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파란시선 49권. 양균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가장 가까운 당신"을 "가장 단단한 현실"로 응시하는 자의 발견의 기록이다. 여러 시인들이 일상을 시의 소재나 주제로 다뤄 왔지만 그처럼 일상을 시의 생성에 필수적인 것으로 다루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시인에게 현실은 시적 상상력의 투사가 허용되는 유일한 시공(時空)이다. 시는 현실과의 갈등에서 비롯하고 현실은 시와의 마찰에서 상투성을 벗는다. 물론 긴장과 균형의 관계에서 시는 현실을 주관적으로 통제하는 힘일 수 없고 현실은 딱딱한 사물의 세계에 머물 수 없다.
운명적으로, 벗어날 수 없지만 갇힐 수는 없고 극복할 수 없지만 순응할 수는 없는 현실 속에서 시인은 살고 있다. 이러한 대립을 의식적으로 응시하는 방식으로 양균원의 언어는 '유머'와 '고독'이 동거하는 특별한 어조 속에 종종 '일상의 형이상'을 구현함으로써 발견의 시학을 완성해 나아간다.
출판사 리뷰
꽃나무에 꽃이 지면 나무가 되지“양균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집밥의 왕자>는 “가장 가까운 당신”을 “가장 단단한 현실”('시인의 말')로 응시하는 자의 발견의 기록이다. 여러 시인들이 일상을 시의 소재나 주제로 다뤄 왔지만 그처럼 일상을 시의 생성에 필수적인 것으로 다루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시인에게 현실은 시적 상상력의 투사가 허용되는 유일한 시공(時空)이다. 시는 현실과의 갈등에서 비롯하고 현실은 시와의 마찰에서 상투성을 벗는다. 물론 긴장과 균형의 관계에서 시는 현실을 주관적으로 통제하는 힘일 수 없고 현실은 딱딱한 사물의 세계에 머물 수 없다. 운명적으로, 벗어날 수 없지만 갇힐 수는 없고 극복할 수 없지만 순응할 수는 없는 현실 속에서 시인은 살고 있다. 이러한 대립을 의식적으로 응시하는 방식으로 양균원의 언어는 ‘유머’와 ‘고독(孤獨)’이 동거(同居)하는 특별한 어조 속에 종종 ‘일상의 형이상(形而上)’을 구현함으로써 발견의 시학을 완성해 나아간다.”(이상 전해수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양균원 시인은 1960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났으며, 1981년 <광주일보>, 2004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허공에 줄을 긋다> <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 연구서 <1990년대 미국 시의 경향> <욕망의 고삐를 늦추다>를 썼다. 현재 대진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집밥의 왕자>는 양균원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집이다.
발견붉은
유리 조각이
날 잡아당긴다
깨진 것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은 적이다
깨진 가장자리에서
빛이 화살을 날린다
깨져 날이 선 것
둥지를 떠나 예각이 드러난 것
그리하여 둥글게 마모되어 가는 것
부르는 대로 불리는 것이
사물의 운명이다
네 잎 클로버는 책 속에 버려졌다
이제 다가갈 수 있다
누군가의 손바닥에
뭐냐고 물을 수조차 없는 아름다움으로
놓일 수 있다
외론 책방의 꽃병이었는지
성당 색유리에 조형된
막달라 마리아의 손등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궁금하지 않다
산산조각 나기 전은 없다
날 선 기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겨울 바다 모래톱에 비죽 솟아 있는
유리 조각, 붉은
당김 ***
까마귀처럼 가라가지에서 가지로
까마귀처럼 가고 싶다
나를 보내는 너의 시각에서
가도 가도 풀밭인 곳으로
정처 없이 걷고 싶다
너의 중심을 떠나
한 걸음에 풀 서너 포기씩
나의 중심도 풀 서너 포기에 한 걸음씩
뒤에 남겨 두고
농담이 살아 있는
수묵화 속으로 배어들고 싶다
끝없이 이어지는 풀, 풀
풀 곁에 풀로 걷고 있다
네 이름을 부르니 풀벌레가 날아간다
네 손을 잡으니 풀씨가 흩어진다
시작이 없어서 끝이 없는,
이곳이 사막이라면 풀은 모래다
이곳이 바다라면 풀은 물이다
내려놓기에는 그만인 이곳
먼 산이 자꾸 낮아진다
세상의 모든 것이 풀 높이로 내려와
허공에 밑줄을 긋는다
가도 가도 싱겁게 푸른 십 리에서
난, 드디어 아무것도 아닌
나일 수 있을 것,
이렇게 가고 싶다 ***
작가 소개
지은이 : 양균원
1960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났다.1981년 <광주일보>, 2004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시집 <허공에 줄을 긋다> <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 <집밥의 왕자>, 연구서 <1990년대 미국 시의 경향> <욕망의 고삐를 늦추다>를 썼다.2020년 대진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산티아고 영감이 사자 꿈을 꾸는 새벽
있지요 - 11
빗길은 엇길 - 12
오늘이라는 우연 - 14
섬 - 16
발견 - 18
까마귀처럼 가라 - 20
오늘 부는 바람은 - 22
후렴 - 24
물리적 - 26
귀때기 선생 - 28
보리밭 섬에 갇히다 - 32
146길 18, 새벽 2시 - 34
산티아고 영감이 사자 꿈을 꾸는 새벽 - 35
제2부 비대칭
그림, 자 - 45
그, 림자 - 46
날마다 그 언저리 - 48
몽설 - 50
수정 후 재심 - 52
문법 - 54
직전 - 55
그것 - 56
목격자 - 58
삼천포로 빠지다 - 60
꽃나무에 꽃이 지면 나무가 되지 - 62
오디, 어디, 하지 - 64
첫 혀끝 - 66
비대칭 - 68
숨 - 70
제3부 집밥의 왕자
굿애프터눈, 내 사랑 - 73
굿이브닝, 내 사랑 - 74
굿나잇, 내 사랑 - 75
굿모닝, 내 사랑 - 77
집밥의 왕자 - 79
아침 고요 - 86
거울 - 88
돌아누운 도토리같이 - 89
느티나무 집 - 90
콜로세움 - 92
숫돌 - 94
마법의 시간 - 96
제4부 봄나들이 지침서
취객 - 99
초하 - 100
까악 - 101
불리 - 102
음음음 - 103
각주에 대한 미주 - 104
술 마시면 공초가 생각나고 - 106
장터 국밥집 1번 식탁의 마법 - 108
싸이키 센서 - 109
의사 나리에게 - 112
세상 저편의 개 - 114
마조히스트 사랑 - 116
최근의 여자 - 118
돈은 시다 - 120
봄나들이 지침서 - 122
해설 전해수 발견의 시학 - 독(獨), 유머, 일상의 형이상(形而上) - 124