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정원 디자이너 거트루드 지킬이 들려주는
정원 가꾸기 지침서정원에 관한 책이라면 꼭 등장하는 여성 정원가가 있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에 사백여 개의 정원을 만든 거트루드 지킬(1843~1932)이다. 화가이면서, 자수 전문가이며 사진가이기도 했던 지킬은 서른 후반부터 고도근시로 시력이 악화되면서 자수와 그림으로 표현했던 그녀의 예술 활동을 정원으로 옮긴다.
존 러스킨으로부터 색채를 배우고 윌러엄 모리스를 만나 아트앤크래프트 정신을 공유한다. 인생의 후반기에는 지킬보다 스물여섯 살이나 어린 청년이던 건축가 에드윈 루티엔스와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집과 정원과 풍경의 조화라는 아트앤크래프트 정신으로 백여 개의 가든 디자인 작품을 남긴다. 정원을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지킬만의 색채감으로 영국의 정원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원 디자인 역사에 획을 긋는다.
식물과 친해지자, 평생 동안 아주 좋은 친구가 되어줄 테니.
색채의 마술사, 거트루드 지킬영국의 정원은 지킬 등장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원에 색깔을 입혀 어떤 꽃을 어떻게 배치해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들까를 연구하며 디자인한 최초의 인물이 지킬이기 때문이다. 오렌지, 그레이, 골드, 블루, 그린 다섯 가지 색상을 길게 배치하는 방식의 정원을 처음으로 꾸미며 식물이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어느 영국 언론인의 말마따나 “지킬이 없었다면 세상은 훨씬 칙칙한 곳”이었을 것이다.
극심한 고도근시로 화가를 접고 정원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게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덕분에 훌륭한 정원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향기 나는 식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식물을 설명하는 부분이라든가 식물이 내는 소리를 세세하게 표현한 부분은 나빠진 시력 때문에 상대적으로 예민해진 청각과 후각으로 풍부하게 표현했다.
아이에게 어떤 꽃밭을 주어야 할까?아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을 정원으로부터 배운다. 아이가 정원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도록 도와주려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한 귀퉁이의 땅을 주지 말고, 미리 마련된 예쁜 꽃밭을 제 몫으로 주는 편이 좋다. 이미 만들어진 꽃밭을 매일 돌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그 편이 아이에게는 더 흥이 나는 일. 그리고 아이에게 맞는 도구 사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자. 책을 통하지 말고 직접 제 손으로 흙을 고르고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으며 한 해의 시작과 끝을 경험하게 해주자. 차례차례 진행되는 꽃밭의 변화를 지켜보며 아이는 질문하고 답을 찾는 배움의 시간을 갖는다.
초보 정원가에게도 훌륭한 지침서씨앗 뿌리는 때, 잡초 뽑는 때, 씨앗 크기에 따라 심는 방법 등등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초보 정원사에게도 훌륭한 지침서다. 화가로서의 훈련된 시각과 관찰력으로 식물의 소리, 색깔, 냄새, 질감까지 구별해 들려준다. 화가답게 다양한 씨앗과 뿌리도 그려넣었다. 식물뿐만 아니라 빵이나 고양이로도 입면도, 단면도, 평면도를 그려가며 친절하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있다. 또 사진가답게 정원에 함께 사는 고슴도치, 거북이, 박쥐, 부엉이, 고양이 등 직접 찍은 사진도 실었다. 지킬은 말한다. 화초와 나무를 그저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들에게 가장 가치 있고 가장 훌륭한 쓰임새를 찾아주고 싶다고.
정원사가 아니어도 집에 마당이 없어도 창가에 화분 하나 기르는 사람에게 지킬이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글, 초록한 것을 기르는 사람의 태도를 가르쳐주는 글은 누구라도 쉽게 읽힌다. 지킬의 글은 평생 수확한 씨앗을 모아둔 봉투 같다. 거기서 한 알을 꺼내 심어보자.
