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서구 미용 관습과 그 뒤에 버티고 선 산업 및 이데올로기에 대한 쉴라 제프리스의 타협 없는 비평을 새로이 갱신한다. 제프리스는 미용 관습이 여자들의 개인적인 선택이거나 창조성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 억압의 중요한 측면이라고 주장한다. 초판이 출간됐던 2005년과 비교해 미용 관습의 잔혹성과 침투성이 더욱 강해진 지금 이를 검토하고 해체할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
제프리스는 미용 관습을 들여다보는 렌즈로 UN의 ‘유해 전통/문화 관습’ 개념을 활용한다. 그는 서구 미용 관습이 여자의 건강을 해치고, 성적 차이를 만들고, 성적 굴종을 강요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UN 유해 관습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1970년대 제2 물결 페미니스트들은 다이어트와 제모 등 당시 만연했던 미용 행위를 비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자가 미용 관습을 ‘선택’할 수 있게 된 만큼 이제는 미용 관습이 억압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자리를 잡게 됐다. 최근 서구 사회에서는 미용 관습을 위해 피부를 찢고, 피를 흘리고, 신체 일부를 재배치하거나 절단하기까지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름다움과 여성 혐오』는 미용 관습이 끈질기게 남아있을뿐더러, 많은 측면에서 더욱 극성스러워지기까지 한 이유를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본서는 화장 행위가 보편화된 과정을 살펴보고, 패션과 하이힐 속의 여성 혐오를 들여다보며, 가슴 보형물 삽입, 외음부 제모, 소음순 수술 등 최근 대중화되고 있는 미용 관습과 여타 신체 훼손 관습 형성에 포르노가 어떤 역할을 미쳤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이런 관습에 저항하는 문화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지를 분석하며 끝을 맺는다.
전반적으로 최신 경향이 반영된 이 개정판이 젠더 연구, 문화 연구, 페미니즘 심리학 분과의 학생과 교육자는 물론 페미니즘과 여자의 미용과 건강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출판사 리뷰
왜 남자들은 안하는 것을 여자들만 할까?
화장과 베일을 넘어 진짜 자유를 상상하라!
최근 한국에서는 새로운 세대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탈코르셋 운동이 폭발하고 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페이스북에는 “탈코 인증”이 연일 올라오며 자매들의 용기를 북돋운다. 메이저 언론들은 물론 공중파 뉴스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중요한 사회 현상이 되었다. 학교에 치마 대신 활동이 편한 남자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가 하면, 긴 머리를 시원하게 자르고 학교에 가서 “탈코 영업”을 하고, 그 결과를 다시 트위터에 올리기도 한다. 유튜브에 탈코르셋을 전파하는 계정들이 인기를 얻고, 뷰티 유튜버들이 탈코르셋 선언을 하며 화장이나 성형 정보를 전시하고 나누었던 과거를 참회하는 사례도 생겼다. 더 많은 여성들이 머리를 자르고 치마와 하이힐을 불태우고 브라를 벗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사용하는 코르셋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여성에게 차별적으로 요구되는 각종 의무, 그리고 여성혐오나 차별에 익숙해져 억압에 순응하는 상태, 또는 그러한 상태인 여성을 이르는 말. 화장, 다이어트, 성형 등과 같은 것을 외모 코르셋이라고 하며, 여성은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해야 하며 예의와 도리,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여기는 것을 도덕 코르셋이라고 한다. 이런 여성억압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코르셋을 벗다’라고 표현한다.”
