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임진왜란 이후 조선 사회에 불기 시작한 소설 열풍과 이에 편승하여 돈을 받고 소설을 대여해주던 세책업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지은이는 서울에서만도 서른 곳이 넘었을 정도로 성행한 조선의 도서대여점 세책점을 통해 당시 일상의 풍경을 담았다.
책을 둘러싼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으며, 서적 유통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한 사람의 경영인이자 편집자인 출판업자들의 면면 역시 파악할 수 있다. 당시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한 수많은 사람들이 탐닉한 소설 읽기에서 우리 조상이 향유하고 살아가던 일상의 풍경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음란서생의 음란소설은 정말 있었을까?
장옷을 뒤집어쓴 여인들이 어두운 밤거리를 분주히 오간다. 으슥한 골목에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여자.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책 한 권을 받아들고 서둘러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조선시대 소설을 읽고 쓰는 즐거움에 빠진 사람들을 다룬 영화 <음란서생>의 첫 장면이다. 생소하지만 신선한 소재로 많은 주목은 받은 이 영화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 윤서가 음란소설 작가 추월색으로 재탄생하기까지 조선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출판업자들의 고군분투를 흥미롭게 그렸다.
잘 엮어진 한 편의 팩션(faction)으로 유교문화의 엄숙주의를 뒤집는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소설’이라는 소재가 주는 현재성과 소설 읽기라는 공통된 경험이 그 배면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가장 큰 흥밋거리이며 다른 시간과 세상 그리고 삶을 체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100여 년 전 조선 사람들이 소설에 빠져 밤을 꼬박 지새우고 책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일이 그렇게 낯선 일은 아닌 것이다.
『조선의 베스트셀러』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사회에 불기 시작한 소설 열풍과 이에 편승해 돈을 받고 소설을 대여해 주던 세책업자들의 이야기를 엄밀한 학문적 탐구와 상상력으로 재구성해냈다. 사대부가의 여성이나 하층민이 주로 찾았던 소설은 조선시대 내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주류문화의 배척 속에서도 그 깊이와 폭을 넓혀 이제 당당히 우리 문학의 한 자리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 후기 돈을 받고 소설을 대여하던 세책업과 세책업자, 그리고 그 독자와 소설 유통을 책임졌던 수많은 주체들을 재발견하는 장을 통해 우리 문학사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조선 여인들 소설에 홀리다
조선 후기는 소설의 시대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국내 고소설 작품만 해도 약 858종에 이르며 다양한 형태의 이본을 모두 합친다면 그 수는 수만 종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중국의 1164종, 이본을 모두 합친 일본의 1만 40편에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양이다. 짧은 한문단편소설부터 180책이나 되는 대하장편소설까지 그 종류와 형태도 다양하다.
임진왜란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중국소설은 국문으로 번역되는 등 그 인기가 날로 높아갔다. 당시 국내에 들어온 중국소설은 『삼국지』『수호지』『서유기』등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는 작품들로,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영웅들의 활약과 충성, 음모, 술수, 사랑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한 편을 읽으면 중국의 역사를 헤아리고 세상과 집안을 경영하는 법과 처세술, 그리고 세계관까지 가질 수 있어 초기 소설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국에서 유입된 많은 소설이 음란하고 무익하다는 이유로 “패관잡서는 인재 가운데 가장 큰 재앙”이라 일갈한 정약용의 비판도 소설의 인기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학규가 “비단옷을 입은 부녀자들이 언문 번역 소설 읽기를 좋아해 기름불을 밝히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음에 새겨가며 몰래 읽는다”고 당시의 세태를 묘사했듯, 중국에서 들어온 통속소설은 유행처럼 번져 소설 발달을 자극하는 동인이 되었다.
한문으로 쓰인 초기 소설의 주 독자층은 사대부 남성이나 외교 분야에 종사하던 아전, 역관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국문으로 번역된 이후에는 그 폭이 더욱 넓어졌다. 특히 학식을 갖춘 사대부가 여성들이 책을 번역하여 읽는 일이 빈번해졌다. 오희문은 딸의 청을 들어 『초한연의』를 번역했고 숙종조의 학자 조성기는 그의 어머니를 위해 종종 소설책을 구해드리는가 하면 직접 『창선감의록』이라는 소설을 지어 바치기도 했다. 한평생을 좁은 집안에서 갇혀 지내야했던 여성들에게 소설은 생활의 활력소이자 유교사회의 속박에 억눌렸던 심사를 풀어내는 데 그만이었던 것이다.
여성들의 소설 탐독은 대단해서 구중궁궐 안까지 그 열기가 미치지
작가 소개
저자 : 이민희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바르샤바대학 한국어문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전산문과 비교문학에 관심을 갖고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특히 책의 유통과 출판문화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고전문학 교육과 인접 학문 사이의 소통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100년 전 한국과 폴란드의 문화교류와 문학사를 비교·연구한 『파란·폴란드·뽈스까!-100여 년 전 한국과 폴란드의 만남, 그 의미의 지평을 찾아서』, 조선과 근대 초 서적 유통과 서적상에 관해 연구한 『16~19세기 서적중개상과 소설·서적 유통관계 연구』 『조선의 베스트셀러』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 『마지막 서적중개상 송신용 연구』 『백두용과 한남서림 연구』 등이 있다. 『여용국전』 『어득강전』 『조충의전』 등 우리 고전소설을 번역했다.
목차
세책 이야기를 열며
1장 조선 후기 독서 풍경
규방 여성에게 불어 닥친 소설 열풍 | 세책을 찾는 사람들
2장 세책, 조선의 문화상품
상업 출판의 숨은 고수들 | 조선 최고의 베스트셀러 | 세책 열어보기
방각본 소설과 세책본 소설의 진검승부
3장 향목동 세책 거리를 걷다
세책점과 도시의 풍광 | 지도로 본 세책 거리|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세책점
4장 세책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
상업문화의 진수-중국의 출판과 세책 | 세책업의 선진국-일본의 세책업과 카시혼야
유럽의 세책이야기
세책 이야기를 마치며
미주
부록
더 읽어볼 만한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