정원 일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정원은 식물만 가꾸는 곳이 아니다. 정원에 사는 수많은 동물을 관찰할 수도 있고, 철새가 어떻게 집을 짓는지도 볼 수 있으며, 모래 구덩이라도 있으면 아이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정원 일을 한 후 나온 부산물 더미를 태울 때의 그 냄새는 어떻고. 거트루드 지킬을 영국의 풍경을 바꿔놓은 ‘정원사의 정원사’로만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말기에는 그의 개성과 줏대 있는 삶이 너무 흥미롭다.
어느 한 해 한 묶음 피우는 꽃을 보려고 칠 년을 기르는 인내, 게으름을 질색하면서도 식물과 아이와 고양이 앞에서는 무장해제 되는 어른다움, 아무리 배워도 다 알 수 없으니 끝까지 배우면 된다는 여유, 자라는 것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 이름을 몰라도 꽃과 친구 맺는 다정함, 봄철과 가을철 나뭇잎의 다른 소리를 알아듣는 귀, 손톱보다 작은 꽃의 안쪽 꽃잎 줄무늬까지 찾아내는 눈, 무엇보다 살아 있는 것을 거둬 기르는 손. 모두 낯설지 않은 모습이고 닮고 싶은 태도다.
지킬의 명언.
- 나는 ‘정원 일 하는 아마추어’다.
- 어디든 가는 곳마다 누구든 만나는 사람에게 조금씩 배우려고 노력한다.
-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지레 포기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
- 정원을 향한 사랑은 한 번 뿌리면 결코 죽지 않는 씨앗이다. 죽지 않고 자라고 또 자라서 오래도록 변치 않고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행복의 원천이 된다.
우리의 삶에서 오래도록 변치 않는 행복을 주는 존재, 식물나는 문학적 재능이나 식물학 지식을 내세울 만한 사람이 못 된다. 내가 아는 식물 재배법이 가장 실용적이
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야외에서 화초와 함께 살아왔고 정원의 노동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런 덕분에 살아서 자라는 많은 것과 아주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고,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유용한 지식과 통하는 어떤 본능을 지니게 되었다.
내가 온전히 깨달은 가르침은 한 가지다. 정원을 향한 사랑이 우리에게 오래도록 변치 않는 행복을 준다는 것. 나는 이 가르침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누구든, 특히 어린 사람이 꽃에 관해 묻고 자신의 꽃밭을 갈망하고 정성껏 가꾸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내게는 크나큰 기쁨이다. 정원을 향한 사랑은 한 번 뿌리면 결코 죽지 않는 씨앗이다. 죽지 않고 자라고 또 자라서 오래도록 변치 않고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행복의 원천이 된다.
정원에 어떤 씨앗을 뿌릴까3월이 오면 씨뿌리기를 생각해야 한다. 3월 중순부터 말엽까지가 화단용 일년초의 씨를 뿌리기에 적당한 때인데, 스위트피는 더 일찌감치 2월 말쯤 뿌리는 게 좋다.
씨앗을 보고 있자면 생김새가 얼마나 제각각인지, 크기며 모양이 얼마나 다양한지 도저히 모르고 지나칠 수
없다. 코코넛처럼 거인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채마밭 누에콩처럼 동전만 한 것, 너무 작아 눈에 보일락 말락 한 것도 있다. 자라는 모양새는 또 얼마나 가지각색인지, 인디언옥수수처럼 종잇장 같은 헐거운 껍질에 싸
여 자라는 것부터 완두처럼 콩깍지 안에 가지런히 자라는 것, 양귀비처럼 예쁜 단지 안에 들어 있는 것까지 자라는 방식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과일 씨앗은 또 얼마나 다른가. 자두나 복숭아처럼 달콤한 과육 안에 제법 큼직한 씨앗이 들어 있는가 하면, 체리나 오렌지 씨앗은 그보다 더 자그마하다. 대개 열매 안에 씨앗이 들어 있지만 열매 겉에 박혀 있는 경우도 있다. 겉에 노란 반점처럼 콕콕 박힌 딸기 씨앗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