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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생겨요!
달샘 시와표현 | 부모님 |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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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리뷰

하늘은 참 파랬습니다. 보라색 과꽃엔 꿀벌들이 윙윙거렸습니다. 나비들이 날아들었습니다. 코스모스는 하늘거렸습니다. 투명한 거미줄은 그대로였습니다. 거미줄을 친 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말벌은 현장을 떠났습니다. 잠자리의 머리와 몸은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아름답다 표현하면 좀 그런가요? 그 말벌이 잠자리 날개는 먹지 않은 것입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투명한 거미줄에 잠자리의 두 날개 끝이 걸려있었습니다. 빨랫줄에 빨래 널리듯 거미줄에 걸려서 나풀나풀 너무나 한가롭게 나풀거렸습니다. 하늘은 파랬습니다. 그 얇고 보드라운 날개에. 그 투명한 날개에. 그 아픈 날개에. 더는 날갯짓을 할 수 없는 그 날개에 건너편 파란 하늘이 비쳤습니다. 날개 끝의 갈색 선이 잠자리 날개임을 알게 했습니다.
그때서야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은 계속 불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날개가 바람에 손수건 날리듯 팔랑거렸습니다. 몸을 잃어버린 날개의 통증을 내가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저 날개도 분명 잠자리 몸의 일부분일 텐데 생체 실험하듯 떼어냈으니 그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 같았습니다. 사실 잠자리 죽은 것은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눈이 툭 불거져 나온 머리를. 눈밖에 없는 머리를. 살아있는 머리를 아삭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잔인하게 먹어치우는 것을 본 나로선 마치 사지를 갈기갈기 찢는 듯한 고통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오버하는 것일까요? 잠자리는 그런 고통 없을까요? 발에 밟힌 개미는. 삽날에 두 동강 난 지렁이는. 다리가 부러진 땅강아지는. 집이 떨어져 나간 달팽이는…… 그런 고통 못 느낄까요? 그렇다면 그 잠자리에게 덜 미안해해도 되겠지만 어쩐지 잠자리도 고통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생명체이니까요.

  작가 소개

저자 : 이성재
경남 산청 출생.2002년《한국수필》수필부문 신인상 수상.2012년, 2013년 한국 문학 작가 파견 작가로 선정되어 활동함. 2007년~2016년까지 방과 후 강사와 수필쓰기 강사로 활동함.저서로는 수필집《가을운동회》(2012년. 황금알)가 있음.2017년 현재 인천문인협회 회원. 굴포문학회 회원. 2012년 인천문화재단 출판 분야 창작지원금 수혜자.2016년 인천문화재단 출판 분야 창작지원금 수혜자. e―mail : soung235@hanmail.net

  목차

1 달팽이랑 지렁이랑
가장 무서운 발자국 013
갇히다 018
고드름 초장 같다 023
곤포사일리지 027
골목길 031
구운 귤 맛 036
논에 가는 길에 039
달그림자 045
달팽이라 지렁이랑 049

2 또 생겨요!
또 생겨요! 057
땅강아지를 의심하다 061
땡전 한 닢도 못 벌면서 066
모시적삼 071
민들레 전쟁 075
밀양댁과 코끼리 080
반갑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085
밤나무골 089
밥 냄새 맡은 나무 094

3 삶
삶 101
소리, 소리들 105
새벽을 깨우는 소리 111
별당댁 115
소리쟁이 119
소식 124
수세미 128
스무 살 133
싸움의 기술 136

4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143
이랑과 고랑 147
이콩 151
이아와 아티스 156
유통기한 159
주심여사 막심여사 그리고 초롱댁 164
참새와 허수아비 168
책 버리기 172
퍼즐게임 178
흑청개구리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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