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왜 ‘태극기 노인’들은 차가운 거리를 헤매야 했을까?
한국에서 행복한 나이 듦, 행복한 인생은 불가능한가?
세월호부터 전쟁의 상흔까지… 집단 트라우마의 해법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치, 우리도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한국인의 마음속 응어리를 어루만지다!서울대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나미 박사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드물게 미국 뉴욕융연구소에서 분석심리학 디플롬을 취득한 융 분석심리학자이다. 귀국 후에는 이나미심리분석원을 운영하면서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상담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개인 삶의 조건에 주목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전통,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삶의 현장들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중 매체에 한국사회의 여러 현상에 대한 글을 쓰고, 한국인의 12가지 콤플렉스를 정리한 《한국사회와 그 적들》,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담으로 그의 마음을 분석한 《운명에서 희망으로》 등 사회 참여형 책들을 펴내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 오고 있다.
이 책 또한 그 결과물 중 하나로, 〈동아일보〉, 〈국민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한 매체에 기고한 글들과 대중 강연들에서 오늘날 한국인의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글들을 가려 뽑은 것이다.
세월호 사고로 생때같은 아이를 품에서 떠나보낸 엄마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막막한 미래의 불안을 견뎌야 하는 청춘의 마음에도 희망은 있을까? 나라의 어른에서 어느덧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처지에 내몰린 노인의 마음은 누가 알아줄까? 진보와 보수로 갈려 대한민국을 극단의 갈등으로 몰아넣는 정치에 신물 난 보통 사람들의 분열된 마음은 어디서 위안을 얻어야 할까?
책은 이렇듯 크든 작든 마음속에 응어리를 가지고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삶들을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 준다. 그동안 그 응어리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상처와 반목과 질시로 위로받지도, 치유되지도 못한 채 부유해 왔다.
하지만 융 심리학에 의하면, 직면은 치유를 위해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다. 한국에서 융 분석심리학자로 살아 온 저자는 우리 안의 이 어두운 그림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하나하나 드러내 보여 줌으로써 우리를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비로소 대한민국의 마음이 치유되는 책.
왜 ‘태극기 노인’들은 차가운 거리를 헤매야 했을까?
우리 사회의 이상 현상들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깡마른 손마다 태극기를 움켜쥐고 힘없이 흔드는 노인들. 웃음기 하나 없는 마른 얼굴, 주름이 깊게 팬 이마 밑에 무심하게 뚫려 있는 두 눈, 그리고 공허하게 허공을 맴도는 눈빛. 그 낯설고 기이한 모습만큼이나 그들의 파르르하게 떨리는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구호는 지금이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나 싶을 만큼 역시 낯설고 기이하다.
“북한의 사주를 받은 공산주의자는 북한으로!”
“빨갱이는 죽여도 돼!”
‘태극기 노인’들은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 한 켠에 등장하기 시작해서 지난겨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탄핵 정국에서 극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많은 시민의 반응은 ‘도저히 이해 불가’였다. 특히 젊은이들의 시선에서는 싸늘하다 못해 적대감마저 감지된다.
“저 나이 먹도록 어떻게 살았기에 저럴까?”
“미친 거 아냐? 아이들이 볼까 두렵네.”
모두가 세대 갈등을 진보와 보수의 대립에서 파생된 정치적 이슈로 치부할 때, 그러나 심리학자인 이나미 박사는 그 이면에 있는 심리적 상처들, 즉 개인적 경험들이 만든 마음의 응어리들로 눈길을 돌린다. 노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인을 대하는 젊은이들의 냉담한 태도, IT 시대에 따라가지 못해 받는 여러 불이익, 하다못해 영어식으로 지은 아파트 이름들까지, 일생생활에서부터 완벽하게 소외되었다고 느낀다.
이나미 박사의 심리 분석에 따르면, 이렇게 자신들이 걸어온 자랑스러운 인생의 자취가 한꺼번에 무시당했다는 배신감, 자괴감, 절망감이 뭉뚱그려져 과거의 영광을 대표하는 ‘박근혜’에 투사된 것이 바로 ‘태극기 노인’이다. ‘태극기 노인’ 문제가 단순히 일부 극단적인 보수의 문제로 축소되어서는 안 되고,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태극기 노인’ 현상을 꿰뚫는 심리학적 통찰은 더 나아가 청년 문제, 복지 논쟁, 여성 혐오, 집단 트라우마, 진보-보수 논쟁 등 다양한 이슈들을 넘나들며 뻗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이상 현상’들 이면에 작용하는 마음을 읽어야 우리가 처해 있는 삶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고 강조한다.
