 보여주는 이와 같은 시적 성취는 고독한 현대인들의 ‘곁’에서 파편화된 삶의 여백을 “연애의 무늬”(「연애의 무늬」)로 수놓아줄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문신
1973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전주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대학원 어문교육학과에서 문학교육을 공부하여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작은 손」,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가 당선되었으며,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소나기 지나갈 때」가,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발굴하는 토피아(topia), 복권되는 생활」이 당선되었다. 2008년에 시집 <물가죽 북>을 펴냈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세밑 지나면 마흔 살
구작(舊作) 13
촉 14
4월 16
기일 17
보리사막 18
마중의 자세 20
칠월 저녁 21
동지 22
단골 23
아귀 트는 일 24
지지난해 26
내 오랜 신부 28
청탁 29
작약 30
첫꽃 31
2부 살 부비고 싶어지는
옛일 35
회복기 36
입추 37
릴낚싯대를 갖는다는 건 38
한몫 40
곁을 주는 일 42
깃 44
여수 46
몸돌 48
푸른잎이 층층한 그 벚나무 그늘 49
숭어 50
반만 처녀 52
멱살맛 54
3부 회귀는 부득이하다 하니
마늘종 59
마흔 살 60
중년의 번식 62
우연한 중년 64
걸어 다니는 중년 66
중년의 내일 68
중년 무렵 70
연애의 무늬 72
아내와 다툴 일이 아니다 74
흐린 날 75
오목한 상처 76
마흔 살 당신에게 78
수작과 시국에 관하여 79
정분 80
콩꽃 82
4부 한 편의 르누아르
이십세기 85
늦은 날 86
밀항 88
배후 90
아비들이여 92
겨울, 찬 모서리 94
버스정류장 96
행낭 98
용병들 100
주둔 102
수저 한 벌 103
온돌고래 104
출사표 106
해설 네 번쯤 놀람을 유발하는 이상한 중년(들) | 박성준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