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에이해브는 예외적인 인물이다. 그는 영웅이다. 그리스 비극의 영웅들과 계보를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영웅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의 안에는 그런 영웅적인 모습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모비 딕>을 읽고 에이해브의 영웅적인 결단과 행동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진 경험을 당신이 했다면, 당신 속의 영웅이 이미 꿈틀거린 것이다.
읽지 않는 고전은 없는 고전이고, 즐기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고전은 죽은 고전이다.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은 마음을 풍요롭게 다스리고 날카롭게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고전문학선이다. 두껍고 지루한 고전을 친절하고 더 맛깔스럽게 재탄생시킨 ‘축역본’이자 글자 크기를 키워, 보다 편한 독서를 도와준다.
출판사 리뷰
‘공포’는 ‘두렵고 무서움’으로 정의된다.
인간은 누구든 공포감을 느꼈을 때 그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공포는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에이해브 선장은 그 공포를 증오와 복수심으로 바꾼다.
맹목적이고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그의 복수는 파멸의 길인 줄 알면서도 선원들을 따르게 만든다.
그는 운명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 그 운명을 자기 것으로 맞이하기 때문이다.
장엄하고 엄숙하게 운명에 도전하는 에이해브를 만날 수 있는 책이 바로 『모비 딕』이다.
‘그 무언가에 대해 나만의 신념이 있는가? 집념을 가지고 그 무언가에 몰입해서 그것을 성취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만일 그렇다면 기꺼이 박수를 받을 만하다. 신념은 소중하다. 그 무언가에 몰입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게다가 어려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그 무언가 성취를 이루었다면 더더욱 뭇사람들의 갈채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정반대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집념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집념의 패배를 보여주고 있다. 흰 고래 모비 딕을 향한 복수심에 불타서, 놈을 기어이 죽이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집념에 사로잡힌 에이해브 선장은, 그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자신뿐 아니라 선원들까지 모두 죽음으로 이끈다.
게다가 에이해브 선장을 제외한 다른 선원들의 죽음에는 명분도 없다. 전쟁터에서의 병사의 죽음에는 명분이 있다. 하지만 피쿼드호의 선원들은 에이해브 선장의 맹목적 증오, 광기의 희생물이 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들은 수동적인 희생자들이 아니라 자발적인 희생자들이다. 에이해브 선장이 자신은 오로지 흰 고래를 죽이기 위해 이 배에 탔다고 밝히자 그들 모두 한마음으로 그의 복수에 동참할 것을 맹세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들은 에이해브 선장에게 반기를 들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고래를 잡아 기름을 얻기 위해 피쿼드호에 오른 것이지 선장의 복수를 위해 배에 오른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보다는 선장의 목표를 더 우선으로 삼는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선원들 모두 에이해브 선장의 복수심과 증오에 공감했기 때문일까? 그들 모두 에이해브 선장의 카리스마에 짓눌렸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비 딕을 둘러싸고 고래잡이배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풍문들이다. 모비 딕이 더없이 잔인하며 악의 화신일지도 모른다는 악명, 바로 그것이 에이해브의 증오에 선원들이 기꺼이 동참하게 한다.
피쿼드호의 선원들은 모두 모비 딕에 대해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 그들은 모두 모비 딕에 대한 공포로 인해 하나가 된다. 바로 그 공포심이 그들을 선장의 복수심과 하나로 묶어 준다. 공포와 증오는 서로 이웃하고 있는 감정이다. 게다가 공포와 증오만큼 사람들을 거의 맹목적으로 하나가 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그 공포와 증오로 인해 모비 딕은 가상의 공동의 적이 된다. 아니, 적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없애야만 하는 악의 화신이 된다.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는 가상의 적에 대한 공포심에 젖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뭉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지만 공동의 적 앞에서 더욱 단단히 뭉치는 것이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공동의 적인 악의 화신 모비 딕을 향한 공포심과 증오심 덕분에 에이해브는 절대적인 독재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외적인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피쿼드호의 일등 항해사 스타벅이다. 그는 신중한 사람이며 진정한 용기란 정당한 판단에서 나온다는 것, 아무런 겁도 없는 만용이 비겁함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유일하게 에이해브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에이해브가 모두를 죽음으로 이끄는 살인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에이해브 선장에게 반박도 하며, 지금이라도 되돌아가자고 간언도 한다. 심지어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그를 없애려는 유혹에 잠시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에이해브와 스타벅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인가? 아니다. 스타벅은 에이해브 선장이 선원 중 유일하게 신임하는 인물이며, 살아서 돌아가길 간절하게 비는 인물이다.
에이해브는 악의 화신이 아니라, 개인적 증오에 불타는 인물이 아니라 ‘낙인’이 찍힌 인물이 된다. 무슨 낙인?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광포한 바다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만 한다는 낙인, 그 결과 다리 한쪽을 잃게 되는 잔인한 보답만이 기다리게 되어 있는 낙인, 그 모든 저주에 대한 분노를 모비 딕을 향해 쏟을 수밖에 없는 그런 낙인이 찍힌 인물이 된다. 자신의 그런 삶을 에이해브는 “마치 낙원에서 쫓겨난 후 무궁한 세월에 짓눌려버린 아담이 되어버린 느낌이야”라고 말한다. 아담이 누구인가? 성서에 나오는 인류의 조상이다. 에이해브는 과감하게 자신이 아담이 된 느낌이라고 말한다. 무슨 뜻인가? 자신의 운명이 곧 인류의 운명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이다. 회복 불가능한 비극적인 운명이다. 그 운명은 신이 내린 조롱이기에 거기서 벗어날 길이 없다.
