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그동안 줄곧 소설만 써왔던 조정희 작가의 첫 번째 여행 에세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쌍뜨뻬쩨르부르그까지 12일간의 여행 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하늬·높새·갈마·소슬바람 러시아로 불다》는 평균 나이 50~60대의 네 여인이 동행한 러시아 문화 여행기다. 이 책은 러시아의 화려한 건축물과 박물관 등 예술적인 문화유산의 아름다운 진면목은 물론 러시아인들의 생활과 작가의 시각으로 느낀 감정까지 세세하게 그렸다.
다양한 색(色)을 지닌 중년 ‘씨스뜨라’들의 좌충우돌 러시아 접수기여행에 함께한 이들은 하늬·높새·갈마·소슬바람처럼 다양한 색(色)을 지닌 네 명의 중년 ‘씨스뜨라들’이다. ‘씨스뜨라’는 러시아말로 ‘자매’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각자의 성격과 행동, 나이대가 다르지만 과거 직장 동료이자 오랜 기간 함께한 친구 사이로 친자매 같은 존재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여행 중 매순간 벌어지는 상황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사실 해외여행을 가이드 없이 하기에는 정보 습득이나 언어 소통의 문제 등으로 나이대가 적지 않은 이들에겐 힘겨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현지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즐거움으로까지 다가온다.
작가적 시점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솔직담백하게 고백하듯 토해냈다볼 게 너무 많아 몇 날 며칠을 봐도 다 못 볼 것 같은 다양한 건축물(성당, 궁전, 정원, 박물관 등)과 문화예술의 볼거리가 존재하는 러시아에서 일일이 관광지를 소개하는 일은 힘겨운 일이다. 따라서 작가는 작가적 시점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더 솔직담백하게 고백하듯 토해냈다. 그는 여느 여행기처럼 여행지 소개를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작자만의 시선과 느낌, 생각 등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그러면서 작가는 러시아 문화에 대한 역사적인 정보와 관련된 문화 해설도 적잖게 곁들이고 있는데 마치 작자와 독자가 러시아 여행에 동행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러시아인들을 직접 보고 겪은 작가는 사회주의 체제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살아서인지 크고 억세게만 생각했던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그간의 인식이 편견이었을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까지도 바꾸어 놓았다. 작가가 봤던 러시아인들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웠고, 더구나 동양인을 보는 시선도 순하게 느껴졌다.
또한 여행 일정별로 구성된 이 책 본문의 4개의 ‘떠나기 전에’나 7개의 ‘단상’ 등을 보면 작가는 친구에게 얘기하듯 다정한 문체로 자신의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여행 준비부터의 여행지의 감흥, 연속되는 에피소드까지 꼼꼼하게 기록즐거워야 할 여행이 어떨 땐 고역이고 괴롭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지의 아름다움이나 러시아 사람들의 순수함과 소박함, 그들의 생활을 보며 느꼈던 여행 후의 기억은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영어로는 말이 통하지 않아 손발 짓으로 소통하면서도 그들의 생활과 문화에 점점 익숙해져갔다.
한편으로 《하늬·높새·갈마·소슬바람 러시아로 불다》는 ‘여행지 정보가 없는 여행기’다. 작가는 “여정을 따라 행로를 밝히고 길 안내를 할 자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쓰는 재미가 없어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행 중에 느꼈던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작가의 심리적인 묘사는 여느 여행기에서도 맛볼 수 없는 알토란같다.
이와 함께 여행 준비부터의 러시아 여행의 실용적인 조언(Tip)들까지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실수가 연속되는 에피소드뿐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감흥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를테면 낯선 여행지에서의 불안한 마음과 택시 바가지요금을 당한 경험, 여행 중 친구의 작은 사고까지도 담았으며, 박물관에서 맛보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그림의 향연 그리고 여러 광장과 정원, 강기슭의 성당, 궁전 등 각종 건축물들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들도 속속들이 적고 있다.
“친구란 추억을 얘기할 수 있는 여행을 통해서 할 말이 많은 것이다”12일간 씨스뜨라들의 러시아 여행일정은 아르바뜨 거리부터 붉은광장, 모스크바 크렘린(마스꼽스끼 끄레믈), 성 바실리 성당, 지하궁전 ‘끼옙스까야’, 굼 백화점, 마스꼽스끼 바그잘, 모이까 강, 에르미따쥐 가는 길과 궁전광장, 멘쉬꼬바 궁전, 그리보에도바 운하와 피의 구세주 성당, 여름정원, 마린스끼 극장, 바실리 섬과 라스뜨랄 등대, 자야치 섬의 ‘뻬뜨로빠블롭스끄 요새’, 배를 타고 갔던 ‘뻬쩨르고프’, 세상의 모든 분수, 여름궁전의 ‘아래정원’, 차고 신선했던 숲 ‘빠블롭스끄 공원’, 예까쩨리나 궁전, 러시아 박물관 등이다.
여행을 마치고 조정희 작가는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아주 큰일을 마친 느낌이다. 씨스뜨라가 걸어 다녔던 러시아 거리는 벌써 아득히 먼 곳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 했던 씨스뜨라는 지금도 같은 공간과 시간에 있다. 하나 더 보태진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란 여행을 통해서 할 말이 많은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스꼽스끼 바그잘 모스크바에서 4시간을 달려와 내린 곳은 모스크바 역.
