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동방문학총서 2권. 타히르 샤 소설. 이국적 신비를 간직한 동경의 도시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답고 정감 넘치는 이야기. 동방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서구 문화가 한데 어울려 오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각박한 삶에 지친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좇아서 모로코 이주를 결심한다. 그는 한때 국제적인 도시였던 카사블랑카에서 역사를 알 수 없는 오래된 대저택인 칼리프의 집을 사서 지내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진(Jinn)들이 우글거리는데….
출판사 리뷰
“재미있다.” 이 책에 대한 서평 중 빠지지 않는 말이이다. 작가인 타히르 샤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를 여행하면서 열다섯 권가량의 책을 쓴 저자로, 가는 곳마다 그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숨겨진 이야기들을 전달해준다. 짧고 명확하면서도 깊이를 가진 문체, 그리고 참을 수 없이 유쾌한 유머를 통해 우리는 모로코에 산재해 있는 이슬람 전통과 아프리카의 민속, 아랍 사회가 가진 부족적 특성과 현대 서구의 가치관이 뒤섞여 있는 묘한 만남을 읽게 된다.
타히르 샤는 “정신없이 지내지 않으면 나무늘보 취급을 당하는” 런던의 생활을 버리고 어린 시절의 이국적인 추억과 여유로운 동양적 방식을 찾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이주한다. 우여곡절 끝에 전통적인 모로코 양식으로 지어진 낡은 대저택인 칼리프의 집을 구입해 들어가게 되지만, 그 집은 오랫동안 비워져 있었기 때문에 진이 씌어있는 곳으로 동네에서 유명하다. 타히르는 모로코 전통인 수제 방식으로 타일과 모자이크를 깔고 집을 수리하려고 하지만, 원하는 가구는 “정가가 정해져 있지 않고 원하는 만큼 가격이 올라가며”, 가장 실력 있는 장인들은 “미친 사람이어야 하고”, 목수도 석공도 타일 자르는 사람도 모자이크를 붙이는 사람도 “일을 시작했으나 결코 끝마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칼리프의 집을 오랫동안 관리해 온 세 명의 관리인들은 모든 나쁜 일들을 진의 탓으로 돌리고, 집에 바라카(행운)을 가지고 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한다. 그들은 뱀과 시더나무 목재는 왠지 진들을 불러들인다는 이유로 싫어하지만, 썩은 타조알, 거북이, 초록색은 바라카를 담고 있기에 받아들인다. 도처에 알 수 없는 공식과 이정표들 투성이로, 타히르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현대적인 서구 사회가 익숙한 타히르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하지만 그런 아랍 사회는 멀리는 타히르 샤의 가문, 가깝게는 타히르의 아버지에게는 당사자의 문화이다. “일방도로에서 역주행하던 코카콜라 트럭에 치여 돌아가신” 타히르의 할아버지는 모로코 여기저기에 일기장과 함께 알 수 없는 행보를 남겨 놓았다. 그것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가족과 아랍 문화에 대한 타히르의 이해와 애정은 더욱 깊어진다.
우리는 타히르 샤가 그렇게 카사블랑카에 정착하는 일 년 동안의 과정을 좇아가면서, 모로코뿐 아니라 일반적인 아랍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족적인 특성과 사회적 분위기, 믿음과 가치관을 보게 된다. 타히르 샤는 실제로 가족들과 함께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살고 있다.
나는 관리인들에게 자살 폭탄에 대해서 들었는지 급히 물었다. 함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더 급한 문제들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자살 공격이 몇 번이나 있었는데 그보다 더 중한 게 뭔가요?”
“진들입니다.”
“진들이요?”
관리인들이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집이요, 진으로 가득합니다.”
외국에서 집을 사면 예상치 못한 것들에 대해 준비를 해둬야 한다. 나는 언어 문제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이지도 않는 무리의 정령들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마침내 침묵을 깬 것은 나였다.
“왜 저 방은 항상 잠겨 있나요?”
“말할 수 없습니다.” 함자는 손을 웃옷에 닦으며 말했다.
“왜요?”
“어떤 일은 말하고, 어떤 일은 말하지 않는 법이죠.”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죠? 누가 죽었나요? 그런 건가요? 찬 기운이 돌았어요. 공포요. 죽음의 냄새가요.”
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에 대해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르 칼리파에 대해 알고 싶다면, 여기에서 살면 돼요. 집이 직접 말해줄 겁니다.”
“간단합니다. 황소를 도살하는 곳에 가서 막 잡은 동물의 따뜻한 피에 손가락을 담근 다음 얼굴에 발라요. 코 바로 위에. 그럼 진이 보일 겁니다.” […]
도살장 안으로 들어가 카말은 문지기에게 우리가 온 이유를 설명했다. 유령을 실체화하기 위해 갓 잡은 동물의 신선한 피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면 영국 도축업자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모로코인 문지기는 쉽게 수긍했다. 마치 전에도 종종 그런 요청을 받아본 것처럼. 문지기가 도살장 안쪽, 황소를 잡는 곳으로 안내했다.
작가 소개
저자 : 타히르 샤
아프가니스탄 가문 출신으로 1966년 영국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아우르는 여행과 삶을 통해 자신이 간 장소를 여행자보다는 밀접하게, 현지인보다는 낯설게 바라보고 그 땅에 숨겨진 문양을 찾아내면서 『TIMBUCTOO』, 『Scorpion Soup』, 『A Thousand and One Nights』 등 15편가량의 작품을 썼다. 9·11 이후 그는 자신의 태생인 동양과 자신이 나고 자란 서양의 문화를 잇는 다리가 되고자 노력하면서, 특히 중세 이슬람이 서구의 르네상스에 미친 영향을 소개하려고 애썼다. 현재 그는 『카사블랑카에서의 일 년』에서 그려지듯이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카사블랑카에 있는 다르 칼리파(칼리프의 집)에서 살고 있다.
목차
하나_두 대의 갈대가 같은 개울물을 마시네. 하나는 속이 빈 쭉정이, 다른 하나는 사탕수수
둘_위험한 곳에 서 있으면서 기적을 믿지 마라
셋_늙은 고양이는 춤추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넷_모든 음식에는 나름의 맛이 있는 법
다섯_내일이면 살구가 열리리라
여섯_절름발이 게는 똑바로 걷는다
일곱_사자를 따르는 양 떼는 양이 이끄는 사자 떼를 이긴다
여덟_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서, 많은 문제가 따라왔다
아홉_장님들의 나라에서는 외눈박이가 왕
열_신을 믿되 낙타는 잘 매어두어라
열하나_건물의 가치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 만든다
열둘_개가 짖어도 카라반은 계속 간다
열셋_친구 손에 쥐어진 돌멩이는 사과나 다름없다
열넷_평안은 침묵의 열매
열다섯_약속이 구름이면, 실천은 빗줄기
열여섯_미래를 말하는 자는 진실을 말할 때조차 거짓을 말한다
열일곱_돈이 없다면, 마음을 내주어라
열여덟_풍뎅이도 그 엄마 눈에는 가젤
열아홉_바보에게는 침묵이 답
스물_함께 살 때는 형제처럼, 함께 일을 할 때는 낯선 이처럼
스물하나_결코 눈에 띄게 조언하지 마라
감사의 말
용어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