그런 에이해브를 보고 스타벅은 “오, 고귀한 영혼이여! 위대하고 성숙한 가슴이여!”라고 외친다. 왜 고귀한 것일까? 에이해브가 그 운명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 그 운명을 자기 것으로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 길이 파멸의 길인 줄 알면서도 회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멸로 이끄는 길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그 길로 나아가는 모습, 그 모습 앞에서 우리는 무모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모습이 장엄하며 숭고하다고 느낀다. 엄숙하며 장중하다고 느낀다.
그중 으뜸가는 동기는 거대한 고래 자체의 숨 막히는 이미지였다. 그 장엄하고 신비로운 괴물이 나의 호기심을 온통 흔들어 깨워놓았다. 그리고 섬처럼 거대한 덩치로 고래가 유유히 헤엄치는 저 먼바다, 고래가 초래할 수 있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위험, 거기에 파타고니아 인근에서 들려오는 무수한 경이로운 목격담이 내 욕망을 들쑤셨다. 나는 금단의 바다를 항해하여 야만의 해안에 오르고 싶은 것이다.
이런 모든 이유로 인해, 나는 고래잡이 원정에 나서기로 기꺼이 마음먹게 되었다. 경이로운 세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리자 내 공상 속에서 고래 떼들이 내 영혼 속으로 마치 행진하듯 줄지어 들어왔다.
나는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별난 배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 피쿼드호처럼 진귀한 배는 본 적이 없다. 배는 낡은 구식이었고 별로 크지 않았다. 오랜 세월 4대양의 폭풍과 잔잔함을 고루 맛본 선체의 빛깔은 마치 이집트와 시베리아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른 프랑스 척탄병(擲彈兵: 적에게 폭탄을 던지는 병사)의 얼굴빛처럼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 배는 마치 적들의 뼈로 몸을 장식한 식인종 같은 배였다.
그가 서 있는 독특한 자세도 놀랄 만했다. 피쿼드호 뒤쪽 갑판 양쪽, 뒤 돛대 근처의 널빤지에 1센티미터 정도 깊이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에이해브 선장은 고래 뼈로 만든 다리를 그 구멍에 꽂고 한쪽 팔을 들어 밧줄을 잡은 채 꼿꼿이 서서, 흔들리는 뱃머리 너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두려움 없이 앞을 응시하는 그의 단호한 시선에는 굳건한 영혼의 힘, 굽힐 줄 모르는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허먼 멜빌
1819년 8월 1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1832년 아버지가 사업 실패 후 사망해 은행원, 점원, 교사, 상선의 사환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게 된다. 1841년 포경선 선원으로 항해를 떠나 선장의 폭압과 격무 탓에 이듬해 탈주해 타히티섬을 비롯한 폴리네시아의 여러 섬들에서 생활했다. 1843년 미 해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첫 장편소설 『타이피』를 집필한다. 1846년과 1847년에 각각 출간한 『타이피』와 『오무』로 모험 작가로서의 명성과 인기를 얻는다. 이어 작가적 야심을 발휘한 작품들을 선보이나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외면당한다. 1850년 그의 문학적 여정의 동반자인 너새니얼 호손을 만났고, 이듬해 출간한 여섯번째 장편소설 『모비 딕』을 그에게 헌정한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생소한 형식과 신성모독적 서술 탓에 혹평을 받는다. 1860년부터는 시작에 매진하지만 더는 작가적 명성을 누리지 못한다. 「선원, 빌리 버드」를 미완으로 남긴 채 1891년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멜빌은 20세기 초 이른바 ‘멜빌 부흥’을 거쳐 재평가되었다. 특히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레이먼드 위버가 극찬하는 평론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재조명된 『모비 딕』은, 향유고래의 공격으로 난파된 에식스호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포경선 피쿼드호의 에이해브 선장과 흰 고래 ‘모비 딕’ 사이의 대결을 거대하고도 웅장한 비극으로 형상화한 멜빌의 대표작이자 미국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목차
제1장 신기루를 찾아
제2장 ‘고래의 물기둥’ 여인숙
제3장 소중한 친구
제4장 낸터컷으로
제5장 승선할 배를 결정하다
제6장 배에 승선하다
제7장 포경업을 위한 변론
제8장 기사와 종자
제9장 에이해브
제10장 선실의 식탁
제11장 에이해브와 흰 고래
제12장 모비 딕
제13장 해도
제14장 에이해브의 계산과 첫 번째 출격
제15장 유령 물기둥
제16장 스터브, 고래를 잡다
제17장 해체 작업과 장례식
제18장 대함대
제19장 다리와 팔 - 런던의 새뮤얼 엔더비호와의 만남
제20장 에이해브와 스타벅
제21장 퀴퀘그의 관
제22장 대장장이와 에이해브의 작살
제23장 폭풍우와 광란의 에이해브
제24장 구명부표
제25장 피쿼드호, 레이철호를 만나다
제26장 교향곡
제27장 추격 - 첫째 날
제28장 추격 - 둘째 날
제29장 추격 - 셋째 날
에필로그
『모비 딕』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