실제 기차역 이름이 마스꼽스끼 바그잘(모스크바 역)이다.
무슨 소리냐고?
나도 엄청 헷갈렸다.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이 낳은 체제를 이해하기 전에는.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역이 없다. 다시 말하면 쌍뜨뻬쩨르부르그에는 쌍뜨뻬쩨르부르그 역이 없다는 말씀. 러시아 기차역 이름은 도착지 지명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모스크바에서 쌍뜨로 가려면 쌍뜨 역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 물론 반대로 쌍뜨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를 타려면 모스크바 역으로 가야 한다.
설명이 좀 더 필요하겠다.
사실, 우리가 타고 온 삽산은 레닌그라드스끼 바그잘(레닌그라드 역)에서 출발했다. ‘쌍뜨뻬쩨르부르그’가 옛 소련 시절 ‘레닌그라드’로 불렸기 때문. 그래서 기차역 이름은 아직도 옛 지명을 쓰고 있다. 그러니 모스크바에서 쌍뜨로 오려면 레닌드라드스끼 바그잘(레닌그라드 역)을 찾아야 한다.
처음엔 정말 이상했지만 한 번 타보니 기발한 발상과 합리적인 사고의 걸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크고 복잡한 기차역에서 기차를 잘못 타는 일은 꽤 흔히 일어나는 실수 아닌가. 그리고 기차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난감한 실수도 기차를 잘못 타는 경우이다. 하지만 러시아식이라면 이런 문제가 애당초 근절이다. 일단 역을 바로 찾아가기만 하면 다른 곳으로 가는 기차를 탈 염려는 없으니까. 그리고 목적지 지명을 모르고 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니 역을 잘못 찾아가는 실수를 할 확률은 아주 낮을 것 아닌가 말이다.
역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아니 죽을 때까지 유연해야 한다. 단단하게 굳어지는 사고의 껍질을 늘 경계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벽으로 주변을 단단하게 둘러싸는 고지식은 노인이 걸리기 가장 쉬운 질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도 이미 질병의 언저리에 발을 디밀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남몰래 놀란다. 그렇지 않다면 ‘남몰래 놀라기’가 아니라 그것조차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열려있는 유연함’을 실천해야 하지 않는지. 하지만 나는 곧바로 실천하지 않고 생각만 하고 있다. 이것도 오래된 나의 버릇이다. 생각이 바로 말로 나가지 않는 것.
나이가 들수록 습관은 점점 고착화된다는데.
생각은 꼬리를 물고 기차는 쉬지 않고 달린다.
차창에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러시아 들판을 몇 장 찍는다.
지나가는 풍경은 왜 쓸쓸한지 모르겠다.
- 본문 ‘넷째 날’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 -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씨스뜨라
+ 첫째 날(5월 2일, 월요일)
새벽의 푸념
호출택시
쉐레메찌에보 공항
호객택시
러시아 청년 사샤
<떠나기 전에 1>
+ 둘째 날(5월 3일, 화요일)
계산이 맞지 않으면 개조를 하라
아르바뜨 거리
붉은 광장이 아닌 아름다운 광장
모스크바 크렘린(마스꼽스끼 끄레믈)
성 바실리 성당
슈퍼마켓 찾아 삼만리
어둠 속에 벨이 울리고
<떠나기 전에 2>
+ 셋째 날(5월 4일, 수요일)
적응력
모스크바 투어버스
지하궁전, 끼옙스까야
감자 요리와 굼 백화점
<떠나기 전에 3>
+ 넷째 날(5월 5일, 목요일)
또 택시!
초고속 열차 삽산
마스꼽스끼 바그잘
모이까 강, 그리고 숙소
<떠나기 전에 4>
+ 다섯째 날(5월 6일, 금요일)
맑음과 흐림은 뫼비우스의 띠
에르미따쥐 가는 길과 궁전광장
그림, 또 그림
네바 강을 건너 멘쉬꼬바 궁전으로
달밤의 함박눈, 요르단 계단
과욕이 낳은 작은 사고
+ 여섯째 날(5월 7일, 토요일)
다시 에르미따쥐
중국 음식점, 하얼빈
<단상 1> : 미술품 수집과 감상할 권리
+ 일곱째 날(5월 8일, 일요일)
그리보에도바 운하와 피의 구세주 성당
여름정원과 묘령의 여자
식당, 마말리가에 밀린 까잔 성당
마린스끼 극장과 한여름 밤의 꿈
<단상 2> : 여름정원에서 있었던 일
+ 여덟째 날(5월 9일, 월요일)
국가의 전승 기념일과 국민의 추모 행렬
바실리 섬과 라스뜨랄 등대
자야치 섬, 뻬뜨로빠블롭스끄 요새
바람의 다리, 뜨로이쯔끼 모스뜨
<단상 3> : 추모의 의미
+ 아홉째 날(5월 10일, 화요일)
배를 타고 뻬쩨르고프로
세상의 모든 분수, 여름궁전 아래정원
대궁전을 뒤로 하고
<단상 4> : 권력과 능력
+ 열 째 날(5월 11일, 수요일)
차고 신선했던 숲, 빠블롭스끄 공원
예까쩨리나 궁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단상 5> :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