이 책의 원제는 『아름다움과 여성혐오Beauty & Misogyny』인데, 한국에서 불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에 착안하여 『코르셋Corset』이라 이름 붙였다. 코르셋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지만 1차적으로는 ‘외모’에 대한 표현으로 사용된다. 최근 한국의 새로운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은 성형, 다이어트, 화장, 제모, 하이힐 등 외적인 미용 관습뿐만 아니라 걸음걸이나 말투, 표정 등 여성들에게 내면화된 습관과 태도까지 문제 삼고 있다. 쉴라 제프리스 역시 화장, 패션, 하이힐과 전족, 성형수술과 트랜스젠더리즘, 피어싱과 문신 등의 자해 문화, 신체 개조에 열광하며 이런 행위들을 뒷받침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적 경향에 이르기까지 “코르셋”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루며, 결과적으로 이런 서구 미용 관습이 UN이 지정한 유해문화관습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런 코르셋들이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복무하는 포르노 및 성 착취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동시에 남성의 페티시와 게이남성의 여성혐오 문제와도 맞닿아 있음을 논증한다. 미용 행위에 대한 페미니즘적 해석과 성역 없는 비판은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탈코르셋 운동의 본질과도 통하므로 많은 여성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코르셋』의 편집자로서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구글 이미지 검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여성혐오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게이 디자이너들, 그들이 만든 신발과 옷, 포르노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고 자부하는 포토그래퍼들과 광고업자들, 그들의 ‘작품’, 성형 산업과 포르노 산업, 그리고 남성 페티시의 피해자로 끔찍하게 삶을 마감한 여자 배우들, 신체개조 분야의 선각자들과 그들의 기괴한 ‘행위예술’, 문신과 피어싱 등 자해 문화의 최신 사례들,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고문 도구들의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이런 자료들을 찾아보는 일은 역겨운 과정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대신에 지금까지 여성 인권 신장의 결과로 여자들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했던 자유의 실체가 무엇인지, 여성들이 선택권이라는 이름으로 누려온 것들의 실상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인 자료들은 주로 90년대 이후의 경향을 보여주는데, 한국도 이 시기부터 페미니즘 담론이 활발해지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부터는 리버럴 페미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이 여성학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발달로 인한 포르노 시장 확대, 성노동론의 탄생과 퀴어 이론의 확장이 맞물려 돌아가는 동안 여성의 몸에 대한 가부장제의 지배는 훨씬 더 견고하고 참혹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코르셋』은 여성이 처한 현실과 여성의 경험 위에 단단히 발붙이고 있는 이론서다. 제프리스는 미용 관습의 가장 최신 경향들까지 꼼꼼히 살펴가면서 젊은 여성들이 문화와 자발성의 이름 아래 무비판적으로 자해 행위를 따르는 현상을 우려하며, 관념적 수사를 동원하여 여자의 몸이 경험하는 현실을 지우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리버럴 페미니즘 이론에 반박한다. 그는 한 사람의 생존자이자 발화자로서, 우리와 같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래디컬 페미니스트로서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 제2 물결이 출렁이던 70년대에 ‘빨간약’을 먹고 긴 머리를 잘라낸 후로 평생 동안 미용관습을 거부해 온 칠순의 페미니스트가 한국의 젊은 여자들에게 들려주는 탈코르셋 이야기, 이것을 이 책의 숨겨진 제목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자매애는 강하다.
