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베케트 이후 가장 전위적인 작가라고 불리우는 페터 한트케가 서정적인 필치로 풀어낸 견고한 슬픔의 미학. 말을 해체하고 언어의 실험적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전통적인 서술의 큰 흐름을 거스르고자 하는 그의 반서사적 글씨기 방식은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거센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묶은 두 편은 한트케가 언어 실험적 글쓰기를 극복하고 전통적 서술 방식을 차용하여 문학의 서정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소망 없는 불행>은 1971년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하고 자살한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 씌어진 산문으로, 어머니의 일생을 회상하며 전후의 사회적 모순과 정치 상황, 그리고 가정과 사회에서 억압당한 여성의 자의식을 잘 묘사하고 있다.
<아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으로 한트케가 연극배우였던 첫째 부인과 결별한 후, 딸 아미나를 맡아 기른 경험을 토대로 하여 씌여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사뮈엘 베케트 이후 가장 중요한 전위 작가 페터 한트케,
어머니의 자살과 낯선 곳에서 아이 키우기라는 두 가지 상처를 객관적 필치로 그려낸 <견고한 슬픔의 미학>
♣ 한트케는 언어의 심장부를 찾아 때로는 고통 속에서, 때로는 행복 속에서 자유를 느끼며 전 유럽을 헤매 다녔다.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면서도 살아 있게 하는 그의 작품에 빠져드는 순간, 우리는 자유로워지리라. --《르 몽드》
♣ 한트케의 「소망 없는 불행」이후 어머니에 대한 어떤 평가도, 어떤 문학적 사고도 완결된 이미지를 전달해 주지 못했다. 이 책은 아물지 않은 끔찍한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는 그와 더불어 비로소 자유롭게 숨쉴 수 있다. --헬무트 쉐퍼(비평가)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꾸준히 지목되고 있는 페터 한트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낯선 이름은 아니다. 그는 『관객모독』(1966), 『카스파』(1968),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공포』(1970), 『베를린 천사의 시』(1987)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독일어권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66년 첫 소설 『말벌들』과 첫 희곡 『관객모독』을 발표한 이래 시, 시나리오, 논문 등 가릴 것 없이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쳐왔다.
희곡 부문에서는 말을 해체하고 기존의 연극 이론에 반기를 들며 <자명하게 규정된 것,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조작된 것, 지배체제의 드라마투르기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는 반연극론을, 산문 문학 쪽에서는 언어 실험적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전통적인 서술의 큰 흐름을 거스르고자 하는 반서사적 글쓰기를 제1원칙으로 내세운 그의 창작 방식은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거센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일례를 들자면 귄터 그라스의 독일 통일 문제를 다룬 소설 『아득한 평원』을 찢으며 혹독한 비난을 퍼부은 적 있는 마르셀 라이히 라니츠키는 한트케의 작품에도 철퇴를 휘두른 반면, 비평가의 권위에 주눅 들지 않는 독일 내외 언론은 한트케의 미학적 태도에 찬사를 보냈다.
이번에 묶은 두 편의 소설 「소망 없는 불행」(1972)과 「아이 이야기」(1981)는 한트케가 언어 실험적 글쓰기를 극복하고 전통적 서술 방식을 차용하여 문학의 서정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대략 10년의 시차를 두고 씌어진 작품이지만 이 두 작품은 한트케의 <주제 의식과 관련하여 볼 때 가장 전형적인 작품이며 그의 작가로서의 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일찍이 많은 작품들과 여러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문학 활동과 관련해서는 자신 이외의 여타의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는 한트케는 「소망 없는 불행」에서는 어머니의 자살을, 「아이 이야기」에서는 낯선 곳에서 아이 키우기란 자신의 일상적 삶을 비교적 담담한 문체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경이를 불러일으킬 만한 섬세한 감성이 글쓰기에 대한 성찰과 맞물려 객관성을 획득하고 있는데 특히 「소망 없는 불행」에서는 결코 눈물을 쏟아내지 않지만 두 눈에 절망을 꾹꾹 눌러 넣은 듯한 단단한 질감의 슬픔이, 「아이 이야기」에서는 여러 인간관계에서 폐쇄적인 성향을 가진 작가가 아이를 키우며 이웃과 크고 작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세계와 화해해 가는 과정이 읽는 이에게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밖에도 날카로운 관찰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시적 묘사 등은 여전히 한트케만의 독보적인 경지를 이루고 있다.
