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인동네 시인선 108권.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성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이전의 세계를 전복하려는 처절한 반성과 회의를 통해 잠들어 있던 내면의 영혼을 일깨운 시집 <앵통하다 봄>에 이어 4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그동안 경유해온 시 세계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손꼽혔던 '몸'에 대한 시학이 더욱 깊게 들어나 있다. 슬픔과 고통을 한 몸에서 겪어내는 화자들은 정념의 분출 혹은 폭발로 주체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몸이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제어할 수 없는 힘에 따라 이뤄지는 '몸의 리듬'을 향해 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시적 주체의 대상은 모두 정서적으로 존재하는데, 대상으로부터 주체는 서정성을 획득하고, 주체의 세계가 조금씩 면모를 드러낸다. 다시 말해, 시적 주체가 세계를 창조(作)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대상과 관계 맺으며 대상을 밝히고 '재발견'하는 감각인데, 이 감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몸' 그 자체이다. 세계를 인식하고 감각하는 '몸', 이때의 인식과 감각은 당연히 언어로 표상된 것이니, 언어가 감각하고 언어가 인식하는 세계, 이 '몸'이 만나고 반응하며 운동하는 세계를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출판사 리뷰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성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이전의 세계를 전복하려는 처절한 반성과 회의를 통해 잠들어 있던 내면의 영혼을 일깨운 시집 『앵통하다 봄』에 이어 4년 만에 펴내는 임성구 시인의 시집 『혈색이 돌아왔다』는 그동안 경유해온 시 세계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손꼽혔던 ‘몸’에 대한 시학이 더욱 깊게 들어나 있다. 슬픔과 고통을 한 몸에서 겪어내는 화자들은 정념의 분출 혹은 폭발로 주체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몸이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제어할 수 없는 힘에 따라 이뤄지는 ‘몸의 리듬’을 향해 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시적 주체의 대상은 모두 정서적으로 존재하는데, 대상으로부터 주체는 서정성을 획득하고, 주체의 세계가 조금씩 면모를 드러낸다. 다시 말해, 시적 주체가 세계를 창조(作)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대상과 관계 맺으며 대상을 밝히고 ‘재발견’하는 감각인데, 이 감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몸’ 그 자체이다. 세계를 인식하고 감각하는 ‘몸’, 이때의 인식과 감각은 당연히 언어로 표상된 것이니, 언어가 감각하고 언어가 인식하는 세계, 이 ‘몸’이 만나고 반응하며 운동하는 세계를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시집에서는 유독 ‘반성적인 고백’이 눈에 띈다. 어쩌면 이 한 권으로 이루는 시간은 “상처 준 당신에게 반성문 쓰는 시간”을 닮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녹슬어 있던 것을 다시 들춰보는 ‘돌아봄’이 깃들어 있고, 사계절이 마음을 닮은 얼굴로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는 이토록 처연하게 질서를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면서, 동시에 몸 속 깊이 잠들어 있던 시간을 다시금 깨워보게 되는 것이다. 그 ‘마주침’이 몸과 몸, 마음과 마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임성구 시집은 그 가능함을 이뤄낸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얼음장 밑 사혈의 밤이 무척이나 길어지더니
열 손가락 마디마디 한 열흘을 찌르고서야
꽃피기 시작한 화단
죽다 다시 살아난 봄
사자(使者)를 돌려보낸다, 나약한 밤에 찾아오신
짧은 빛이 드리운 화란(禍亂)에도 희망은 있어
하하하, 나는 웃는다
그냥 보낼 수 없는 봄
잠시 잠깐 다녀가는 초롱꽃 등을 달고
가볍게 몸을 털고 영혼을 털어내며
독작의 광기를 키운다
오늘밤은 래퍼들처럼
―「혈색이 돌아왔다」 전문
누가 감히 고리타분타 함부로 말하느냐
그윽한 옛사람께 눈 흘기는 철딱서니야
머잖아 너도 나처럼
늙으면 고전인 것을
―「다시 고전을 읽다」 중에서
비어 있는 집은 늘,
목청이 갈라져 있다
바퀴를 잃어버려
방치된 애마처럼
잡귀신 득실득실한
여백 없는 시집처럼
―「헐렁한 집」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임성구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 『살구나무죽비』 『앵통하다 봄』, 현대시조 100인선 『형아』가 있다.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정과현실》 편집부장을 맡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숨은 길 13 달콤한 투영(投影) 14 시간을 열람하다 15 문화동 비둘기 16 꽃이 핀다 17 행복한 파편 18 혈색이 돌아왔다 19 거울 20 눈 내리는 궁항에서 21 별을 보다 22 태양의 뒷면에 등을 기대고 23 꽃들의 출근시간 24 반구제기(反求諸己) 26 손톱을 깎다 27 산복도로 28 우는 남자 29 아련함에 대한 보고서 30 구체적 슬픔 32
제2부
꽃이 오는 방식 35 맛의 방주(傍註) 36 단풍나무에 단풍 들면 37 돌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38 여름 40 고요한 3시의 詩?? 41 다시 고전(古傳)을 읽다 42 명자 분재 43 남천 고마니 44 11월 45 헐렁한 집 46 등 돌려 마시는 독작(獨酌) 48 립스틱 49 나를 보여주고 말았다 50 봄꽃 청탁 51 기억의 뒷면 52 역설(逆說), 그 아름다운 워킹 53 잠시, 노을에 젖다 54
제3부
어떤 계보 57 동주를 생각하며 58 고장 난 시계 60 봄의 독방 61 돌을 던지던 참새에게 62 슬픈 달관(達觀) 64 불균형의 가을 65 환한 고립 66 내가 없는 많은 하루 68 가끔은 물어뜯고 싶을 때가 있다 69 가창(街娼)오리 70 와온 통신 72 걸유(乞宥) 73 절뚝발이 달 74 소녀여! 눈을 감지 마라 76 신데렐라는 프라다를 신지 않았다 77 13월의 반성문 78 슬픔의 정석 80
제4부
먹 83 금동반지 84 청동거울 시문(詩文) 85 화전(花煎) 86 개화(開花) 88 원초적 서정 89 호접몽 90 봉인 91 진짜 눈물 92 헐렁한 술의 시간 93 길상(吉祥) 94 겨울 편지 95 자화상 96 자두나무 아래서 울다 웃다 97 치자꽃 98
해설 실존하는 몸, 언어로 실현되는 감각 99
김남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