- 해설 <베일도 아니고 화장도 아닌, 진짜 자유를 상상하기> 중에서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은 문화권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서구 문화도 여자에게 유해 문화 관습을 강요한다. 서구 미용 관습의 정치적 기원과 목적, 여파를 깡그리 무시해버리겠다고 마음먹지 않고서야 서구 문화권의 여자들이 비서구권 여자들보다 외양과 관련해 훨씬 더 우월한 자유를 갖는다고는 하기 힘들다. 고대 중동에서 유래한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 세 가부장 종교 모두 여자가 머리를 가릴 것을 강요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서구에서 이 규칙은 공공장소에서 여자에게 성적 부역을 시행할 것을 강요하는 식으로 변모했다. 여자가 몸을 가려야 한다는 규칙이 반발을 사거나 퇴색되고 있었던 중동과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다시금 규칙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 결과 이과 서구의 여성 외모 규칙은 겉으로 보기에는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두 규칙 모두 여자에게 ‘성적 차이/굴종’을 표출할 것을 강요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남자들에게 성적 흥분을 제공하지, 다른 남자들이 흥분하지 않도록 여자의 몸을 가리지, 둘 다 남자의 성적 필요에 여자가 복무 다. 양쪽 다 여자는 공공장소에서 남자의 필요를 충족시킬 뿐이며, 남자들이 갖는 자유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외모에 관한 유해 문화 관습 개념을 비서구 관습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화장부터 소음순 성형까지 이 책에서 논의되는 모든 서구식 미용 관습은 유해 문화 관습의 조건을 만족시킨다. 서구 미용 관습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여성 종속에서 기인하며, 남자의 이득을 위해 행해지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화장이 주제인 6장에서 설명하듯 립스틱 바르기처럼 성인 여자와 여아의 건강에 가장 해가 없어 보이는 관습조차 손해를 끼친다고 논증할 수 있다. 서구 미용 관습이 실제 신체적 폭력을 통해 강요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들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문화적으로 강요되고 있다.
2장 ‘서구의 유해 문화 관습’
패션이 성적 차이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몰두하는 한, 패션은 정치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패션의 놀이성, 창조성, 행위 주체성에만 관심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나, 프릴 스커트를 입을 때의 즐거움을 말하길 좋아하는 여성 저자들에게만 패션 비평이라는 일을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패션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며 정치 이론가들의 진지한 관심을 요구한다. 패션은 성적 차이/굴종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여성 종속의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성적 차이가 여자의 몸에 새겨져 있지 않다면 (예를 들어 옷이 젠더화 되어 있지 않다면) 남자들은 길거리나 직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성적 지위를 판명하기 힘들 것이다. 남자들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여자가 종속을 수행하는 데서 느끼는 성적 쾌락을 단념해야만 할 것이다.
5장 ‘패션과 여성혐오’
유해 미용 관습이 없어진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 외양을 통한 성적 차이/성적 굴종 조성이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이 된 세계일 것이다. 여자는 다시는 성적 부역 의무를 지지 않을 것이다. 자기 몸을 돌보는 관습을 수행할지라도 더는 남자의 성적 욕구에 복무하려는 목적은 아닐 것이다. 고통과 금전 지출, 정신과 시간의 여유를 소모하는 여러 여성성 관습에 전혀 임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제모와 화장은 불필요한 행위가 될 것이다. 서든 걷든 버스를 잡으려고 뛰든 활동에 맞는 편한 신발을 신을 수 있을 것이다. 여자가 치마를 입기로 선택한다면 그저 치마가 편하고 특정 활동에 적절하다는 이유에서지, 치마가 의무여서는 아닐 것이다. 치마 착용이 드물어지면서 앉을 때 다리를 잘 오므리고 있나, 다른 사람들에게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나, 바람 부는 날이나 허리를 굽혔을 때 속옷이 비치지 않나 노심초사하는 여자 청소년과 성인 여자는 줄어들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유해 미용 관습을 넘어선 미래에는 가슴골이 너무 내놓지 않았나, 발가락 골을 너무 다 가린 것이 아닌가 하며 시도 때도 없이 복장에 신경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침에는 거울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집 밖으로 나가 걷고 뛸 것이고, 누가 자길 쳐다보나 뭐라고 생각하나 신경도 안 쓸 것이다. 이런 모든 특권은 현재 남자만의 것이지만, 여자도 가지지 못하란 법은 없다. 민낯으로 다니고, 걸을 때는 두 발을 땅에 붙이고, 팔도 자유롭게 흔들고, 아니면 핸드백 대신 넓고 제대로 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행동을 통제하는 남자들의 지적질과 휘파람 소리, 눈길에 방해받지 않고 하루를 반추하는 일이 남자만의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일부 여자는 이런 자유를 자기 것으로 삼아 살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다른 이들도 그런 자유를 갖도록 돕는다. ‘존엄성dignity’이라는 단어는 UN 세계인권선언에도 여러 번 등장하며, 국제 인권 사회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된다. 여자의 외모와 옷차림, 신발, 머리, 얼굴에 이 단어를 적용한다면 어떤 의미가 될 지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유해 미용 관습을 종식한 후 여자가 얻게 될 육체적, 정신적 자유는 실로 투쟁할 가치가 있는 목표다.
