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연규자 수필집. 저자의 깔끔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군잎을 다 떨어낸 작품 18편만 선정하여 한 권으로 묶었다. 마음, 책, 길, 시선을 네 갈래의 테마로 소소하게 부딪치고 발걸음 하여 얻은 묵상 같은 작품들이 실려 있다.
출판사 리뷰
[지나온 길은 모두 아름답다]는, 저자의 깔끔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군잎을 다 떨어낸 작품 18편만 선정하여 채 200쪽이 안 되게 묶었으나, 여느 두꺼운 수필집보다 사유의 무게감이 존재하는 수필집이다. 마음, 책, 길, 시선을 네 갈래의 테마로 소소하게 부딪치고 발걸음 하여 얻은 묵상 같은 작품들이 실려 있다.
군잎을 다 떨어낸, 작품 18편만으로 묶은 수필집
[지나온 길은 모두 아름답다]는, 저자의 깔끔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군잎을 다 떨어낸 작품 18편만 선정하여 채 200쪽이 안 되게 묶었으나, 여느 두꺼운 수필집보다 사유의 무게감이 존재하는 수필집이다. 마음, 책, 길, 시선을 네 갈래의 테마로 소소하게 부딪치고 발걸음 하여 얻은 묵상 같은 작품들이 실려 있다.
‘준비 없이 부모가 되어/자식이 부모 된 날을 맞으니/꽃이 피어나기 전/꽃 진 자리 가득한/기도’
저저가 펴내는 글로 올린 다섯줄이다. 짧은 시 한 편 같은 이 속내가 언뜻 보기에는 무슨 말인가 싶다. 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우리네 인생사를 함축하여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짧은 다섯줄의 방점은 기도이다. 기도가 삶의 중심에 있는 저자이다. 수필 18편, 한 편 한 편을 기도하듯 겸손한 마음으로 직조한 [지나온 길은 모두 아름답다]이다.
‘마음’에서 읽은 것
어깨높이 갈대 숲길은 방죽을 따라 길게 이어지다 월선포 가까이에서 멈춘다. 마른 갈대는 저희들끼리 수런거리다 나와 몸 부딪쳐 사르락사르락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건너편 농로까지 건너가 지나는 이를 건드린다. 한참이나 갈대를 헤치며 걷다가 일 미터 높이 방죽 위로 올라갔다. 갈대를 밟고 올라선 높이로 바닷물 빠져나간 갯벌이 절벽 같은 깊이를 주었다. 어질어질 중심이 흔들려 여간 긴장감 있는 게 아니다. 양팔을 벌려 중심을 잡으며 방죽 끝까지 걸어가 다시 길 위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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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였을까, 안개처럼 일어난 불안감이 생각의 맨 앞줄에 서서 다른 모든 감각을 밍밍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러고 보니 자주 매사 이런 상태를 경험한다. 사람을 대하며, 일을 하며, 다가올 날들을 그려보며……. 기대감보다는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붙잡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늘 한 발을 빼고 있는 상태가 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니고, 이래야 할지 저래야 할지 몰라 어중간을 헤매는. 그런 점이 외부에서는 신중하면서 치우치지 않는 균형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길’에서 보는 것
달빛에 기대어 어설프게 걸었던 갯골길의 기억이 있다. 기억은 그릇에 담긴 물 같다,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이렇게 말하면 기억에 대해 불신이 있다는 말로 들릴지 모르겠다. 사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하여 궁금해 하는 마음이다.
마음과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잡념은 내려놓고 배낭이 주는 물리적인 적당한 무게를 등으로 느끼며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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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난 것은 다시 그리워진다’라는 시 구절이 아니어도 누구나 살면서 공감하는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갯골길을 걷다가 무심히 갯고랑을 사이에 둔 맞은편 길이 시야로 들어왔다. 자전거 한 대가 유유히 흘러가는 그 배경이 보기 좋아 발걸음이 멈추어졌다. 아, 그 길은 조금 전 걸어서 지나온 길이었다. 숲에서 나와야 숲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네 삶의 여정은 가려진 보물찾기와 같이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는 동안 일정한 간격으로 꿈속을 경험한다. 그 그림자를 기억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을 뿐, 꿈은 자연스러운 마음 현상이라고 배웠다. 평소 두 세상을 오가듯 꿈속에 익숙한 편이지만 간밤 별다름이 없었다. 얼핏 지나가던 새벽꿈의 몽롱한 배경을 더듬어 보았다.
“아버지가 새벽에 배론 다녀오시다가 사고가 나셨는데, 안 좋데…” 말끝을 흐리면서 울먹인다. 일순 머릿속 화면이 바뀐다. 직원들이 눈치를 챌까 봐 일어나 자리를 옮긴다. 뇌출혈, 수술, 중환자실 이런 단어가 불청객같이 치고 들어온다. 저절로 다소곳한 심정이 되어 앞뒤의 시간을 반성하듯 더듬는다. 여느 날과 다른 신호가 마음을 두드렸는데 알아차리지 못한 건 아닌지. 오늘이 화요일, 팔월, 주말도 아닌데 배론성지 길을 왜 가셨을까, 아무리 되짚어도 서로의 연결고리는 찾아지지 않은 채로 안절부절못하였다.
영원히 존재할 수 없으니 언젠가는 서로 각자 이별의 순간을 맞는다. 떠나거나 떠나보내거나 어느 길에 서든 참으로 무연하긴 마찬가지이다. 방향 모르는 두려움과 맞서고 있을 아버지와 엄마를 생각하니 무력감에 발밑이 푹푹 꺼진다.
시골에서 근거리 이동 수단으로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탔다. 처음에 면허 없이 타다가 자식들 권유에 면허를 땄다. 그리고 조금 더 안전하다 싶은 네 발 오토바이로 바꾸었다. 엄마 태우고 성당을 다녀오거나, 떨어져 있는 밭에 다니느라 큰 도로를 달리기도 했다. 지나는 행인을 건드리는 일이 있었고 밭두렁을 타고 넘거나 트럭을 피해 쓰러지기도 하는 사고가 더러 있었다. 자식들 걱정 살까 봐 아닌 척하고 넘긴 경우도 간혹 있었을 일이다. 엄마에게는 틈날 때마다 아버지와 같이 오토바이 타지 말라고 두 분 사이 갈라놓듯 말해왔다. 어쩌면 그러한 앞선 사고들이 징조이며 경고였는지도 모르겠다.
_리즈시절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연규자
한국문인협회원소래문학회원시집 『그렇게 말해줘 고마워요』산문집 『민들레 낱꽃』
목차
머리말 4
1 마음
사람 꽃 10
믿고 받드는 일에 대해 14
기억의 계단 19
교동도를 걷다 25
두려움은 누구의 얼굴인가 31
저울 37
리즈시절 43
구일이 50
2 책
메타노이아 58
봄의 주인 67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77
행복을 찾아서 83
본문.indd 6 2016-12-07 오후 1:24:35
3 길
‘세월호’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90
청림靑森을 기웃거리다 107
갯골길과 이웃한 마을이야기 122
엄마의 걸음 155
4 시선
짧은 소설 거짓말 166
에필로그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