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세계 3대 평전 작가이자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독일의 대문호 슈테판 츠바이크. 그의 소설 <감정의 혼란>은 억제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찬 인물들의 강렬한 욕망을 다룬다. 주인공은 갓 스무 살이 된 아름다운 미청년 롤란트와 그의 스승이자 ‘당대 최고의 지성’인 대학교수, 그리고 교수의 젊은 부인.소설은 은퇴를 앞둔 노학자 롤란트가 평생 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막 대학생이 된 주인공 롤란트는 마법 같은 첫 셰익스피어 강의를 듣고 문학과 시, 예술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홀린 듯 빠져든다. 압도적인 힘으로 단번에 롤란트를 매혹시킨 사람은 사십대 중반의 지적인 영문학 교수. 교수와 마주한 첫 순간의 강렬한 느낌과 뜨거운 감정으로 인해 롤란트는 그를 열렬히 숭배하게 되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그의 집에 하숙생으로 들어간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심미적 체험을 통해 열렬히 정신적 세계를 갈망하게 된 롤란트.하지만 때때로 거리를 두며 냉정해지는 교수의 알 수 없는 태도 때문에 그는 설명하기 어려운 아픔과 혼란을 느끼며, 동시에 교수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게다가, 젊은 교수 부인과의 우연한 사건 때문에 세 사람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미궁속으로 빠져드는데...

우리는 무수히 많은 순간들을 경험하지만, 우리의 완전한 세계가 고양되는 순간, (스탕달 Stendhal이 기술한 바와 같이) 모든 진액을 빨아들인 꽃들이 순식간에 한데 모여 결정(結晶)을 이루는 바로 그 순간은, 언제나 단 한순간, 오직 한 번 뿐입니다. 그것은 생명이 탄생하는 시간처럼 마술적이며, 체험된 비밀로 삶의 따뜻한 내면에 꼭꼭 숨어있기에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습니다. 어떤 정신의 대수학도 그 한 순간을 계산할 수 없고, 어떤 예감의 연금술을 가지고도 추측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독자적인 감정을 통해서도 그 순간을 붙잡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겠지요.
그러자 갑자기 선생님이 마음을 다잡은 듯 내게 다가오면서 웃음을 지었습니다. 불쾌하고 꺼림칙한 미소, 입술을 꽉 깨물며 두 눈에서 위험한 빛을 내는 미소가 낯선 가면처럼 경직된 표정으로 나를 비웃었습니다. 그 다음, 갈라진 뱀의 혀에서 나오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나는 그저 자네에게 말할 게 있어서 그러네... 그러니까 우리가 너'라고 한 거.... 그게... 그게... 학생과 선생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거라는 이야기일세... 무슨 말인지 알겠나?... 서로 거리를 두는 게 맞아... 거리... 거리 말일세."
작가 소개
지은이 : 슈테판 츠바이크
부유한 유대계 방직업자 아버지와 이름난 가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슈테판 츠바이크는 빈에서 높은 수준의 교양교육과 예술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스무 살의 나이에 시집 '은빛 현'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세계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여러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드높은 정신세계를 구축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전 백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대중적인 작가이자 다른 나라 언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로 독일/오스트리아 문학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츠바이크는 ‘벨 에포크’라 일컬어지는 유럽의 황금 시대에 활동했다. 예술과 문화가 최고조로 발달했던 그 시기를 그는 진정으로 사랑했다. 그러나, 그토록 사랑했던 유럽이 한방의 총성으로 촉발된 세계대전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목도하게 된다. 황금 시대의 빛과 영광을 박살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구축한 그들 유럽인들이었다. 이 때의 심경은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유럽의 문화사를 기록한 자전적 회고록 『어제의 세계』에 잘 드러나 있다. 극심한 상승과 하강을 삶을 통해 모두 경험한 이후, 섬세한 그의 심성은 더 이상 부조리한 세계에서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이라는 길을 택하도록 만들었다.비극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쓴 수많은 소설과 평전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여러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독자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상당부분 영화화되기도 했다. 또한 다른 예술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인 예가 천재 감독 웨스 앤더슨의 2014년 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이다. 앤더슨은 이 영화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는 츠바이크의 소설 '초초한 마음'의 첫 단락을 차용해서 시작하며, 엔딩 크레딧에서 “inspired by the writings of Stefan Zweig” 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그 사실을 확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