결론 ‘저항의 문화’
작가 소개
지은이 : 쉴라 제프리스
쉴라 제프리스는 영국 출신의 페미니스트 학자로, 1991년에 호주로 이주하여 멜버른 대학 정치학과에서 교수직을 지냈다. 성 정치학, 레즈비언 페미니즘 등의 주제에 관해 10여권의 책을 냈으며, 국제적인 여성운동에도 몸담아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CATW)의 호주 지부를 창설하기도 하였다. 2015년에 대학에서 은퇴하고 영국으로 돌아와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저서저서로는 『퀴어 정치학 풀기: 레즈비언 페미니즘 시각에서(Unpacking Queer Politics: A Lesbian Feminist Perspective) 2003』, 『산업형 버자이너: 전지구적 성산업의 정치경제(The Industrial Vagina: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Global Sex Trade) 2009』, 『젠더는 해롭다: 트랜스젠더리즘 정치학에 대한 여성주의 분석(Gender Hurts: A Feminist Analysis of the Politics of Transgenderism) 2014』가 있으며, 국내에서는 『아름다움과 여성혐오』가 『코르셋』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목차
해설
역자 서문
개정판 서문
개요
페미니즘과 신자유주의 | 성애화 | 어린이 젠더화 | 페미니즘의 부활 | 미용 관습에 대한 페미니즘 연구
1. 문화의 손아귀에 놓인 몸
미용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평 |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 ‘새로운’ 페미니즘 | 문화적 전환 | 성적 차이/성적 굴종 | 복종 행위로서의 여성성
2. 서구의 유해 문화 관습
유해 문화 관습 | 서구 문화는 ‘선택권’을 제공하는가? | 화장과 베일, 같은 차이 | 서구 문화 제국주의 - 유해 문화 관습의 비서구 수출 | 가부장 종교와 여자 가리개 | 무엇이 유해 문화 관습을 구성하는가?
3. 트랜스여성성
트랜스베스티즘/트랜스섹슈얼리즘의 개념들 | 변신 산업과 그 고객 | 마조히즘으로서의 트랜스여성성 | 크로스드레서의 보수성 | 아내들에게 미치는 영향 | 트랜스여성성 - 젠더 경계 위반인가, 젠더 공고화인가
4. 포르노시크
포르노 산업, 존중 받게 되다 | 포르노의 경제성 | 포르노식 광고 | 롤모델 마돈나 | 포르노적 미용 관습 | 여성 외음부 면도 및 왁싱
5. 패션과 여성혐오
성적 차이 만들기 | SM의 패션화 | 게이 패션의 여성혐오 | 패션 이론
6. 화장은 힘들다
화장의 역사 | 백인 지배는 미의 기준을 구성한다 | 화장과 남성 지배 | 화장과 정신 건강 | 화장은 여자와 여아의 건강을 위협한다
7. 여자를 낮추는 하이힐
발과 구두 페티시 | 중국의 전족 관습 | 발레 토슈즈 | 남자들의 하이힐 강요 | 하이힐 착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여자 탓하기 | 하이힐의 부활
8. 여자 ‘칼질’ 산업
본인에 의한 신체 훼손 | 자해의 사회적 용인 | 롤로 페라리: 포르노적 가슴 수술 강요 | 오를랑 - ‘예술’로서의 신체 훼손 | 신체 개조 | 자해와 사회적 지위
결론
미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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