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파리의 진짜 도시적 매력은 동네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이다. 동네마다 독특한 명소들이 있어서 한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찾아볼 곳이 너무도 많다. 어디나 그리 다를 바가 없어 보이면서도 거리마다, 동네마다 각각 다르다. 역사의 기억과 이야기가 풍부한 덕분도 있지만 공공에서 문화적 투자를 잘 분배한 지혜도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아무리 관광객들이 붐벼도 파리 시민들은 그저 담담하게 도시 속에서 도시의 삶을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우리 도시도 마음에 품은 동네가 더욱 많아지는 도시가 되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제1동네, 우리가 일하는 제2동네 그리고 우리가 즐겨 찾는 제3동네는 어디인가? 살고 일하는 동네는 하나밖에 없더라도 즐겨 찾는 제3의 동네는 가짓수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찾아볼 제3동네를 많이 가진 사람은 진짜 도시인이 되어 도시의 삶을 즐길 테고, 제3의 동네들을 많이 품은 도시는 더욱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매력적인 동네들이 매력적인 도시의 삶을 만든다.
_ <복간에 부쳐>
산조가 끝이 없는 소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도시, 우리 동네도 끝이 없는 진화의 과정을 따라간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가닥을 잡으려 애쓰는 듯싶다. 확실히 서구의 교향곡이나 오케스트라의 성격과는 다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서구 도시에는 확연한 질서가 있다. 눈에 보이는 질서가 잘 잡혀 있다. 시작도 끝도 선명하고, 단락도 분명하다. 스타일을 오더(order, 질서) 라 부를 만큼 명쾌하다.
우리 도시, 우리 동네, 우리 공간은 짚어내기 훨씬 어렵다. 조직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않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이다. 질서가 손에도 눈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무질서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우리 도시에서, 어떻게 우리 도시 고유의 산조를 짚어볼 것인가? 그 안에 숨겨진 가닥은 무엇이고 매듭은 무엇인가? 어떻게 전개되며 어떻게 진화되는가? 사람은 그 사이에 어떻게 흐르는가?
_ <서언>
무엇보다 감탄할 만한 정조의 위업은 화성 광역의 저수지 사업이다. 물이 귀한데 왜 수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를 이 평야에, 저수지를 통해 물을 공급함으로써 농업을 융성시켜 화성의 자급자족기능을 높이려는 혜안이다. ‘서호’와 ‘만석거’ 등 저수지를 만든 정조는 100년 전 미국의 유명한 조경가 옴스테드를 다시 100년 앞지른 광역적 생태조경가라 자랑할 만하지 않을까.
지금도 수원천이 마르지 않는 이유는 상류 저수지 덕분이다. 몇 년 전 화성 내 수원천 복개를 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었다. 다행히 살아남은 수원천. 여전히 화홍문 아치 밑으로 풍성한 물이 흘러넘치고, 내 어릴 적 빨래터였던 수원천은 지금 생태계의 보고다. 정조의 리더십은 실무자를 발탁하고 실용 제안을 독려했다는 점이다. 정교하게 자른 큰 돌을 이어 붙이는 방식, 전벽돌을 구워내어 쌓았던 축성방식, 공격과 방어의 기본에 충실한 설계가 그래서 탄생했다.
_<수원 화성>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진애
김진애 삶의 테마는 사람이고, 그의 지적 뿌리는 도시와 건축이다. 건축으로 시작해 도시로 넓혀 공부하고, 현장 실무를 넘어 다양한 저작 활동과 정치 행위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정의한 ‘활력적 삶(vita activa)’을 살아가려 애쓴다. 그래서 김진애는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쓴다. 항상 사람을 가운데 두고.김진애에게는 꼬리표가 많다. 20대엔 건축학도로 서울대 공대 800명 동기생 중 유일한 여학생으로, 30대엔 미 MIT 도시계획박사로, 40대엔 《타임》지가 선정한 ‘차세대 리더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50대엔 열정적인 18대 국회의원으로,60대엔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의 유쾌한 코너지기로, 또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첫 여성 출연자 등으로. 김진애의 별명은 ‘김진애너지’다.김진애는 일 년에 한 권 꼴로 책을 쓴다. 그가 전해주는 사람과 인생과 성장 이야기, 여행 이야기, 여자와 남자 이야기, 책 이야기, 집 이야기, 건축 이야기, 도시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