「소망 없는 불행」은 1971년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하고 자살한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 씌어진 산문으로, 작가는 어머니의 일생을 회상하면서 전후의 사회적 모순과 정치 상황, 또 생활고를 조명하고 그런 와중에서도 가정에서, 사회에서 억압당하는 여성이 자의식을 획득해 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주변 세계에 무관심하던 작가는 어머니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긍정하게 되고 기타 사회적 제반 상황들에 대해 성찰하면서 어머니의 불행했던 과거 혹은 현재와 소통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에서는 아무것도 소망할 수 없었던 한트케 자신의 유년 시절 및 그의 조국 오스트리아의 역사,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있는, 역경에 처했을 때 그 누구보다 더 먼저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읽을 수 있다. 또 하나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한트케의 치열한 작가 정신이다. 한트케는 바로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고 감상적으로 몰입하려 하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글쓰기의 반성적 측면을 환기시키면서 어머니의 불행했던 삶과 그것을 언어로 전달하는 작가로서의 사명감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어머니가 죽은 뒤 얼마 동안은 그녀가 죽은 바로 그 요일만 되면 그녀의 죽음이 특히나 생생하고 아프게 느껴졌다. 금요일마다 고통 속에서 동이 트기 시작했고, 또 날이 어두워졌다. 밤안개에 쌓인 시골의 노란 가로등, 더러워진 눈[雪]과 운하에서 풍기는 악취, 텔레비전 보는 소파에 놓여 있던 깍지 껴진 팔. 마지막으로 변기에 물 내려가는 소리, 두 번. (85쪽) (……)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고 상상할 수조차 없는 새로운 절망이 있을지도 모르지.>
「아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으로 한트케가 연극 배우였던 첫째 부인과 결별한 후, 딸 아미나를 맡아 기른 경험을 토대로 하여 씌어졌다. 그는 파리와 독일의 여러 도시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남자로서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들을 매우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담담한 필체와는 달리 이 작품은 한트케가 작가로서 진일보했음을 보여주고 인간으로서도 한 단계 더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러 의미에서 <폐허>로 가득 찬 자신의 어린 시절로 인해 가정생활이라든가 가족 관계 등에 매우 부정적이었던 자신이 딸을 키우며 그것들의 소중함을 인식해 가고 결국 한 인간 속의 소우주까지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이 작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저자 : 페터 한트케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 공부를 하다가 4학년 재학 중에 쓴 첫 소설 『말벌들』로 1966년에 등단했다. 그해 미국서 개최된 ‘47그룹’ 회합에 참석한 한트케는 당시 서독 문단을 주도했던 47그룹의 ‘참여문학’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한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실험적인 희곡 「관객 모독」도 같은 해에 출간되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다수의 혹평과 소수의 호평을 받다가 1970년대 들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회복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품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다. 독일어로 쓰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972년에 거장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1967년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 1972년 페터 로제거 문학상, 1973년 실러 상 및 뷔히너 상, 1978년 조르주 사둘 상, 1979년 카프카 상, 1985년 잘츠부르크 문학상 및 프란츠 나블 상, 1987년 오스트리아 국가상 및 브레멘 문학상, 1995년 실러 기념상, 2001년 블라우어 살롱 상, 2004년 시그리드 운세트 상, 2006년 하인리히 하이네 상 등 많은 상을 석권했으며, 매해 유력한 노벨상 수상 후보로 지목되는 독일 문단의 대표적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역자 : 윤용호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페터 한트케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다. 「Selbstbiographischer Subjektivismus bei Peter Handke」, 「페터 한트케의 프란츠 카프카 수용」, 「요하네스 폰 탭플의 『악커만과 죽음』」 등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페터 한트케 연구』, 옮긴 책으로는 『시와 진실』, 『소망 없는 불행』, 『괴테의 여우 라이네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