세월호부터 전쟁의 상흔까지… 집단 트라우마의 해법은?
우리가 지향할 미래의 핵심 가치는 공감 능력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혹 그 마음을 상상할 수 있다면, 60여 년 전 한국전쟁의 잔혹한 기억에서 여태 헤어 나오지 못해 나타나는 여러 사회적 증상들을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이라는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은 각자의 경험에 공동체의 경험이 더해진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타인의 아픔에 눈감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는 차별과 상처와 반목과 질시로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한 삶의 태도가 오히려 스스로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자고 제안한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공감 능력’이 우리 사회가 지향할 미래의 핵심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세대가 어려서부터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자신부터 반성하고 성찰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타인의 아픔을 더 가슴 깊이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치, 우리도 할 수 있을까?
과거를 무너뜨린 에너지, 이제는 미래를 창조하는 데 써야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이다. 그만큼 가장 배타적이고 분열적일 수 있고, 또 바로 그래서 가장 공감 능력이 필요한 분야가 정치를 둘러싼 이슈들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정치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겨울, 대한민국 시민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과거 정치를 끝장냈고, 올 봄, 드디어 새 정치를 세웠다. 그 기간 동안, 모두가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것은 어떤 정치적 입장에 서 있었든지 마찬가지다. 반대파든 찬성파든, 이전과는 다른 미래를 꿈꾼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파괴의 에너지는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된다’고 한다. 과거를 무너뜨린 에너지를 이제는 미래를 창조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자면 “정치적 대립자(opponent)는 적(enemy)이 아니라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동반자”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 역시 상대 입장에서 사고할 줄 아는 능력, 즉 공감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 행복한 인생은 가능한가?
‘성공’보다는 ‘의미’를 지향할 때 진짜 행복이 찾아온다우주는 대칭 구조로 이뤄져 있다. 오른쪽이 있으면 왼쪽이 있고, 올라감이 있으면 내려감이 있고,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인간의 심성도 마찬가지다.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이 공존한다. 물론 인간들로 이뤄진 사회도 악마와 천사가 함께 산다. 따라서 도덕적인 삶, 더 나아가 도덕적인 사회적 삶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얻는 것이다.
문제는 나와 우리 안의 ‘악마성’이 선하게 살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시시때때로 방해한다는 데 있다. 우리 삶이 자주 불행해지는 이유다. 그러면 어떻게 DNA에 새겨진 악마성을 넘어 모두가 선해서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통찰은 ‘성공’이 아니라 ‘의미’를 지향하라는 것이다.
“사람은 욕망하는 ‘불완전체’일 뿐이다. 평안하면 권태를 호소하고, 변화 앞에선 불안과 걱정에 휩싸인다. 가질 수 없는 행복을 욕망하면 욕망할수록 실제의 삶은 더 비루해질 뿐이다. 하지만 소소한 생활의 작은 조각들이 자신과 공동체의 구원과 평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나마 고통스런 시간들을 견디는 힘을 지닐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삶은 먼지로부터 시작해 다시 먼지로 돌아가겠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부여된 채 태어난 것이다.”(60쪽)
이렇듯 저자는 책 전체를 관통해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핵심 가치로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이 단순히 한 심리학자의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사회의 집단의식과 무의식이 반영된 자기 고백서로 읽혀야 하는 이유다.

겉으로는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의 대립이 정치적 이슈 때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추면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에서 온 원망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노인들의 얼굴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엔도르핀이라도 솟는지 힘차기까지 한 몸짓을 보면서 안쓰럽고 슬픈 마음도 든다. 그 동안 얼마나 집과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꼈으면 ‘외로운 독거노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처지와 자신들을 동일시해서 죄목 많은 그를 그렇게 열심히 보호하려 할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 ‘태극기 노인이 애처로운 이유’에서
아무리 간병 서비스가 잘 갖추어져 있어도 죽음의 과정은, 집에서건 병원에서건, 본인과 주변 사람 모두 힘들고 어렵게 한다. 누군가 병원에서 죽기 싫다고 말할 때면, 그럼 어떻게 누구로부터 간호를 받을지 당신은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는지, 그 죽음의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자괴감 같은 것을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지 속으로 묻게 된다.
- ‘죽음을 겪어 낸다는 것’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